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일당 독재를 가속시키는 지방자치 '소선거구제 논란'

opengirok 2010. 2. 17. 13:48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2월 19일 예비후보자 등록을 코 앞에 두고도 지방선거제도의 기본 틀이 흔들리고 있다. 기초의원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려는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16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선거구제로의 전환 필요성을 또다시 언급했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지금 국회에는 2월 5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제안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다. 이 개정안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 이번에 도입된 여성후보자 의무공천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내용과 일부 지역의 시도의원 선거구역을 조정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개정안에 대해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 등 34인이 발의한 수정안이 제안되어 있다. 이 수정안은 현재 1선거구당 2~4인을 뽑도록 되어 있는 기초의원 선거구제(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즉 읍·면·동별로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하고, 그 선거구에서 1위 득표자만 기초의원으로 뽑자는 것이다.

 이것은 중선거구제를 유지하기로 한 기존의 여·야 합의를 뒤집는 내용이다. 또한 일당독식의 부작용을 막고 다양한 정치세력간의 경쟁을 보장하려고 한 중선거구제 도입의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은 26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의 선거구 획정안 조정'을 비난했다. ⓒ 장성국

 

국회의원들의 공천편의 때문에 흔들리는 선거구제

 소선거구제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은 ▲중선거구제에서는 선거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 ▲중선거구제가 시행되면서 소지역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 ▲지역주민과 의원들간의 직접 접촉 부재로 주민들의 무관심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런 소선거구제 주장은 문제의 핵심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은 1위 득표자에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만약 2명의 후보자가 나와서 51%와 49%를 얻었을 때에 51%를 얻어 1위를 한 사람만 당선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즉, 설령 49%를 얻은 2위 득표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이 소선거구제인 것이다.

 사실 소선거구제의 폐해는 심각하다. 득표율 1위 정당이 그 지역 지방의회를 싹쓸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선거구제를 실시하고 있는 광역의회(시·도의회)에서는 그런 싹쓸이 현상이 발생해 왔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소선거구제를 실시한 광역의회(시·도의회)에서는 득표율 1위를 한 한나라당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구 의석을 100% 싹쓸이 했다. 다른 정당은 지역구에서 단 1명의 광역의원도 내지 못했다. 단지 비례대표만을 소수 당선시켰을 뿐이다. 

 반면에 중선거구제를 실시한 기초의원의 경우에는 한나라당 아닌 다른 정당들도 기초의원 당선자를 상당수 냈다.

 한편 기초의원 선거구를 소선거구제로 하자는 측에서는, 2002년 지방선거때까지는 기초의원 선거구가 소선거구제였다는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2002년 지방선거 이전과 지금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2002년 지방선거까지는 기초의원은 정당공천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추첨에 의해 기호를 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상황이다. 따라서 '정당공천제 + 소선거구제'의 결합은 기초지역정치를 파탄시킬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기초지방의회를 싹쓸이 하는 결과들이 초래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영남에서는 한나라당, 호남에서는 민주당 아닌 정당들이나 시민사회 후보들은 발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소선거구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자유투표로 가게 되면 소선거구제 개정안은 통과될 지도 모른다.

 국회의원들이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읍·면·동별로 자기 지역구 관리를 할 사람을 기초의원으로 공천하면 간단한데, 중선거구제를 하면서 여기에 혼란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읍·면·동을 1개의 선거구로 하면서 공천권을 행사하기가 복잡해진 것이다. 또한 중선거구제를 하면 군소정당이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기득권 정당들이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선거구제가 국회의원들의 공천편의나 지역구 관리의 편의 때문에 결정되면 곤란하다.

▲ 2월 5일 광주시의회 행자위 회의에 앞서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등 군소정당 당원 등 20여명은 행자위 회의실 주변에서 선거구 분할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 시민의소리 강성관

 

민주당은 진정성을 보여라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도 선거구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19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데, 선거구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의 모호한 태도도 문제이다. 민주당은 중선거구제 유지를 당론으로 주장해 왔지만, 자신들의 텃밭인 광주에서는 중선거구제의 취지에 상반되는 행보를 보여왔다.

 다양한 정치세력들의 경쟁을 보장하려는 중선거구제의 취지에 따라 광주광역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4인 선거구 6곳이 포함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제안했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의회에서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내일(17일)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민주당이 진정성이 있는 정당이라면, 우선 자신들의 텃밭인 광주에서부터 중선거구제의 취지에 맞게 4인 선거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