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지난해 12월 최고조에 달했다. 바로 그 시기에 광역지자체들이 2009년 공무국외여비 예산을 확정하면서 해외연수·출장비를 잔뜩 부풀려 놓았다. 각 시·도의회 의원들에게 세계와 우리나라의 경제적 고통은 알 바 아니었다. 16개 광역단체 중에 13곳이 '세금으로 관광간다'는 비난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줄줄이 외국행=지난 8일 서울시의회 건설위원회 의원 7명이 뉴질랜드의 도시 건축물과 수력발전소 등을 살펴보기 위한 해외 시찰을 다녀왔다. 싱가포르까지 포함해 방문 일정은 총 8박9일이었다.
건설위에 이어 6월에는 환경수자원위원회가 해외에 나갈 예정이다. 앞서 1월에는 행정자치위원회가 7박9일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왔고, 지난달에는 보건복지위원회가 독일 스페인 등을 방문했다. 각각 '선진도시 비교시찰' '선진국 장묘문화 및 사회복지 제도 실태 파악'이 목적이었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지난해 공무국외여비로 쓴 돈은 총 1억6320여만원. 올해는 이보다 54% 가량 늘어난 2억5077만여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대구·울산시의회와 전남·제주도의회 의원 일부도 올 들어 일찌감치 외국을 다녀왔다. 대구시의회 의원 2명은 각각 3, 4월 호주 뉴질랜드와 일본을 다녀왔고, 건설환경위 소속 의원 3명은 24일 유럽으로 해외 시찰을 떠날 계획이다.
울산시·전남도의회도 각각 의원 2명이 일본과 중국 이스라엘을 다녀왔다. 제주도의회는 총 9명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를 돌아봤다.
전남도의회의 경우 올해 공무국외여비 예산이 1억2200만원으로 서울 충남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그러나 전남도는 재정자립도가 19.4%로 16개 시·도 가운데 꼴찌다.
충남도의회는 지난해 공무국외여비 미집행분 6840만원을 올해 예산에 반영, 논란이 예상된다. 전년도에 미집행된 예산은 원칙적으로 불용액 처리되기 때문이다.
도의회 관계자는 "올 예산에 지난해 미집행분을 합쳐 국외여비가 총 1억6000여만원"이라며 "지난해 못 쓴 돈을 올해 이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경남·북도,충북도는 삭감 행보=반면 경기도와 경남도의회는 올해 해외연수·출장 예산을 삭감 편성했다. 특히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지출액보다 86%나 줄였다.
이태순 도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은 "나라도 어려운데 우리가 솔선수범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공무국외여비를 삭감 편성한 것은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삭감 계획은 "글쎄"=앞으로 한두차례 예정된 추경예산 때 국외여비를 삭감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방침을 밝힌 곳은 하나도 없었다. 시·도의회 관계자들은 "의원들이 결정할 문제로, 아직 그런 논의는 없다"며 "경제 상황을 보면서 하반기쯤 나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각 시·도의회는 올해 공무국외여비 예산에 대해 "행안부의 예산편성 기준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의원 1인당 연간 편성 한도액(의장·부의장 250만원, 의원 180만원)과 30% 추가 편성 지침에 맞춰 예산을 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기준경비일 뿐이다. 행안부가 정한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지자체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전국 16개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가 50%대를 밑도는 상황에서 해마다 수천만원씩 해외연수 비용을 지출하는 건 사회적으로 큰 낭비"라며 "의정활동 목적에 맞게 예산이 쓰이도록 주민소환제 등 견제가 보다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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