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천안함 유언비어는 국민불안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opengirok 2010. 5. 28. 13:51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최근 검찰과 경찰이 천안함 관련해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자들을 엄청 대처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게다가 정운찬 총리는 전 부처에 인터넷 등에 유포중인 유언비어를 단속 하라고 지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네르바를 구속시켰던 전기통신기본법,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의 법규를 적용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유언비어라는 단어가 이렇게 널리 퍼지는 것을 보면서 과거의 추억을 한 가지 얘기해볼 까 한다. 군사정권 시절이었던 시절, 필자는 대구에서 초등학교 다녔다. 당시 데모는 하루를 멀다하고 일어났고, 최루탄 냄새는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특히 경북대학교 뒤에 있었던 우리 동네는 최루탄 냄새로 엄청난 고통을 당했다.

그 당시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돌아다닌 적이 있다. 아주 무섭게 생긴 할머니 괴물이 밤마다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을 잡아먹는 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말도 안되는 소문이었지만 이 얘기는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퍼져나갔다. 당시 이 소문이 얼마나 심각하게 퍼졌으면, 밤에 부모님 심부름으로 가게를 다녀오거나 집에 혼자 있는 친구들은 거의 아노미 상태에 빠질 정도였다. 심지어 이 소문의 심각성으로 학교 선생님들까지 나서서,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아이들을 달랠 정도였다. 당시 흉흉했던 사회상을 반영하는 유언비어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우스운 유언비어부터 심각한 유언비어도 많다. 1998년 IMF 시절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고 대구, 경북에서는 엄청난 유언비어가 돌아다녔다. 당시 IMF 여파로 지역 기업들이 줄 도산 했었는데, 그 부도가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 기획했다는 것이다. 김대중이 대구를 죽인다는 유언비어는 정권이 지속 되는 줄곧 퍼져 나갔던 것 같다. 반면 광주를 중심으로 전라도는 기업들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유언비어가 넘쳐났다. 특히 이런 유언비어들은 지역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많이 유포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김대중 정부에서 대구사람들을 처벌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 이외도 우리사회는 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온갖 유언비어들이 돌아다녔다. 그럴 때마다 정권에서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자들을 처벌했으면 우리사회에는 엄청난 전과자들을 양산했을 것이다.

그러면 유언비어는 무엇이고, 유언비어는 왜 나타나는가? 포털사이트에 유언비어라는 단어를 기입해보니 재밌는 검색결과가 나왔다.

“유언은 민중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가는 정보이다. 유언비어는 커뮤니케이션의 회로가 자유롭지 못하고, 또 일방적 커뮤니케이션만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생겨난다. 그 같은 사회에서는 권력 편에 유리한 정보만이 민중에게 전달되므로, 그러한 정보로 현실적인 사건들이 합리적으로 해석될 때에는 생겨나지 않지만, 정보와 현실 사이에 갭이 있을 때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불안해져 현실을 어떻게든 해석하기 위해 갖가지 정보를 만들어 내게 된다.(두산 대백과 사전, 네이버 검색)

검색결과 처럼 유언비어는 커뮤니케이션이 쌍방향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흐를 때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면 정부는 이런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우선일까? 이런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해 투명한 정보공개가 우선일까?

당연히 국가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유포되지 않도록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면 천안함과 관련해서 왜 유언비어가 이렇게 넘쳐나는 것일까? 일부 양식 없는 세력들이 국가를 전복하고 불안에 떨게 하려고 그러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일반시민들은 본인이 보고 들은데로 사건을 재구성 하며, 그것이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적당히 머물려 새로운 정보를 양산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는 역사 속에서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유언비어들이 구전으로 흘러 다녔지만 요즘은 게시판, 메신저, 트위터 등을 통해서 퍼져나간다. 과거와 다르게 이런 공간들이 바로 시민들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끔은 이런 유언비어들이 사실로 밝혀질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유언비어들을 이런 공간에 남긴다고 해서 처벌한 다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 될 수 있다.

천안 함 사건은 정부와 국방부 스스로 반성해야 할 지점들이 많이 있다. 국방부는 사건 초기부터 군사기밀을 운운하며,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사건 초기 시민단체들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전면 비공개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군사기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비공개의 실익보다 공개의 실익이 더욱 클 때는 공개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영국에서는 공익검증제도로 비공개 및 비밀기록도 공개의 실익이 클 때에는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우리나라 군사기밀보호법에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거나 공개함으로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을 때는 군사기밀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행태를 되돌아보지 않고,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자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물론 신분을 사칭하거나,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장들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공권력을 사용해 처벌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유언비어는 국민들이 불안 해 하고 있다는 또 다른 표현의 방식이다. 불안 해 하는 사람에게 위로를 하지 못 할망정 그 불안감을 처벌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유언비어를 잠재워 나가야 한다. 처벌한다고 유언비어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대단히 순진한 생각이다. 당장의 효과는 있을지 모를지언정 유언비어는 우리사회에 더욱 퍼져나 갈 것이고, 우리 사회는 더욱 불안감에 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