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정보공개청구를 대하는 공공기관의 태도는 여전히 뻣뻣하기만 하다. 청구인이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비공개 처분을 남발하기 때문이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비공개하거나 심지어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처리 자체를 미뤄 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이러한 공직자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는 지난 2월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에 ‘2007년에 실시한 공공기관 기록관리실태 평가 결과’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원은 “2007년도 기록관리평가 사업은 시범사업으로 체계적인 평가체제가 구축되지 않아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해 공개할 경우 일선 부처들의 혼란을 가져 온다”는 이유로 평가결과가 좋은 행정기관만을 공개했다. 그동안 수천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해보았지만 본인들의 평가결과가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비공개 처분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스스로 평가결과가 부정확하다고 하면서 평가결과가 좋은 기관에 대해서는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 버젓이 공개해 놓고 있었다. 이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더니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에서 “평가결과에 대해 평가대상기관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오히려 국가기록원 입장에서 권장해야 할 사항이고 일선 부처들의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공개결정을 내렸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부정확한 평가결과로 공개해서 항의를 받더라도 그걸 반영해서 다음에는 정확하게 평가하라는 취지이다.
이 간단하고 상식적인 답변을 얻기 위해서 필자는 8개월이라는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그것도 정보공개법 운영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말이다. 그러나 이런 비상식적인 행정처리 결과에 대해서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뿐 아니다. 지난 9월4일 통일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처리대장 및 정보공개심의회 운영실적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이 있다. 답변이 간단해 정상적인 공공기관이라면 10일 안에 답변서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10월17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도 없이 그저 ‘처리 중’이라는 답변만 일관하고 있다.
정보공개처리 시한인 10일을 무려 4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 담당과장에게 항의했더니 그제서야 알아보겠다는 대답만 할 뿐이다. 이 또한 아무런 책임도 없이 그냥 넘어갈 것이 분명하다.
현대사회에서 알권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과거에는 글자를 못 읽는 것이 문맹이었다면 이제는 정확한 정보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 문맹이라고 한다. 행정당국은 시민이 문맹이 되길 기다리는 것 같다. 책임지지 않는 공직자를 바라보면 시민들은 분통만 터질 뿐이다.
<전진한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사무국장>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