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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관련 정보공개 총정리] 한미 FTA로 드러난 외교통상부의 치부

opengirok 2011. 10. 17. 18:29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한미 FTA에 관한 정보의 불투명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습니다. 한미 FTA가 국가차원의 중대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그에 관련한 온갖 정보들은 제대로 공개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외교통상부는 전문가들이 실익이 거의 없다고, 심지어는 매국적 협정이라고 평가받은 협정문만 덩그러니 던져놓고 “FTA 만이 살길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영토가 넓어졌다”는 식의 이념적 선전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어떤 사실도 없이 구호만 존재하는 정부의 FTA 홍보. 더 이상 FTA는 정책이 아닌 이념이자 교리이다.




“미국이 됐건 EU가 됐건 선진국과 FTA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시장 확대, 교역 확대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후진국이 100% 손해를 보죠. 한국과 같이 뒤떨어진 나라가 차세대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장하준 캐임브리지 대학교 교수-




한미 FTA는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국가 간의 통상협정이기 때문에 정보를 접하는 경로가 무척 폐쇄적일뿐더러 협정의 내용자체도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협상배경, 추진과정, 협상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 비판을 수렴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정보공개를 요구 할 때마다 정부, 특히 외교통상부는 ‘국가의 이익’, ‘국가 간 신뢰’를 운운하며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이번에는 그간 한미 FTA에 관한 정보공개를 되돌아보며 외교통상부와 한미 FTA가 투명성과 얼마나 거리가 멀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FTA에 관한 외교통상부의 연구용역의 비공개 문제입니다. 외교통상부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한미 FTA는 물론, 한 EU FTA까지 다루는 31건의 FTA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외교통상부는 이 연구용역들 31건을 모두 비공개하여 일반인들은 열람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연구를 수행한 기관이나 학자들이 모두 기존에 한미 FTA찬성론자들로 구성된 사실도 문제입니다. 폐쇄적인 것도 모자라 편파적이기까지 합니다.


                   외교통상부가 발주한 한미, 한EU FTA 연구용역 31건 발주, 31건 비공개.


또한 한미 FTA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6년 1년 동안 외교통상부에서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FTA국 6개과에서 생산한 문서는 1208건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헌데 이것들 중에서 공개로 설정된 정보는 87건에 불과합니다. 비공개율이 거의 92%에 이릅니다. 실제로는 ‘업무용 복사지 구입내역’ 같은 부차적인 정보 말고는 공개 가능한 정보가 없다는 말입니다.


2006년 외교통상부 FTA국 생산문서 공개/비공개 분류 퍼센트. 2006년 생산 자료 92%가 비공개이다.


외교통상부에서 FTA 업무를 담당하는 FTA국은 하위 6개 과로 구성되는데, 6개 과가 1년간 생산한 정보가 1208건 밖에 안 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이상한 부분은 FTA국 6개 과가 생산한 1208건의 정보 중 에서 FTA 정책기획과가 생산한 정보가 845건입니다. 나머지 과들이 5개 과들이 1년 동안 생산한 정보가 363건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FTA 정책기획과를 제외한 5개 과는 한미 FTA협상이 분주하게 진행됐던 1년 무척 한가했던 모양입니다. 도대체 2006년을 무얼 하며 보낸 것일까요? 단언 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 추측이 가능합니다. 정말 너무너무 한가해서 정보자체가 생산되지 않았거나 또는 정보를 공개하기 싫고 그래서 정보목록 자체에서도 누락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FTA국은 한미 FTA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2006년 1년 동안 일을 거의 안했거나, 또는 다수의 핵심적인 정보들의 존재조차 공개되지 않도록 FTA국과 통상교섭본부가 엄격한 검열을 행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정보공개센터는 자유무협정체결절차규정(대통령령)에 따라 협상 전략을 검토해야 하는 자유무역협정 추진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재협상이 검토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진위원회의 회기록을 정보공개청구를 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에서는 해당 회의가 개최된 바가 없고 따라서 자료 또한 부존재 한다며 비공개하였습니다. 또한 정보공개센터는 한미 FTA 재협상에 관한 대외경제장관회의 보고문건 역시 공개청구 하였으나 외교통상부에서는 공개될 시 외교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나아가 국가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대외비를 이유로 비공개처리가 되었습니다.

