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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스크린도어 시작품, 어떻게 선정하나?

opengirok 2011. 8. 9. 15:44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다보니 긴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는 게 따분할 때도 있고,  이런저런 구경을 많이 하기도 합니다. 요즘같이 더운 날 운좋게 지하철이 바로바로 오면 좋지만 연착이 되면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지루한지,,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사고가 잦은 역부터 설치되었던 스크린도어가 안전을 위해 많이 확대도이었는데요. 이 스크린도어에 시작품이 게시되어 있는 것을 한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저도 요즘은 이 스크린도어에 게시된 시작품을 보면서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을 보냅니다. 


다른 라인에는 무슨 시가 있을까 궁금해서 왔다갔다하면서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좋은 작품을 만나면 기분이 참 좋지요.  



문득 여기에 게시된 시작품들은 어떻게 선정을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스크린도어설치를 서울메트로에서 하기 때문에 서울메트로 담당인줄 알았더니 서울시가 담당한다고 하네요.


서울시로 이송되어 담당자로부터 다음과 같이 메일이 왔는데요.

 

우리시에서는 2008년 말부터 “詩가 흐르는 문화도시 서울”을 구현하고자 지하철스크린도어 등에 작품을 게시해 왔으며, 시민들이 호응이 좋아 서울시 전역에 걸쳐 4,548개 스크린도어에 1,936편의 작품을 게시하여 바쁜 생활속 시민들이 잠시나마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2008년에는 시인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선정하였고, 사실상 좋은 많은 작품들이 선정(약 500여편)되었으나, 작품이 다양하지 못한 점이 있어

  - 이를 개선하여 2009년~2010년에는 원하는 모든 시인들로부터 시 작품을 받아, 별도의 심사 없이 전부 게시하였으며(1인당 1~2폄 총 1,400여편), 이에 따라 작품 중에는 에로스적, 종교편향적,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게시되기도 하여, 현재 공공장소에 게시하기 부적정한 작품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제거해 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 상기 1,900여작품을 기본으로 매년 주기적으로 교체게시 

  - 한편, 2011년부터는 확보된 작품이 많아 별도로 접수를 하지 않음에 따라 미처 참여하지 못한 시인과 일반 시민들도 본인의 작품에 대한 게시요청이 많아 5월 한달간 시작품을 공모하여 208편의 작품을 시인들의 협조(시인협회)를 받아 선정하였고 금년 10월중에 게시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다음으로, 작품 선정 기준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음을 알려드립니다.

  - 시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며, 사랑과 용기, 소탈한 내용으로 잔잔한 미소를 줄 수 있는 작품으로 작품성보다는 시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작품 위주 선정

  - 종교적, 에로스적, 사회비판적인 시, 기타 자살 암시 등 공공장소에 게시하기 곤란한 작품 제외

담당자와 통화를 해봤는데요. 스크린도어에 시작품을 게시하는데 책정된 예산이 2010년에 1억 5천만원이었고 올해도 동일하다고 합니다. 선정된 시의 시인들에게 저작료로 5만원정도 지급되고 게시하는데 또 5만원정도가 든다고 하네요.

시선정의 기준을 보니 시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며, 사랑과 용기, 소탈한 내용으로 잔잔한 미소를 줄 수 있는 작품으로 작품성보다는 시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작품 위주 선정 /종교적, 에로스적, 사회비판적인 시, 기타 자살 암시 등 공공장소에 게시하기 곤란한 작품 제외

라고 하는데 가끔 정말 이런 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해한 내용의 시도 보게 됩니다. 얼마전 제가 목격한 '세계의 강자, 대한민국'이라는 시처럼요. (저는 처음에 역설적이고 함축적인 의미가 따로 있는 줄 알았습니다. ) 희망을 주고, 잔잔한 미소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데 이 시를 본 순간 얼마나 어이없던지.


관련해서 기사검색을 하다보니 <한겨레21>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코너에 한 독자가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시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라고 물어 보았더라구요. 저만 궁금한게 아니었었네요.


지하철역사는 시민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유동인구도 많기때문에 요즘 이런저런 문화행사를 하기도 하고, 책읽는 공간을 만들어 쉴 수 있게 한 곳도 있습니다. 


스크린도어 같은 공간을 가만히 놀리는 것보다는 시작품 등을 게시해서 시민들이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건 참 좋은 아이디어인데 이왕이면 어이없고 황당한 작품들보다는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이면 더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