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방사능괴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opengirok 2013. 9. 5. 10:22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



“저는 원전사고 때문에 방사능을 뒤집어쓰게 됐습니다. 저는 몇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 제가 결혼할 수 있을까요? 저도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요?” 후쿠시마 지역의 어린 소녀가 어른들에게 묻는다. 


“nuke me baby. 핵이 얼마나 위험한지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이 할아버지가 정치적 설교가 아닌 음악으로 영감을 주고 싶었어요.” 음악인 한대수는 얼마 전 새노래를 불렀다. 그는 노래를 통해 핵발전과 핵무장에 혈안이 되어있는 세상을 비판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났다.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유출되었고, 일본 내 피해가 심각하다. 사고 주변 지역에서는 이제까지 본 적 없던 기형의 동식물들이 나타났다. 후쿠시마 지역 어린이의 세 명 중 한명은 갑상선암 이상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사고는 한차례로 끝나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미래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재앙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방사능에 대한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일본의 바다와 우리나라의 바다는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 잡힌 물고기들은 우리나라로 버젓이 수입되어 식탁에 오른다. 아이들의 급식으로도 사용된다. 얼마 전에는 후쿠시마 원전 냉각수 저장탱크에서 300톤의 고농도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되기도 했다. 일본수산물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민들의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방사능위험에 대해 적극적이고 쉬운 설명이 있으면 좋겠지만, 정부가 하는 이야기는 쉽게 찾기도 힘들뿐더러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어려운 용어들로 가득하다.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성인 1인에게 1년 동안 허용된 방사능피폭의 기준치는 1 mSv이며 현재 우리나라의 식품방사능기준치는 370 Bq/Kg, 수입되는 일본수산물에 대해서는 100 Bq/Kg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모두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고 있으니 ‘안전’하다고 한다.


식약청에서 공개한 방사능기준치 자료. 검은 것은 글씨.흰 것은 여백.



하지만 사람들은 정부가 말하는 안전에 대해 선뜻 신뢰하기가 어렵다. 일단 그들의 말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라도 mSv와 Bq이라는 단위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각각의 기준이 얼마나 안전한 수치인지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mSv(밀리시버트)와 Bq(베크렐)은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단위이다. 1인당 연간 피폭허용 기준치는 1960년대에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정했다. 


우리나라의 식품방사능기준치는 1989년 정해졌다. 방사능에 대한 경고와 실제 핵 사고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기준치는 한 번도 변동이 없었다. 수많은 학자들은 피폭량과 방사능기준치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일본 원폭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람의 인체는 1시버트를 흡수할 때마다 암에 걸릴 확률이 5%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밖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는 IPPNW(핵전쟁방지를 위한 의사회)는 성인 8 Bq/Kg, 어린이 4 Bq/Kg로 방사능기준치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은 이를 받아들여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믿게 하려면 최소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는 설명을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납득할만한 자료는 제시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정부가 전하는 방사능 정보는 어렵고 부족하다. 시민들의 방사능불안은 괴담이라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자구책을 찾는다. SNS 등을 통해 자기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대비책을 마련한다. ‘일본수산물이 안전한다’는 정부의 발표 역시 사람들의 신뢰를 잃었다. 방사능수치를 스스로 점검하겠다는 사람들로 인해 방사능측정기가 쇼핑몰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정부는 사람들의 이런 불안을 괴담이라 부르며 괴담 유포자를 찾아 처벌하겠다고 까지 하고 있다. 



방사능와치(www.nukeknock.net)라는 사이트가 열렸다. 방사능과 핵발전소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모아놓은 웹아카이브 이다. 어려운 용어가 가득한 정부의 이야기를 해설하고, 일본수입수산물 검사현황 등 자료를 축적한다. 해외이슈와 정보들도 번역해 공유한다. 복잡한 자료는 인포 그래픽으로 만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정보들로 인해 방사능 불안이 해소되고 핵발전소 사고위험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불안에 떠는 시민들이 괴담유포자로 몰리거나 원전마피아들이 사람들의 안전은 무시한 채 활개를 치고 다니기는 어렵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해 본다.


방사능와치에 올라와있는 인포그래픽



괴담이 도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대로 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가 없으니 불안은 증폭되고, 불안은 괴담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본산 수산물을 비롯한 수입식품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괴담'으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 사건이 해결 될 때까지라도 일본으로부터 수산물을 수입하는 것을 중단하고,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는 게 우선 아닐까? 이것을 알 권리는 생명과 맞닿아 있는 일이다. 괴담을 운운하기 전에. 상황을 파악하고 그리고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줘야 하지만 지금 한국 정부는 그렇지 못하다. 


하는 수 없다. 우리들이 해야 한다. 우리들이 스스로 정보를 모으고, 공유해야 한다. 방사능불안시대. 시민들이 괴담 유포자가 되는 시대. 방사능와치와 같은 시민주도 정보아카이브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다. 



* 이 글은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