정리해보면 한미 FTA가 얼마나 불투명한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미 FTA에 관해 외교통상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100% 비공개, 한미 FTA 협상 중 외교통상부 FTA국 생산문서 및 생산정보 92% 비공개, FTA 추진위원회의는 개최되지도 않았으며 당연히 관련 회기록은 부존재, 대외경제장관회의 보고문건 비공개이 모두 비공개입니다. 즉 한국은 한미 FTA를 준비·추진·협상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지 않거나 또는 은폐하여 독점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국민의 입장에서 한 마디로 말하자면, 국민들은 한미 FTA에 관해 정부가 내놓는 현안보고나 정책홍보 외에는 합법적인 절차로 어떠한 정보도 취하거나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측 사람들이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정도로 한국은 불리했다 ... 의약품 관련 협정 등 미국은 공정하지 못한 자세로 민주주의 과정을 저해하면서까지 협정을 맺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노벨 경제학상, 세계은행 부총재)-

 

이러한 외교통상부의 폐쇄성, 특히 한미 FTA에 대한 폐쇄성이 기만적이라는 사실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된 미 외교부와 대사관의 전문에서는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FTA 협상과 관련해 언급되고 있습니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경우에는 의약품 수입 및 약가산정과 관련해 “미국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라고 언급되고 있으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와 관련해 쌀 시장 만큼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지키겠다고 다짐했고 협상 후에도 쌀 시장을 지킨 것을 큰 이득으로 자찬했지만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쌀 시장 전면 개방을 약속했다고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김종현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저서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에 자신이 받은 바 있다고 언급하는 미국 정부의 전문직 비자쿼터 서한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바가 있으나 외교통상부는 자료 부존재로 비공개 처리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민변이 청구한 정보공개청구소송 과정에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서한의 사본을 공개해 서한이 존재했으며 외교적으로 중요한 문서를 인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외교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재재협상에 관해)미국이 차근차근 자신의 이익을 챙겨가는 그 시간 동안 우리 정부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바마가 미국의 노동자를 위해 ‘죽도록’ 우리와 싸우는 동안, 이 정부가 한국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인 곧 FTA의 잠재적 피해자를 위해 한 일은 눈곱만큼도 없다”

- 이해영 한신대 교수 -



한미 FTA는 처음 체결된 2007년부터 역진방지 조항, 투자자-정부 제소권, 허가-특허연계 조항 등 독소조항들에 대해 비판 받고 협정 자체의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되어왔습니다. 더구나 올해 1월 드러난 재협상 결과는 여야,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에게 이득이 전혀 없고 실패한 협상이라고 평가 받았습니다. 외교통상부는 정보공개청구를 비공개 처리 할 때마다 ‘국가의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근거를 운운하는데요, 헌데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누가 국익을 위해 노력하고 누가 국익을 현저히 해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은 미무역대표부(USTR) 무역자문위원회, 무역을 위한 농업 기술 자문위원회(ATAC), 산업무역자문위원회(ITAC) 이하 3개 위원회를 두고 협상 전부터 2007년 체결까지 분야별 총 27개의 세부적인 보고서 생산하고 검토한 뒤에 재협상에 임했습니다. 물론 이 보고서들은 USTR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또한 미국내 한미 FTA 반대파들과의 타협의 일환으로 자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연장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습니다. 즉 미국이라고 전적으로 정보공개에 적극적이라고 할 수 는 없지만, 현재의 한국 정부 및 외교통상부와는 확연히 다른 소통구조와 투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미 FTA의 궤적을 추적해 보면 많은 4대 선결조건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전문직 쿼터 서한까지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정보와 기록을 생산하지 않고, 생산하더라도 어떻게든 은폐하는 외교통상부의 행태가 이 모든 의혹을 스스로 만들어 왔으며 굴욕적인 협상결과도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불투명한 한미 FTA, 졸속적인 밀실 협상을 거쳐 굴욕적인 결과로 드러난 한미 FTA는 한국의 어떤 농민도, 노동자도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