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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의 권고도 무시, 귀 닫은 병원들

opengirok 2013. 5. 29. 14:00

2010년 12월 21일. 서울시(오세훈 전 서울시장) 발가벗은 아이의 합성사진을 사용한 무상급식 반대광고를 냈다. 이후 해당 아동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가 논란이 되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11년 7월 11일 이 광고가 해당어린이와 그 보호자의 자기결정권 및 인격형성권 등 인권을 침해한 행위라 결정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권고후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서울시는 이 건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국가인권위에 정보공개청구 해 받은 <2011-2012 인권침해 및 차별에 대한 권고내역>에 따르면 해당 권고 건이 아직도 “검토중” 인 것으로 확인된다. 

인권침해 건에 대해 수용, 불수용 등 권고에 대한 어떠한 조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아무런 수용여부도 밝히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는 건은 전체 권고 현황의 10%에 달한다. 


인권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년간 인권위가 권고한 내역은 총 679건이다. 이 중 권고내용이 수용된 건은 총 407건으로 전체의 60%다. 이밖에 일부수용이 150건, 불수용이 40건, 기타 12건, 검토중이 70건이다. 



인권침해 및 차별 권고내역 이행현황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수용해 조치를 취하는 곳은 전체의 6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불수용 혹은 일부수용에 그친다. 그리고 전체의 10%는 앞서 본 사례처럼 “검토중”으로 인권위의 권고 자체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 기관에 정신병원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병원의 경우 대부분이 구금시설이어서 입원을 하고 있는 당사자가 인권침해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된다. 


실제로 권고사항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집계되는 70건의 침해사례 중 병원에 해당하는 것은 33건으로 전체의 47%에 달한다. 이들 중 대부분이 부당입원, 강제입원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다. 


인권침해 및 차별 권고내역(병원 사례)



이 중 가장 기간이 오래된 건은 2011년 6월에 의결된 권고다. 2년 가까이 해당 건에 대해 검토중이라는 얘기다. 이는 실질적으로는 권고사항을 수용할 의지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처리를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걸까?


이는 인권위의 권고가 말 그대로 권고에 그칠 뿐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법적 효력 없는 솜방망이 권고에 그치다보니 수용율이 60%에 불과하고, 병원 등 사설기관에서는 아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등 인권위의 권위가 떨어지면서 인권 권고 수용율이 더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인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권이다. 

또한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가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인권이 유린되고, 침해당하고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소수자이고, 기본적인 사회적 보장에서 배제된 사람들이다. 

그들이 처해있는 인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힘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인권침해 구제에 대한 권한이 없고, 식물인권위라 불리는 등 위상조차 낮아진 지금의 인권위로서는 한계가 있다. 


허수아비 인권위가 솜방망이 권고만 휘두르는 사이에도 인권침해는 지속되고 있다. 



인권침해 및 차별 권고내역 및 이행현황(2011.1.-2012.12.).x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