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정부는 왜 이렇게 허위사실에 연연했나

opengirok 2010. 12. 29. 15:31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인터넷이나 문자로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가능했던 전기통신기본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두고 많은 이들이 역사적 판결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위헌의 소지가 다분한 구시대적 유물의 최후를 보며 필자 또한 기쁨의 안녕을 고한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47조 1항)”는 조항의 이 법은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유엔인권위원회에서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위헌성 소지 의견을 내기도 했다. 

헌재 또한 이 법이 말하는 ‘공익’의 개념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더불어 40여년간 적용되지 않은 채 사문화된 상태였는데 최근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헌재가 언급한대로 이 법은 1961년 제정된 이래 거의 사문화되었다시피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갑자기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 보도 내용에 따르면 그동안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으로 기소돼 판결이 나온 것은 단 10건으로 이들 모두 2008년~2010년 3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마저도 해마다 적용대상이 확대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공유한 2007년~2009년 동안 전기통신 기본법으로 기소 및 구속영장이 청구된 현황을 살펴보면 007년에는 7명 기소, 2008년에는 28명 기소 중 5명 영장청구, 2009년에는 36명 기소 중 1명에게 영장이 청구되었다. 

<전기통신기본법 기소 및 구속영장 청구현황>

(자료 : 대검찰청 정보공개 내용)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 당연한 결과에 우리들이 너무 감격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권력의 이익을 허울 좋게 포장했을 뿐인) ‘공익’이라는 것을 위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세계 어느 나라에서 정부 귀에 거슬리는 유언비어를 좀 퍼뜨렸다고 잡아들인단 말인가. 
착잡해지기도 한다. 이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렇게도 자신이 없단 말인가. 

설령 세간에 허위사실이 떠돈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정부가 신뢰할만한 ‘사실’을 공개한다면 이는 언제 그랬냐 싶게 자연히 사실의 아래로 사라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대중 속에서 난무하는 허위사실 하나하나에 연연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어떤 사건에 있어서 의혹들만 난무할 때에 ‘사실’은 그 힘을 크게 발휘하게도 했다. 
이라크전쟁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 및 고문에 대해서 미국은 사실을 부인하고 은폐해왔지만 이번 위키리크스의 기밀문서와 동영상 공개로 학살에 관한  의혹들이 사실이었음이 확인되었다. 

사실이 먼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유언비어는 떠돌일이 없다. 
만약 미국산쇠고기 수입과정에 대한 기록이 국민에게 제대로 공개되었다면, 정부가 자신들이 파악하고 있는 서브프라임사태에 대해 먼저 발표를 했더라면, 천안함 침몰에서 연평도 폭격까지 국가위기 상황에서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말도안되는 ‘뻥’을 치지 않았더라면. 그랬을 때도 유언비어가 난무했을까?

소통은 없고 강요만 있을 때, 공개와 공유는 오간데 없이 비밀만 난무할 때 유언비어는 확산된다.

유언비어가 퍼지게 하는 것도, 그 유언비어를 일순간에 잠식시킬 수 있는 것도 정부의 투명한 공개 의지에 달렸다는 것을 이 정부는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허위사실들에 대처할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젠 국민을 억지로 통제하던 법 마저도 ‘위헌’이라 판결났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