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참여연대가 빨갱이? 정당한 활동도 이적행위라는 코메디 대한민국

opengirok 2010. 6. 17. 17:08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참여연대가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와 관련한 서한을 유엔 안보리에 보낸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에서는 연일 참여연대를 매국노, 이적단체로 몰고 있다.

처음에는 이 비상식적인 상황에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유엔에 의견서를 제출할 권한이 있는 UN의 ‘협력 비정부 기구’ 중 하나인 참여연대가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인데 이것이 ‘빨갱이짓’으로 둔갑해버리니 말이다.
참여연대를 두고 상상 이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대한민국 ‘보수’는 코메디보다도 더 우스운 모습이었다.

출처 : 참여연대

하지만, 며칠 지나면서 보니 이 상황이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참여연대를 두고 “어느나라 국민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고,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과 형법상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여부를 수사한다고 한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참여연대를 “빨갱이”로 몰아붙여 화형하려는 전방위적 마녀사냥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몇 차례의 항의로 그칠 줄 알았던 보수단체 어르신들의 참여연대 방문(?)은 욕설에서 폭력으로 커지며 며칠째 끝날 줄을 모르고 있다. 이에 경찰은 수수방관으로 대처하고 있을 뿐이다.

사진출처 : 참여연대


필자는 지난 해 매일같이 참여연대로 출근을 했었다. 직장이 참여연대 건물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나마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보아온 참여연대와 그곳의 활동가들은 “참여연대는 북으로 떠나라”며 핏대를 세워가며 흥분하고 있는 어르신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떤 면에서도 “빨갱이”의 모습은 아니었다. 혹시 모르겠다. 표현의 자유와 권력의 폭압이 과거로 급격히 회귀하고 있는 2010년의 대한민국의 시계가 한 50년 전쯤으로 돌려진 것이라면, 우겨서라도 빨갱이로 만들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참여연대는 그동안 권력감시활동과 시민권리찾기 활동을 해온 대한민국의 대표적 NGO다. 반정부도, 친정부도 아닌 비정구기구로서 자유와 정의, 인권과 복지가 바르게 실현되는 사회를 위해 활동해온 것이다.

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서울광장조례개정”운동을 벌였고 모든 아이들이 적어도 밥 앞에서는 평등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풀뿌리 무상급식”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부패방지법 제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반부패운동도 하고 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광장을 이용하자는 것이, 또 모든 아이들에게 친환경 급식을 먹게 하자는 것이, 우리의 세금이 올바르게 쓰이도록 하자는 활동이 어떻게 반국가 활동이라 매도되고, 빨갱이라 비난받아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

사진 출처 : 참여연대


언론보도로 참여연대 앞의 거친 상황을 본 후 평소 친하게 지내는 참여연대 활동가에게 괜찮으냐는 인사를 건넸다.

하루종일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에 시달리고 있으며, 밖으로 점심 먹으러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창피하게도, ‘아~ 내가 있는 단체가 참여연대에서 이사해서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름”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른 것이 틀린 것으로 둔갑하고, 비판이 비난으로 치부되는 사회는 결코 민주사회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다름’이 인정될 공간은 없어보인다. 정부와 다른 의견과 비판은 모두 잘못된 생각, 더 나아가 반국가적 생각과 이적행위일 뿐이다.

얼마 전 ‘적과 싸우다 보면 적과 같아진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의 우리사회를 보니 그 말이 십분 이해가 간다. 적과 싸우는 대한민국이 적과 전혀 다를 바가 없어진 것이다.

참여연대가 행한 정당한 활동도, 정부에 대한 다른 의견을 친북행위로 매도하고 마녀사냥하려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오히려 그들과 닮았으니 이것이 바로 친북행위 모습이 아닐까.

“빨갱이”와 “국가보안법”은 우리사회의 주홍글씨다. 그 낙인이 찍히는 순간 손과 발은 물론 귀와 입도 모두 묶여버린다. 이러한 대한민국에서 당당히 빨갱이가 된 참여연대가 참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활동을 지지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나 뿐은 아니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연대의 활동에 힘을 보내고 있다. 그러니 힘내라! 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