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회의록 실종’ 특검서 진상 밝혀야

opengirok 2013. 7. 24. 10:51

하승수 변호사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




“어쩌다가 이런 일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당연히 국가기록원에 있을 걸로 생각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없다고 한다. 이 회의록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열람을 결정했던 국회는 ‘회의록 실종’의 책임을 둘러싸고 또 다른 정쟁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런 소모적인 정쟁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피곤한 일이다.


문제를 다시 정리해 보자. 지난 대선 당시에 새누리당 측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에서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반박했다. 그런 논란 속에 지난 6월 국가정보원은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던 회의록을 공개했다. 외교·안보상의 중요한 문서가 순식간에 일반 문서로 전환되어 공개된 것이다.


그 직후부터 국가기록원에 있어야 할 회의록 원본 열람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의원은 회의록 전면 공개를 제안하고 나섰다. 그 결과 지난 2일 국회는 회의록 원본 열람을 의결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런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 그 방법은 특별검사 제도 도입뿐인 것 같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는 감사원이나 검찰에 맡기기도 어렵다. 특별검사는 단지 회의록 실종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회의록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도 수사해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


첫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기록물로 생산된 후에 사라졌다면, 이것은 국가기록물 관리체계를 뒤흔드는 사건이다. 대통령기록물을 포함한 국가기록물은 어느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것이다. 그래서 기록물을 무단폐기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라는 국가 중요기록물이 사라진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 정치권에서 더 이상 논란을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지켜보는 국민들만 피곤하게 하는 일이다. 진상을 밝히는 것은 특별검사에게 맡기고,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옳다.


둘째, 특별검사는 회의록의 불법적인 유출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야 한다. 지금의 논란은 새누리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당시에 회의록을 입수해서 본 것인지, 보았다면 어디에 있는 회의록을 어떻게 본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만약 회의록이 불법적으로 유출되어 정치적으로 사용되었다면, 이것은 국가기록 관리의 문제를 넘어 국가시스템 전체를 뒤흔든 문제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특별검사의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비밀로 분류된 기록물이 불법으로 유출되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는 별개로 국가기록물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개혁조치가 필요하다. 지난 정권에서부터 대통령기록물의 이관·관리와 관련된 여러 허점들이 드러났다. 정권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기록물은 온전하게 이관되고 관리되어야 하지만,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기록물 관리체계는 흔들려왔다.


국가기록물 전반을 관리하는 부서인 국가기록원의 독립성·전문성 부족도 문제이다. 이번에도 충분한 검색작업 없이 섣부르게 ‘회의록이 없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국가기록물 관리를 책임질 독립기구를 만드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기록학계나 시민사회에서 주장해왔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문제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낳는 것을 보며 참담함을 느낀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은 이렇게 다른 이슈에 묻혀 지나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드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의록 진상규명 문제는 특별검사에게 맡기고,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정치 개입을 뿌리 뽑는 것에 힘을 모아야 한다.


* 이 글은 경향신문 시론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