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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7만 원에 방사능 피폭, 이런 알바도 있다

핵발전소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언주 활동가


파랗다는 표현보다는 검푸르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던 죽변의 바다. 6일째 자전거여행 중인 세 명의 청년들을 만났던 고즈넉한 임랑해변,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파랗던 정자해변과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던 나아해변. 울진, 고리, 월성 핵발전소로 가는 길. 


늘 예상치 못한 풍경들을 마주했다. 발전방식의 특성상 바닷가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핵발전소. 작은 마을 골목골목을 지나 그 거대한 건물이 보일 즈음 바닷가 앞에 섰을 때 이상하게도 미안했고, 먹먹한 느낌이었다.



▲  이상할 정도로 평온한 풍경 속 또 하나의 공통점은 늘 그렇듯 송전탑이다. 월성핵발전소와 송전탑이 보이는 나아해변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후쿠시마핵발전소가 폭발하는 것을 보고도 여전히 우리는 핵발전소의 안전을 우연에 기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핵발전소가 사고가 나지 않도록 기도만 하면 되는 것인가? 송전탑건설반대를 위한 싸움을 해온 밀양의 할매들은 한국탈핵운동의 핵심이 되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균도의 아빠는 핵발전소가 지역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수원을 상대로 오랜 싸움을 이어왔다. 묻고 싶어졌다. 


왜 우리는 방사능에 오염된 고등어나 명태가 수입되는 것은 걱정하면서도 초고압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이 되지 못하냐고. 당장 전기사용의 불편함은 걱정하면서 왜 수 십년간 핵발전소를 끼고 살아야 하는 지역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하냐고. 핵발전소는 재앙적인 사고의 위험뿐만 아니라 안전의 문제이고, 삶의 문제이고, 민주주의의 문제이고 모든 차별의 상징이 집합해 있다.


핵발전소에서 노동하는 '사람'


핵발전이 만드는 수많은 문제 속에서 자꾸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핵발전 노동의 문제였다. 우라늄을 채굴하는 순간부터, 운반하고 성형하는 과정, 발전소를 건설, 가동하고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순간까지 그 과정에는 '노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탈핵을 주장하면서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은 늘 부족했다. 


핵발전 노동을 주제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4년 봄에 시작된 고민으로 9월에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정보공개센터를 중심으로 몇몇 단체가 함께 '한-일 핵발전 노동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일본과 한국의 핵발전노동의 현실은 노동기본권, 다단계하청, 피폭의 문제 등 많이 닮아 있었다. 그동안 관련 조사나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에 핵발전 노동을 어떻게 규정하고 접근해야 할지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했다. 


우리는 핵발전소라는 건물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최하층에서 일하는 사람들, 하청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에 초점을 맞췄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최원식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4년 7월 기준 4개의 발전본부(울진, 영광, 고리, 월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만9693명이다. 이중 한수원 정규직이 6771명 (전체의 34%), 비정규직은 1114명(직접고용 81명, 간접고용 1033명으로 6%), 사내 협력업체(하청업체) 노동자는 1만1808명(60%)이다.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전체의 절반이상이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이거나 비정규직노동자라는 것이다. 한수원에서 연도별 협력업체 현황을 관리하고 있지 않아서 이마저도 정확한 데이터라고는 할 수 없다. 중요한 건 노동자의 이야기였다.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피폭의 위험은 없는지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4개 발전본부(고리, 영광, 울진, 월성)의 방사선안전관리, 청소, 경상정비, 특수경비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노동자,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만났다.


10년을 넘게 일해도, 숙련 노동자여도 '비정규직'


핵발전소노동자들을 처음 만난 건 2014년 5월이었다. 경북 울진에서 한수원, 한전kps, 비정규직(한전kps 하청), 방사선안전관리 등 다양한 고용형태로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사인 한수원이나 사측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한수원과 한전kps 정규직노조에 대한 아쉬움도 큰 듯했다. 


