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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재관 현황, 게시판에 다 나오는데 대외비라고?

opengirok 2011. 4. 26. 15:04

몇 달 전, 언론을 장식했던 상하이스캔들로 우리나라 재외공직자들의 행태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문란한 일상에 도덕적 해이까지...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부적절한 처신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죠. 

외국에는 생각보다 많은 주재관들이 파견되어 있습니다. 파견분야도 매우 다양한데요. 재외공관주재관 임용령에 따르면 해외주재관의 업무분야는 총 21개에 달합니다. 통일안보와 산업부터 문화홍보와 경찰까지 그 범위도 매우 다양하지요. 

주재관 업무분야 분류표

분류 명칭

분류 명칭

1. 재정경제금융

12. 농림수산

2. 국세

13. 교육과학

3. 관세

14. 문화홍보

4. 공정거래

15. 보건복지 ․ 식약

5. 조달

16. 노동

6. 에너지

17. 경찰

7. 산업

18. 출입국

8. 국토해양

19. 법무 ․ 법제

9. 특허

20. 공공행정 ․ 안전

10. 방송통신

21. 통일 ․ 안보

11. 환경

 


지난 5년간 각 재외공관별, 업무분야별로 주재관이 얼마나 파견되었는지 궁금해 외교통상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봤습니다. 



외통부에서는 부분공개 결정통지를 했는데요. 공관별 직위배정사항은 대외비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외통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만 공개를 했습니다. 공개한 내용은 <외교통상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규정된 분야별, 직급별 주재관 정원표인데요.
특정직과 일반직을 포함하여 주재관 총 정원은 277명입니다. 21개 업무분야 중 주재관 파견이 가장 많은 분야는 경찰이네요. 특정직으로 총 49명입니다. 반면 가장 적은 분야는 공공행정 및 안보 분야인데요. 정원이 한명도 배정되어있지 않습니다. 업무분야는 배정해놓았는데 정원은 없다니.. 참 이상한 정원구성입니다.
 
<주재관 정원표>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외통부가 대외비라며 공개할 수 없다고 한 내용이 외통부 홈페이지에는 버젓이 올라와 있는 것이죠.

외통부 홈페이지의 주재관 관련 공지사항 게시판에는 매년 주재공관 모집공고 글이 게시되는데요. 이 자료를 열어보니 어느 공관에서 어떤 업무로 어떤 직위와 직급의 주재관이 필요한지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 내용이 바로 외통부에서 대외비라고 말하는 공관별 직위배정내용 아닌가요? 

실제로 제가 이 정보공개청구를 했을 때, 외통부 관계자는 이 게시판을 알려주며 여기에 보면 원하는 정보가 다 나와있으니 이걸 참고하면 안되겠느냐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요. 몇 번 검색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을 대외비라며 비공개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홈페이지에 공지되어있는 주재관 공고 글 일부



그런데, 지못미 외통부. 비공개를 하기는 했는데, 비공개 근거 또한 타당하지 못합니다. 
 
이번 외통부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행정기관에서는 대외비로 되어있는 문서들을 무조건 비공개 해왔었는데요. 대외비의 경우 법령이 아닌 대통령훈령인 ‘보안업무규정 시행세칙’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인 알권리는 훈령에 의해 제한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대외비는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2000누1562판결)도 있습니다. 

판결 중 일부
이 사건 정보가 규칙상 대외비로 분류되어있다 하더라도 정보공개법 제7조 1항 1호에서 비공개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 의한 명령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거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에 한정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정보가 법률 또는 법률에 의한 명령이 아니라 법률에 의한 명령의 시행세칙에 불과한 규칙에 의하여 대외비로 분류되어 있는 것 만으로는 법 제7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비밀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민감하고, 중요한 내용에 한해서만 그렇습니다. 타당한 근거도 없이, 원칙과 기준도 없이 무조건 비공개 하는 것은 과도한 비밀주의 양산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막무가내식으로 비공개하는 이러한 모습 하나하나가 국민들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소통을 단절하는 행태가 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외교통상부의 공개자료는 첨부합니다.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