국민권익위원회 내에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라는 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행정심판을 담당하는 기구이다. 행정심판이란 국민이 행정관청으로부터 억울한 처분을 받았을 때에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불복절차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행정소송 대신에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이다.
그래서 행정심판법에서는 행정심판 사건을 접수하면 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있고, 1회에 한하여 30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늦어도 90일 이내에는 행정심판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작년부터 이상한 경험을 했다. 잘 아는 지역시민단체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가 비공개처분을 받아 행정심판청구를 했었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나서야 판단을 받았다. 행정심판법에서 정한 처리기간을 2배 이상 넘긴 것이다.
필자도 작년 7월 13일에 행정심판청구를 1건 했었다. 서울시에 대해 ‘국내언론사에게 집행한 광고비 세부내역’에 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서울시가 비공개하는 바람에 행정심판청구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작년 9월 8일 결정기간을 연장한다는 통지서가 1통 온 이후에 12월이 되도록 아무 연락이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행정심판법상의 처리기간을 한참 지났는데도 감감 무소식이었기 때문이다. 담당자에게 문의해보니, 밀려있는 사건이 많아서 행정심판 사건을 처리하는데 200일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이 얼마나 되는 지 정보공개청구를 해 보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정보를 공개 받았다. 공개된 내용을 보니 놀랍게도 일반 행정심판사건의 경우에는 평균처리기간이 186.10일에 달했다. 간단한 사건인 운전사건의 경우에는 평균 57.34일 만에 처리되지만, 보훈사건의 경우에는 130.88일이 소요되고, 일반 행정심판사건의 경우에는 186.10일이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반 행정심판 사건의 처리기간은 법에서 의무화한 처리기간인 ‘최대 90일 이내’를 2배 이상 초과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행정심판 사건의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행정심판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국민들의 권익을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행정관청으로부터 억울한 처분을 받은 국민들은 90일을 기다리기에도 너무 길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법을 지키고 국민들의 권익을 생각해야 할 국민권익위원회가 법에서 정한 처리기간을 2배 이상 넘기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행정심판이란 제도 자체가 국민이 신속하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법정 처리기간을 2배 이상 훌쩍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해서야 되겠는가?
더구나 정보공개 관련 사건은 빨리 처리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보의 속성상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정보로서의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행정심판청구를 하고도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면, 시의성 있는 정보공개가 되기는 어렵다.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가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기구인 이상 행정심판 사건의 처리기간을 준수하는 것에 대한 최종 책임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있다. 정권의 실세라는 국민권익위원장이 진심으로 국민들의 권익을 생각한다면, 행정심판 처리기간을 앞당길 수 있는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하승수 제주대 교수 / 정보공개센터 소장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정보공개 관련 사건의 행정심판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조세 사건과 관련된 행정심판을 조세심판원이라는 기구에서 전담하고 있듯이 정보공개 관련 행정심판 사건을 전담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오랫동안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이야기해 온 것이다.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고, 외국에도 정보공개 관련 불복절차를 전담하는 기구가 설립된 사례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기구의 설치를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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