노동조건이 원청사 정규직 직원들보다 열악한 수준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자들끼리의 차별로 상대적인 박탈감도 컸다.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의 갈등은 핵발전소의 문제만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현실이 그러니까 말이다. 불만 섞인 말들도 오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명의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은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이다. 현재 핵발전 노동의 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핵발전소의 안전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원자력발전소라는 게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정비업체의 경우, 적재적소에 신속하게 처리를 해야 합니다. 그런 부분들은 경험을 통해서 나오는 겁니다. 10년 이상 경험하신 분들이 주르륵 있는데 그런 분들은 숙련도가 더 높은데도 비정규직입니다. 그런 분들이 계속 비정규직으로 남는 것은 잘못된 제도인 거죠. 이런 것은 한수원노조가 함께 싸워줘야 합니다."(2014년 5월 17일 울진 핵발전소 노동자 간담회)


원전사고 발생시, 수습은 누가 합니까


옅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영광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 노동자 6명은 서울 한수원 본사 앞에 있었다. 원청사인 한수원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했던 13명 중 7명은 광주지법에 '전보발령금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원직 복직되었다. 용역업체가 계약만료로 변경되는 시점에서 소송에 참여한 나머지 6명만 고용승계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들은 지위확인 소송을 했다는 이유로 당시 상급노조였던 한국노총에서도 제명되었다(그들은 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비정규직지회 소속이다).


1년 동안 싸움을 하는 중에 한수원에서는 11명의 정규직직원 채용공고를 냈다. 하지만 이 6명의 노동자는 채용에 응시하지 않았다. 그들의 싸움은 전체 비정규직노동의 정규직화였지 본인들의 고용보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6명 중 몇몇은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  2014.8.21 영광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노동자들이 한수원 본사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10년 넘게 일하면서 고용승계로 회사가 다섯번 바뀌었어요. 회사입장에서는 원청사에서 내는 용역만 따내면 되기 때문에 고용의 유연화로 이익은 이익대로 취할 수 있죠. 방사선안전관리업무는 직접고용형태로 바뀌어야 해요. 안전관리를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하면 숙련노동을 보장할 수 없으니까.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세요. 수습작업을 누가 하겠어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에요. 나는 반핵을 주장하지는 않아요. 발전소 문 닫는다고 해서 걱정되지도 않아요. 후쿠시마의 경우도 사고 이후 발전소가 멈췄지만 방사선안전관리인력은 더 늘어났고 우리나라도 발전소를 안전하게 폐로하면 폐로인력은 더 늘어나게 돼있어요. 문제는 그 전이죠. 좀 더 안전하게 발전소관리를 했더라면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까요? 우리나라 발전소가 안전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누가 책임지겠어요?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탈핵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돼죠" (2014년 8월 21일 울진 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 노동자 인터뷰)



제염작업을 그냥 걸레질인줄 안다


2015년 5월,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를 지나 임랑마을에 도착했다. 고리1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한 이슈가 한창이었던 터라 '고리1호기 폐쇄하라'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붙어 있었다. 임랑마을회관에 있는 노조사무실에서 방사선안전관리노동자를 만났다. 평균 근속년수가 10년 이상 된 노동자들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은 영광과 같았다. 


계측제어 쪽 노동자는 기술등급이 초급-중급-고급 기능사, 고급기술자 등의 단계로 점점 상향되어 왔다. 기술등급에 따라서 입찰이나 임금조건이 달라지는데 방사선안전관리는 기술등급이 20년 넘게 오르지 않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처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핵발전소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방사선안전관리를 단순 업무로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리와 신고리 핵발전소 전체의 방사선안전관리용역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노동자가 350여 명 정도이다. 3년마다 업체가 바뀌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근속을 인정받을 수는 없다. 근속년수를 인정받지 못하니 근속수당이나 은행대출도 어렵다. 불안정노동은 그들의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수원 정규직과 하청업체 노동자의 임금차이가 두배 이상입니다. 발전소마다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10년을 일해도 연봉이 3000만 원이 안 돼요. 하청업체 입찰시 최저가 입찰을 하기 때문인데 이런 업계의 관행 문제가 정말 큽니다. 하청업체나 원청사인 한수원이 우리를 기술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예요...걸레질하는 걸 제염작업으로 보지 않고 그냥 걸레질하는 건 줄 알아요... 고리1호기를 폐쇄하면 폐로산업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것에 대한 걱정이 있어요. 만약 지금처럼 무분별한 경쟁입찰 문제나 노동조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자리만 생기겠죠. 폐로산업에 대한 기대는 사실 없어요."(2015년 4월 24일 고리 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 노동자 인터뷰)


