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행정심판 패소왕(?) 국가기록원

opengirok 2011. 9. 14. 17:00
정진임 간사

웃자고 던진 질문에 진지한(?) 대답을 한번 해볼까 합니다. 

정보공개센터 활동가인 제가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단체는 이 세상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하라는 것이냐? 당신 정보(나이, 몸무게, 애인유무 등등등) 먼저 투명하게 공개해라! 와 같은 농담 반, 진담 반의 질문들입니다.

먼저, 매일같이 뉴스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홍수에도 허덕이는 저는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아요. 그리고 모든 정보가 다 오롯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아니지요. 국가안보 등 긴밀한 몇몇의 것들은 당대에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되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마저도 즉각 폐기해버려 후대에 남겨지지 않게 될 테니까요. 개인정보가 철저히 비공개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구요.(저의 나이, 몸무게 등은 절대!! 개인정보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공개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국가의 정보에서 소외당해서는 안되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 몇몇 공공기관들은 공개가 당연한데도 이핑계 저핑계를 대며 비공개하기가 일쑤입니다. 2년이나 지난 자료도 현재검토중인 사항이라며 비공개하고 있으니 말 다했죠~

이런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물고늘어져서라도 반드시 공개를 받아내야죠. 불필요한 비공개남발은 이 정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저하시킬 뿐이기 때문입니다.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그런데 이렇게 비공개를 남발하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국정원이나 청와대와 같은 특수한(?) 기관은 고사하고 기록관리를 통해 투명한 행정과 역사전승을 구현하겠다는 국가기록원마저도 이러한 실정입니다. 
국가기록원은 2009년~2010년 공공기관의 기록물 보안/재난대책 평가점수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감사감독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공개를 했습니다. 1,2년이 지난 내용을 가지고 업무수행 지장 운운하다니... 국가기록원의 태도는 결코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였습니다. 더군다나 이와 비슷한 내용은 이미 이 전에도 행정심판까지 거쳐 공개판결이 나기도 한 사안이었습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에서는 행정심판청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국가기록원은 이미 패소했던 사안에 대해서 이번에 또 패소한 셈인데요. 패소왕이라는 별명을 붙여드려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서를 보면 “2009년과 2010년에 실시한 기록물 보안대책 및 재난대책 평가점수는 이미 도출되어 완료된 사안으로 공개된다고 해서 행정기관의 업무에 지장을 준다거나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자료다. 오히려 이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에 이바지한다는 정보공개법 취지에 부합하니 정보를 비공개한 국가기록원의 저분은 위법 부당하다” 라고 명시되어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당연하지 않은 과정 끝에 공개된 것이니 씁쓸할 따름이죠.
어쨌든 지리한 시간을 거쳐 공개하도록 결정이 되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볼 수 있겠지요. 

어떤 사람이 정보공개센터를 가리켜 정보 하이에나라고 하더군요. 이곳저곳 정보를 찾아다니기 때문인가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찾는 것은 정보가 아닙니다. 이 나라의 정보는 당연히 국민의 것이라는 국가의 인식이 특정한 정보보다 더 간절하고, 더더욱 반갑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국가기록원이 정보에 대한 인식이, 공개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길 바랍니다. 

* 행정심판위원회 재결서 전문을 올립니다.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