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11억 지방사업. 착공도 안하다가 1년만에 33억원으로 둔갑.

opengirok 2012. 7. 12. 15:29

도 류

정보공개센터 이사



-선화갤러리 사업의 부당성 제기-


한 승려 무명화가를 모셔다가 11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선화갤러리”사업의 부당성을 지적한 것이 2011년의 일이었다. 당초 국비는 거의 없이 지방예산 9억원을 전격 투입하여 산림 오지에 전시실(150평) 본관동(30평) 야외공연장(200평) 갤러리와 작업실(2동 100평)등을 거창하게 건립해서 무명화가 승려에게 희사하는 사업이었다. 


그 승려는 화천군과 지역적 출신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어떤 보은의 인연도 없다. 나아가서 그 화가에 대한 미술계의 객관적 평가 자료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또 승려의 신분을 갖추고 있지만 어느 사찰에 머무는 것인지 알 수도 없었고, 나아가 소속 종단 승적 조차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의 무명화가였다. 또한, 사업비 11억5,000만원은 그 산림 오지의 토지매입비용과 시설물공사로 모두 소진될 것이지만, 그 투자의 효율성 역시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화천군의회에서 이처럼 명분없는 사업을 승인을 해주었다는 사실은 더욱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현재 화천군의 지방세수입은 행정운영 유지비조차도 감당하지 못하는 적자 수준이다. 


이러한 명분없는 사업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발표하고 난 뒤, 대내외적으로 각처에서 이 사업의 부당성에 공감하는 분들의 소식이 이어졌었다. 



그리고, 중앙 정부 예산관리 각 부처에 이 사업의 부당성 검토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하였다. 이 사업에 공감하지 못하는 지역여론이 들끓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33억원의 아트빌리지로 둔갑-


7월 9일. 오후 1시무렵 찜통 무더위 속에 춘천으로 가는 도로위에서 KBS강원뉴스를 통해 화천군이 33억원의 아트빌리지사업을 실시한다는 다음의 소식을 처음 듣게 되었다.


<춘천KBS 강원뉴스>

입력시간 : 2012-07-09 (11:30)


화천군이 오는 2014년까지 미술인들을 위한 아트 빌리지를 조성합니다.


33억원의 예산을 들여 화천읍 동촌리 만3천 제곱미터 규모로 조성되는 화천 아트빌리지에는 불화로 유명한 허허당 스님을 포함한 예술인들이 머물며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미술관, 공연장 등 전시실도 마련됩니다.


화천군은 아트 빌리지가 완공되면 이외수 선생의 감성 마을과 더불어 지역의 관광 명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탁균 기자



이 뉴스를 접하고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이랬다. 한사람의 무명화가를 “불화로 유명한 거장”이라는 포장만으로는 부족하니 이제 제한없이 예술인들을 대거 끌어들여 사업의 명분을 세워보자는 꼼수를 부리게 된 것이다.



화천군과 선화예술인 선화갤러리 조성협약식이2011년 12월 5일 군청 회의실에서 정갑철 군수와 군청 및 선화예술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있었다. 화천/김용식 [이미지 출처 : 강원도민일보]




-위화감이 팽배한 “이외수감성마을”. “아트빌리지”는 거대한 복사판-


뉴스에서 관광명소라고 언급한 “이외수감성마을”의 현실은 이렇다.

2005년 전격 시행된 이래 매년 점차적으로 예산 투입을 늘려나가는 변칙적인 수법으로 지금까지 약 80억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된 곳이 “이외수감성마을”이다. 

이를 성공사례로 부각시키기 위해 행정인력과 비용을 지출해가면서 각종 방송 매체를 통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상대적으로, 사실 현지의 많은 주민들에게 특혜성 시비, 위화감으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지역현실이다. 

그 “이외수감성마을”에 투입된 80여억원을 현지 주민들의 농업경영 기반 지원과 복지지원에 사용해왔다면 열악한 농촌 환경의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이 주어질 수 있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뉴스에 보도한 것처럼 “아트빌리지” 사업은 제2의 “이외수감성마을”이라는 것은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1인의 “이외수감성마을” 꼴이 아닌 수십명의 “미술인감성마을”꼴이 될 것이니, 장차 낭비될 예산의 규모가 어떠할지도 알아차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의회 사업검토 없이 일방적인 발표-


화천군의회가 행정집행부의 시녀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 무슨 긴급을 요하는 사업도 아니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뉴스도 아닐찐데, 이처럼 막대한 지방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의회보고 조차 없이 발표하는 것은, 아무리 막나가더라도 도를 넘은 것이다.


그날 즉시 의회를 방문하여 확인해보았지만, 화천군의회 의장단 평의원 어느 누구도 “아트빌리지”사업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듣느니 처음이고 “아트빌리지”가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대한민국 미술인들을 총집합하는 “아트빌리지”라고 하니, 이 사업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략 다음과 같이 검토사항을 요약해보았다.


1. 대한민국의 미술계를 대표할 어떤 단체와 어떠한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 것인지 공개해야 한다.  

 

2. 이 사업에 대한 “타당성검토 용역보고서”도 확인해봐야 한다.


3. 부지 매입에 있어서도 그 산림 오지의 토지가 자산취득차원의 투자가치가 있는 것인지 검토해봐야 한다. 


4. 독창적인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창안해가는 고고한 미술인들이 과연 “아트빌리지”라는 미술인 집합소같은 곳에 모여들 것인가 하는 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고, 또 그러한 미술인들을 대거 집합시켜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성공한 사업인양 홍보하기위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지방예산이 거듭 연차적으로 투입되어야 할 것인지 검토되어야 한다.


5. 동촌리 산림 오지에 그 수십억의 예산을 투자함으로서 지역주민들에게 실제적으로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 답변해야 한다.



-의회기능을 존중하는 행정운영이 요구됨-


끝으로 행정집행부는 화천군의회를 존중해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열악한 농촌환경 속에서 살아온 출신들이기에 학식이 넓지 못해 의회를 운영하기에는 소양이 너무도 부족한 의원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회기능과 절차를 무시하고 행정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사업추진을 선언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가 견지하는 법질서에 어긋나는 일일뿐만 아니라, 의회와 주권을 가진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1억5,000만원의 “선화갤러리”가 착공도 안하다가 1년 만에 33억원의 “아트빌리지”사업으로 둔갑하여 화천군 예산을 집어 삼키려 하고 있다. 7월 20일부터 개회되는 화천군의회 예결위에서 이 사업의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7인의 의원만이 이 사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함께 해야 한다.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냉정한 평가가 의회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