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바뀌려면 정보공개가 필수적
[21C시민주권찾기]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정보공개센터 소장)
2008년 11월 04일 (화) 12:08:49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 haha9601@naver.com
정보공개를 통해 교육을 바꿀 수는 없을까
우리나라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나라이지만, 정작 관심의 폭은 매우 좁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나 자신, 내 아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우리 교육과 학교는 매우 불투명한 영역으로 남겨져 있다. 그래서 많은 학교에서 부패나 부조리가 발생해 왔고, 교육정책은 졸속적으로 입안되어 추진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정부의 교육정책과 학교를 불신하지만, 결국 정부와 학교를 쫓아가기에 바쁘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거대하게 굴러가는 체제 속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좁게만 보인다.
의사결정과정에 관한 정보공개가 필요
그러나 이런 상태가 올바른 상태도 아니고 정상적인 상황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관심을 좀더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도대체 어떻게 결정되는지, 정부의 교육예산은 제대로 쓰이고 있는 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 볼 수는 없을까?
이런 주제가 너무 거창하다면,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급식에는 어떤 식재료가 사용되는지? 내가 다니는 대학은 등록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등등 여러 가지 궁금한 점들이 많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체벌이나 사고에 대한 조사보고서, 수학여행 계약서 등 교육관련 정보공개청구가 꽤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이런 정보들부터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우리 교육의 미래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나쁜 상태는 문제가 은폐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보공개청구는 교육정책, 교육행정, 학교운영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그리고 관련 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의 정보공개제도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국ㆍ공립, 사립을 불문하고 모든 학교를 정보공개 대상기관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못할 학교는 없다.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청,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관들도 당연히 정보공개 대상기관이다.
교육 관련 정보공개청구의 사례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교육과 관련된 정보공개청구가 제법 이루어졌다. 정보공개법이 통과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인데, 충남 지역에서 사시는 분이 지역교육과 관련된 정보공개청구를 열심히 하시는 걸 본 적이 있다. 경기도 고양에서는 학교 인근에 유흥업소 허가를 내주게 한 위원회 회의록을 주민들이 정보공개청구하기도 했다.
꽤 오래 전의 일이지만, 참여연대에서 활동할 당시에 사립대학들의 예ㆍ결산서를 공개청구했다가 엄청난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사립대학인데 왜 정보공개청구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립대학도 엄연히 정보공개를 할 의무가 있는 기관이었다. 그리고 이런 시도가 헛되지는 않아서, 지금은 사립대학의 예ㆍ결산서가 인터넷으로 공개되게 되었다.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학교급식과 관련된 정보공개청구를 한 사례들도 있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교육 관련 정보의 공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교육이 바뀌려면?
그런데 최근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이라는 법률이 논란이 되었다. 이 법률에 의하면, 학교들은 매년 1회 이상 일정한 정보들을 공시해야 한다. 그런데 논란이 된 것은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나 ‘전교조 가입 교사 현황’을 공시하게 한 부분이다. 이런 정보의 공시가 고교서열화를 부추기거나 전교조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방식의 공시제도는 정보공개제도의 본래 취지를 왜곡할 소지가 있다. 존재하는 정보 전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일정한 부분만 골라서 취사선택하고 가공해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정보를 어떻게 공시하느냐를 둘러싸고 자의성이 개입되기 쉽다.
중요한 것은 취사선택된 정보가 아닌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는 것이다. 특히 교육 관련 정보 중에 공개되어야 하는 핵심적인 정보는 의사결정과정에 관한 정보이다. 교육정책, 교육행정이 몇몇 전문가와 관료집단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당수 학교들의 재정운영, 학교운영에 불투명한 부분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활자인 시민의 입장에서 교육 관련 정보의 공개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변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들이 교육 관련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이 있을 때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있는 그대로 드러날 수 있고, 그 바탕 위에서 우리 교육이 좀더 바람직하게 변화할 수 있는 대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승수 / 제주대 법학부 교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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