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공공기관 상품권 구입 ‘부패’로 이어질라

opengirok 2013. 4. 24. 13:24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고 발표한 후 개혁작업이 뒤를 따르고 있다. 지하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상품권인데, 상품권을 구입한 뒤 다시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은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백화점 상품권 같은 경우 선물로 받고 이것을 다시 되팔아 현금화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공금으로 이루어지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얼마 전 호텔신라 직원이 회사 소유 상품권 7만장을 깡을 해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실형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상품권의 편리성 때문에 공공기관에서도 대량으로 상품권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상품권 관리에 대한 내부 규정이 허술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아 언제든지 사적 편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최근 이와 관련되어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다.





박광태 전 시장은 재임 시절인 2005~ 2009년 총무과 의전팀 직원을 시켜 법인카드로 145차례에 걸쳐 사들인 20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10%의 환전수수료를 주고 현금화하도록 해 광주시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얼마 전에는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혐의로 박 전 시장 재임시절 비서실장 2명과 전 의전담당 직원 등 모두 3명이 추가적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금액도 그렇지만 관련 공무원까지 동원해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본인은 사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상품권 구입방식과 깡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이런 사례는 아주 많다. 최근 안전행정부가 산하기관인 이북5도위원회를 감사하면서 공개한 문서를 보면 놀라운 내용들이 있다. 이북5도위원회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수억원(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음)의 신세계 상품권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5000만원 이상 상품권을 구입할 때는 안전행정부 일상감시 지침과 경쟁입찰이 의무화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절차를 간단히 무시한 채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입했다.


더 큰 문제는 지급방식인데, 이북5도위원회에서는 주관하는 교육 또는 행사에 참여하는 이북5도민에 대하여 상품권을 지급하면서 지급 대상자의 인적사항 및 지급금액의 서명날인을 받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결과로 북한 이탈주민 통일학교 한마음 축제 행사에 참여한 이북 도민 수십명에게 이중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 행사에 참여한 용역업체 종사자들에게도 상품권을 별다른 근거 없이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국가 공금으로 행사 참여자들에게 퍼주기를 한 것이다.


감사 결과로 드러난 것을 제외하고도 상품권 관리가 제대로 되었는지 여부를 추가적으로 조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안전행정부는 이런 위법한 사실을 밝혀내고도 단순 주의조치로 마무리했고 감사원 감사 요청 등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위의 사례를 볼 때 국가 공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아주 예외적으로 구입할 경우에도 매우 엄격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감사원은 전국적으로 공공기관의 상품권 구입 및 사용내역을 조사해 부패사실이 없는지 밝혀내야 할 것이다. 공금 지출의 편리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부패성이 높아지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