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류신애 회원]정보공개제도의 효력을 좌우하는 것은 국민

opengirok 2008. 11. 10. 15:55
류신애 회원

2006년, 몇 개 기관에 공무원의 국외 연수 관련 기록을 요구한 것이 첫 정보공개청구였다. ‘북유럽으로 여행을 갔는데 연수라면서 놀러 다니기만 하는 공무원단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여러 친구들에게 듣고 난 후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 구 의원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골프장 건설 관련 환경영향평가 기록, 버스 도착 안내 서비스 이용률 등에 대하여 총 72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하였다. 청구 내용과 답변만큼이나 담당자들의 태도도 다양했는데, 그 중 기억나는 몇 가지 유형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전화를 걸자마자 ‘정보공개청구를 한 목적이 무엇이냐, 학생이냐’고 다그치는 경우이다. 이는 청구 내용에 대한 첫 전화 접촉에서 대부분 듣게 되는 말로, 청구자에게 더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정보공개를 할 경우 청구자의 연락처와 주소, 주민등록번호가 모두 밝혀지기 때문에, 특히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이용해서 타이르려고 드는 경우가 상당수였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법 어디에도 청구자가 자신의 청구 목적을 밝혀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둘째, 청구자의 신분을 인맥을 동원해서 알아내고, 자신과 관계가 있으면 청구를 취하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경우이다. 얼마 전에 겪은 일이다. 모 부처에 전공과 관련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청구서에 명시되어 있는 내 연락처는 무시하고 아는 대학원 사람들을 통해 자신에게 먼저 연락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첫 마디부터 반말로 “대학원 기수가 어떻게 되느냐, 내가 얼마나 바쁜데 이러한 업무 절차를 거쳐야 하느냐, 꼭 공식적으로 자료를 받아야겠느냐”고 나를 ‘타일렀다’.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직원과의 통화는 “선배님과 얘기 다 됐다면서요?”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일이 마무리되고 난 후 다시 전화를 걸어 “이제 다시는 이런 거 하지 마!”라고 못을 박았다. 이 기회를 빌려, 다른 학문도 아닌 기록 관리학을 배운 사람으로서, ‘선후배’라는 말을 남용하지 말아주기를 그 ‘선배님’께 정중하게 부탁드린다.

셋째, 기록을 비공개했다가 이의신청을 한 후에야 공개하는 경우이다.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모 행정기관의 전시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는데, 폐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차관이 도착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때문에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참가업체 직원들이 폐장 준비를 했다가 다시 전시 준비를 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하여 차관의 당일 일정표를 청구하자, 해당 기관은 ‘의사결정과정 및 내부검토과정과 관련된 문서로 비공개’라는 통지를 내렸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항(공공기관은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정보가 기간의 경과 등으로 인하여 비공개의 필요성이 없어진 경우에는 당해 정보를 공개대상으로 하여야 한다.)에 따르면 '의사결정과정 및 내부검토과정과 관련된 문서'라는 것은 비공개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이의신청을 하고 나서야 해당 기록을 받을 수 있었다(처음부터 차관은 폐관 예정 시간 30분 후에 자신의 사무실에서 ‘출발’하도록 되어 있었다). 행정기관이 원칙적으로는 공개해야 할 기록을 일단 비공개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정보공개청구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효력의 정도는 청구자인 국민이 관련 지식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정보공개제도를 확산시킬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민간에서라도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보공개센터가 그러한 역할을 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