지역경제 활성화? 몇몇만 배불리는 시스템


월성에서 만난 비정규직노동자는 청소, 경상정비, 특수경비 업무를 하는 노동자였다. 월성핵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90%가 지역주민들이고 공공비정규직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노동자가 370여 명이다. 노조에 가입되어 활동하기까지는 고용승계도 되지 않았고 임금수준도 현저히 낮았다. 그나마 노조가 생기고 임단협을 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노동자 대부분이 1년마다 업체가 바뀐다. 


배불리는 것은 지역업체들이다. 한수원이나 정부는 지역경제를 위해서 지역우선입찰제를 적용한다는데 여기서 업체들끼리의 담합문제가 발생한다. 이름만 다르지 업체끼리 서로 가족관계인 경우가 허다하다. 입찰뿐만 아니라 발전소에서 쓰이는 자재납품도 독점하고 있다. 핵발전소가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지만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고 몇 명의 토호세력들이 배불리는 구조다. 


이럴 거면 차라리 전국입찰을 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계획예방정비시기에는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뽑는다. 방사능 피폭이 심한 곳은 일당 7만 원, 피폭의 위험이 좀 덜한 곳은 6만 원 정도다. 


건설현장 막노동보다는 덜 힘들고 일급은 높은 편이라 청년들도 많이 지원하는 편이다. 계획예방정비 일을 해본 사람들이 지역하청업체에 노동자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위험하고 질 나쁜 노동이 이어지고 있다. 


"하청을 없애고 직고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정부나 한수원은 지역경제 활성화한다고 지역 업체를 우선적으로 입찰한다고 하지만 실제 지역주민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하나도 없어요. 몇몇 업체들끼리만 담합하는 게 심각해요. A업체의 사장이 B업체 사장과 부부관계이거나 C업체와는 사촌관계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족끼리 갈라먹는 시스템이에요. 구조적인 문제는 비정규직에 대한 설계가 전혀 잡혀있지 않다는 거예요. 고용승계자체가 안되니까 1년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는 노동자들도 있어요. 상여금이란 걸 받아 본 적이 없어요. 상여금 좀 달라고 했더니 참기름 두 병을 주겠다더라구요. 그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 (2015년 6월 6일 월성 비정규직 노동자 인터뷰)


노동의 정상화 없이 핵발전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 


2014년부터 현재까지 핵발전소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 죽음 이후에도 차별은 존재했다. 같은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났지만 원청사의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장례절차나 보상처리는 달랐다.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만났던 비정규직노동자,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는 '차별'과 '안전'이었다. 


원청사의 퇴직자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하청업체, 입찰과정에서부터 정당하지 못한 시스템, 임금과 복지 등 노동조건의 차별,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공간도 없는 노동환경, 대체 인력이 없어 안전교육도 받을 수 없고 장시간 고위험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핵발전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탈핵까지는 아니더라도 핵발전소가 안전하게 유지,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고는 어떤 이유로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핵발전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아주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복잡하고 거대한 건물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수백 수 천명이 피폭의 위험을 감수하고 노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의 안전을 필요로 하는 핵발전소를 비정규노동에 맡기는 것이 옳은가? 어떤 이는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정규직이 아니었냐며, 고임금을 받으면서 안전하게 일하는 게 아니었냐고 물었다.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차별이 존재하는지, 노동기본권이 보장은 되고 있는지, 안전의 위험은 없는지, 현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제 우리는 핵발전소의 안전을 우연에 기대할 것이 아니라, 노동의 정상화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탈핵을 주장하기 위해 그곳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알아야 한다. 핵 발전도, 탈핵도 결국 노동 없인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기사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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