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행복한 활동과 운동을 이루어 나가려면..

opengirok 2009. 3. 4. 14:26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하승수 변호사의 시민운동 제언

10년 전 쯤 일본에서 사회운동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부러워한 것이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젊은’ 상근활동가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그 당시의 젊은 활동가들은 40대를 넘어서고 있다. 나이를 먹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상당수 단체에서 중간급 활동가들 층이 얇고 단체에 새로 들어오는 신참활동가들은 이직률이 높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신참활동가들과 선배활동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관한 이야기도 듣는다. 세대차이라고 할 수 있고 다른 감수성,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책을 본 적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 시민단체들도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새로 들어온 활동가 세대와 10년 이상 활동한 고참활동가 세대간의 소통의 문제는 공간을 불문하고 겪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한편 상근활동가들과 비상근 활동가(임원 포함), 그리고 회원들간의 소통의 문제도 종종 대두된다.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운동을 하는 사람이 운동을 통해 보람과 재미를 느끼고 그 운동조직이 행복한 조직이 될 때, 운동이 이루고자 하는 바도 성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조직, 행복한 운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래야만 새로 들어오는 활동가들, 회원들도 많아질 것이고, 그 사람들이 오랫동안 활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몇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꿈을 공유해야 한다. 그 꿈은 조직이 꿈꾸는 ‘좋은 사회’에 대한 꿈과 함께 개인으로서의 ‘좋은 삶’에 대한 꿈을 포함하는 것이다. 사회와 삶에 대한 꿈을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직적인 지시나 간섭으로는 생명력있는 조직을 만들기 어렵다. 꿈을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이 알아서 하게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꿈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같이 학습도 하고, 경험도 하고, 소통도 하고, 놀기도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업무를 좀 못하더라도 그런 노력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통해서 조직 자체가 ‘꿈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에만 힘들 때에 서로에 대한 버팀목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소통적 리더십’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권위적인 리더십도 카리스마적인 리더십도 아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회원들과 소통하고 활동가들과 소통하면서 운동과 조직의 방향을 잡아 나가는 ‘소통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의 시민운동은 압축적 성장을 하면서, 내부에 상당히 카리스마적이면서도 권위적 리더십이 형성된 면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개별 리더에 대해 품평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실 리더십의 문제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조직의 조직문화의 문제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리더십에 대해 단체의 활동가, 임원들, 회원들이 열어놓고 토론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서로가 노력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활동방식, 조직운영방식이 유연해지는 것이다. 개인의 자발성,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으려면 좀 더 유연하고 다양한 방식들이 실험되고 도입될 필요가 있다. 출퇴근도 유연하게 할 수 있고, 상근-반상근-비상근도 다양하게 실험해 볼 수 있다.

특히 ‘사무실 중심의 운동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최소한 조직화(Organizing)에 관심있는 활동가는 사무실 중심운동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활동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을 만나고 조직하는 일을 하는 활동가는 사무실에 앉아있을 필요가 없다.

넷째, 활동가의 삶을 ‘좋은 삶’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활동가가 자신의 일상부터 건강하고 바람직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장려하는 것이 조직문화가 되어야 한다. 활동가가 자신의 삶을 가꿀 시간이 너무 없어서 문제라면 업무를 줄여서라도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서 활동가가 자신의 일상부터 바람직하게 변화시키고, 자기 조직 바깥에서 또는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작은 실천들을 조직해 나가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활동가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활동의 동력을 잃지 않는 길일 것이다.

지금 시민운동은 많이 어렵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이 중요하고,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끝>


** 이 글은 시민사회신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