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문제는 청와대다!!

opengirok 2009. 1. 16. 14:48

                                                      정광모 정보공개센터 이사 (희망제작소 공공재정 연구위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 대표가 17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할 때다.
국정감사를 하면 그는 묵묵히 의원들의 질의와 답변을 듣다 장차관과 국장에게 의문 나는 점을 캐묻는다. 그리고 의원이 제기한 문제를 정부가 충분히 해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부처 감사관을 부른다. “감사관, 방금 의원이 질의한 건에 대해 문제점을 감사해서 20일 후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시오”

여당 상임위원장은 대체로 정부에서 하자는 대로 끌려가기 십상이지만 홍준표 위원장이 상임위원회를 진행하면 부처를 장악하는 힘이 보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국회 상임위원장은 몽땅 야당이 맡아야 국회의 힘이 살아나겠구나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자신이 쓴 책 <이 시대는 그렇게 흘러가는가>에서 자신은 DJ 저격수가 아니라 3김 정치의 종식을 주장해오던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에게는 타고난 저격수 기질이 있다. 저격수는 작은 노력으로 핵심을 때려 큰 효과를 낸다. 이는 홍의원의 법안 제출에서도 나타난다. 2005년부터 그는 이중국적 취득을 통한 병역기피를 원천봉쇄하는 내용의 ‘국적법’ 및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고 ‘반값 아파트 특별법’을 통해 서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몇 십 개 법안을 쏟아내도 주목받지 못하는 의원이 많은데 그 는 한 방 어퍼컷으로 자신의 존재를 강렬하게 부각시켰다.

그가 내뿜는 장악력은 가난하게 자란 어린 시절 5남매의 대표로 대학을 다닌 가족 이력 때문일 수 있다. 험난한 인생을 장악하고 끌고 가야 형제들에 진 미안함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살림이 어려워 5번이나 전학 다닌 초등학교부터 정치권까지 여유 부리는 주류보다 상황을 장악하고 돌파하는 비주류로 살았다. 돈도 빽도 없는 그가 달리 뭘 내세우겠는가? 장악력은 자존감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그는 수사검사로 뛰면서 ‘모래시계 검사’란 이름을 얻을 정도로 권력과 부정부패에 맞섰다. 1995년 10월 검사를 그만두면서 “나는 적어도 검사로 재직할 당시 증거만 찾으면 상대가 그 누구이더라도 주저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검사는 자신이 피의자의 생각과 마음을 장악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다. 그가 2004년 탄핵바람이 부는 와중에 서울 강북 지역에서 당선된 것도 확고하게 지역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이명박 정부의 국회 원내 대표로 되면서 당내의 일부 세력에게서 야당과의 협상을 잘 못했다는 비난을 듣는 일이 잦다. 야당이 MB악법 저지를 내세운 본회의장 점거를 끝내고 여야 합의를 하고 나자 그런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자존심 강한 그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거대 여당이라고 힘 앞세우면 국민저항만 부른다‘는 생각이 뚜렷하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그는 1999년 의원직을 그만두고 워싱턴에 가기 직전 이회창 총재와 김대중 대통령에게 주는 고언을 월간중앙에 기고했다.

“야당을 파괴의 대상으로만 인식하시면 정국안정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합니다... 자신의 대통령 임기 동안 무슨 엄청난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계속 남아 있는 한 국정운용은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고, 소외 지역과 계층은 더욱 더 늘어납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청와대와 내각에 ‘직언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임기가 보장돼 있고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여당 의원들이 바른 소리를 해줘야 한다. 앞으로 여당은 ‘사전 예측 기능, 사후 통제 ․ 감시 기능’을 제대로 행사하겠다”  “과거 여당처럼 행정부의 잘못을 덮어주는 식은 안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한국 정치사에서 청와대의 힘은 막강하다.
청와대가 쥐고 있는 인사권과 예산권은 국회의원들을 흔들어놓기 충분하다. 장악력을 중시하는 홍 원내대표가 자신의 소신대로 하지 못하고 흔들린다면 그건 “경제살리기”라는 표적에 몰입하지 못하고 방송법을 비롯한 온갖 법안들을 들이대고 처리 시한까지 정하며 국회를 흔드는 청와대 탓이 클 것이다. 그들은 ‘당정협의’란 이름으로 정부 주장을 관철하고 국회를 청와대 여의도 지부로 만들려고 골몰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앞으로 상황을 장악하는가? 장악 당하는가? 한국 정치판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종필 전 총재가 한 말이다.

“괜찮던 사람도 저어기(청와대)만 들어가면 바뀐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라디오 연설에서 “국회폭력이 우리 미래를 불안케 만들었다”고 했다.

폭력은 왜 일어났는가? 문제는 청와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