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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가 적폐를 불러왔다는 대통령비서실의 충격적 연구용역

opengirok 2015. 3. 19. 18:20


(사진=YTN)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각종 담화와 신년사 등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적폐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부응이었는지 최근 발탁된 이완국 국무총리는 총리 취임 직후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또한 연이어 한국석유공사, 포스코건설, 경남기업, 일광그룹 등의 압수수색 등 전면적인 유착비리 및 재계 비리수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대통령비서실에서 발주한 의미심장한 연구용역이 발견되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15일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 프리즘에서 ‘적폐의 성격 규명 및 국민 인식 분석을 통한 효율적 해소 방안 연구(적폐 척결을 위한 전략보고서)’라는 정책 연구를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는 대통령 비서실에서 지난해 11월 1일 발주했고 ‘KDN’이라는 곳에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연구는 발주된 지 약 1개월 하고 2주 뒤인 12월 16일 제출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했던 적폐 해소를 직접적으로 다룬 연구라는 점,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이 직접 발주한 연구라는 점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통상적으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정책개발을 위한 보고서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정보공개센터가 내용을 직접 살펴봤습니다.





연구를 직접 살펴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정부에 의해, 그것도 대통령비서실에 의해서  진행된 연구가 일말의 객관성을 지닌 체계적인 연구라기보다 그저 주관적인 주장만 요약해 늘어놓고 있는 웅변식 발표 자료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한국의 적폐를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국가주도 압축성장 과정에서 엘리트 관료와 시장엘리트 들의 유착에 의한 화이트칼라 범죄들로서 적폐, 그리고 민주화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이익집단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떼법’이라는 악습으로 정착되며 발생하는 적폐를 한국의 적폐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정경유착, 공직자들과 기업들의 유착과 비리들은 적폐임이 분명하지만 이 연구는 특정 사례 하나도 정확히 소개하고 있지 못합니다.





또한 이 연구는 민주화를 기점으로 시민사회와 노동조합 등 다양한 사회세력이 활발하게 활동하게 된 것에 대해 떼법과 악습이라고 폄훼하고 왜곡하는 부분도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연구가 소개하고 있는 해외의 적폐척결 사례 역시 편파적이고 주관적 입니다. 연구는 영국 대처 전 총리가 탄광노조의 파업에 대해 강경하게 진압하고 파업을 종료시킨 사례,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이 항공관제사파업에 대해 파업에 복귀하지 않은 1만 여명의 노조원을 파면한 일을 본받을 만한 사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역사적으로 이미 악명을 떨친  노동자 및 노동조합 탄압사건으로 언급되고 있는 사건입니다.


대통령비서실이 발주하고 KDN이라는 정체모를 민간 연구기관이 수행한 이 연구용역이 앞 서 설명한 바와 같이 황당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음에도 결코 가볍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적폐 해소’를 언급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무총리와 검찰은 비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정부가 다음으로 해소될 적폐로 시민사회단체들과 노동조합을 염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적폐 척결을 위한 전략보고서(2014년 최종제출).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