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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상담만으로 해결될까?

opengirok 2011. 2. 10. 16:35



그녀의 나이는 열여덟, 그녀의 나이도 스무살,
그리고 또  다른 그녀는 스물일곱이었습니다.


2009년 1월 31일 남편의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신과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남편에게 칼로 상해를 입혀서 사망하게 한 첫번째 그녀는 캄보디아 출신의 열여덟살의 이주여성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오마이뉴스>

두번째 그녀는 2010년 7월 8일,  남편이 정신병력이 있는지 모르고 결혼한지 7일만에 남편에게 심한 구타를 당하고 복부에 흉기가 찔려 사망한 스무살의 베트남이주여성 탓티황옥씨입니다.

그리고 세번째 그녀는 2010년 10월 14일 남편의 욕설과 폭행을 참다 못해 흉기로 무려 60여차례나 찔러 남편을 숨지게 한 중국동포 이주여성입니다.


연말연시 방송에는 행복한 모습의 다문화가족들이 많이 출연합니다.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들을 초대해서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듣고, 장기자랑을 하는 등의 특집방송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 이면에 차별받고 고통받고 있는 이주민들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국제결혼이 많이 늘어 농어촌의 경우 한집걸러 한집이 다문화가정입니다. 그런데 그만큼 결혼 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을 비롯한 각종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이주여성의 인권침해 발생시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이주여성 가정폭력피해 현황/ 조치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해보았습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의 피해유형별 상담현황을 보면 성폭력 및 가정폭력등의 폭력피해, 부부가족갈등, 법률, 체류 및 노동, 생활 등의 인권피해로 인한 상담이 매해 늘었는데요.
2007년 18,401건이었던 것이 2010년에는 61,393건으로 4만여건 이상이 늘었습니다.  이중 가장 많았던 상담사유는 부부가족갈등으로 인한 것이었고, 다음이 법률9이혼)이었으며 체류, 노동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의 가정폭력 상담이후의 조치현황을 보니 직접상담을 하는 경우가 72.38%로 매해 가장 많았고 다음이 13.54%로 2차상담의 권고, 전문기관의 의뢰가 4.28%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보호시설, 의료기관, 법률기관, 노동기관, 수사기관, 현장출동 요청, 긴급피난처 등은 모두 1%미만으로 적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물론 가정에서 발생하는 갈등들을 상담만으로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요. 문제는 반복되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에게 상담으로만 조치하게 되는 겁니다.  집안문제는 집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깊은 한국사회가 어쩌면 이주여성들을 가정폭력이라는 위험에 방치해 두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주여성들이 상담을 받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또다시 그런 공포를 경험할 수 도 있으니까요.


심각한 경우에는 남편과 분리하여 그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곳을 마련해주어야 하고, 폭력으로 인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의료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또한 그들이 다시는 폭력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적,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다문화가정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현재 국제결혼중개업체에 의한  인신매매성의 국제결혼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결혼이주여성들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다면, 또 그들의 인권을 나의 인권과 같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가정폭력을 비롯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이주여성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2007년에도  베트남 이주여성인 후안마이씨가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2007년 후안마이씨에 이어 2010년 탓티황옥씨가 가정폭력에 의해 살해되었고, 사회의 차별과 폭력의 상황에서도 한국에서 살기 위해 숨죽일 수 밖에 없는 이주여성들이 많습니다. 말로만 다문화, 다문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진짜 그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