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국회 ‘잇속 챙기기’ 낯뜨겁지도 않나

opengirok 2013. 3. 27. 13:22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국회는 실로 엄청난 권한을 가진 곳이다. 법률을 만들며, 예산을 심의하고, 국정 전반에 대해 감사를 한다. 국회의원의 권한은 더 막강하다. 면책특권, 불체포특권으로 무장되어 있으며 국회의원을 단 하루라도 하면 65세 이후에 종신토록 120만원 연금을 받는다. 권한이 많으면 책임도 따르는 법인데 그 실태는 어떠할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이런 문제를 밝히기 위해 국회와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 분석과 정보공개청구를 해왔다. 그 결과 결론은 국회는 자의적 비공개 처분을 남발할 뿐만 아니라, 공개한 결과도 경악스러운 내용이 많다. 최근 국회에서 눈에 띄게 늘어나는 문제 중 하나는 낯부끄러울 정도로 자신들의 문제를 챙긴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는 연수원을 강원도 고성에 부지면적 12만9413평, 건립예산 총 430억원을 들여 대규모로 짓기로 했다. 워낙 규모가 크니 이례적으로 기획재정부는 336억원 규모로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 연수원을 짓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는 기존 연수원 사용 용도를 분석해보면 알 수 있다.

기존 국회 연수원으로 사용하던 강화 연수원의 2012년 사용 건수는 총 582건, 3638명이었다. 그런데 이 중 96%가량인 561건, 3320명은 가족모임과 휴양 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및 연수 목적의 방문은 21건, 318명에 불과했다. 국회 연수원의 사용 목적은 사라지고 아예 강화 연수원을 국회 직원들의 휴양소로 쓰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강원도 고성에 또 다른 연수원을 혈세를 들여 신축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

또 다른 예를 보자. 2013년 국회는 제2어린이집을 준공한 지 3년 만에 제3어린이집 신축예산을 편성했다. 2014년 5월까지 총 25억 6300만원을 들여 제3어린이집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제1, 제2어린이집을 합쳐 정원이 290명인데 대기자가 260명이라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어린이집 대기자 수 상위 10개 지역은 평균정원 약 2500명에 평균대기자 수는 약 7200명에 이른다. 그런데 국회에서 배정하는 우리나라 전체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예산은 4년째 19억8200만원에 머물고 있어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또한 국회는 피감기관에 대해서는 공개에 대해 핏대를 올리지만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일관한다. 정보공개센터가 지난 2월 12일에 공개한 <2010~2013 특정업무경비 예산현황>에 따르면 국회는 2010년 112억, 2011년 123억, 2012년 177억, 2013년 178억여원의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편성했다. 그런데 이 중 국회의장, 부의장이 사용하고 있는 특정업무경비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제 안 쓰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러울 뿐더러, 모호한 명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회의장, 부의장과 상임위별 활동비는 공개하면 국익을 침해할 이유가 있다며 비공개했다. 국정감사 및 각종 인사청문회에서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라고 외치던 국회의원들의 패기 있는 모습 뒤로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듯 자기잇속 챙기기, 비공개처분을 남발하는 국회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향후 국회 개혁방안에 이 문제가 더 활발하게 논의되길 바란다.


*이 칼럼은 3월 25일자 [주간경향] 제1019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