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PD수첩 수사를 보며,,기소편의주의와 명예훼손에 관한 단상

opengirok 2009. 4. 9. 10:44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성창재 변호사
(성원법률 사무소)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47조(기소편의주의)}.

‘형(량)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후의 정황’.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자마자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필자로서는 연수원 시절 검찰실무수습 2개월(검사 직무대리)이 검찰에서의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였던지라, 감히 검사의 직무에 관하여 운운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허나 위와 같은 형사법의 규정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기소편의주의’는, 현행법상 기소(공소제기)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더라도 그 피의자의 연령, 성행(성품), 가정환경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굳이 기소를 통하여 형사처벌까지 받게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기소유예)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기소편의주의라는 것은 기소를 통한 형사처벌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검사로 하여금 기소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른바 ‘잠재적 피의자(?!)’들인 일반 국민들에 대한 형사제재의 폭을 최대한 좁히자는 취지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소편의주의를 역으로 생각하여, ‘현행법상 도저히 처벌할만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검사가 일단 기소는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유추해석’을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제도적 취지를 감안하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현행법상 처벌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이는 사건이라면, 위와 같은 기소는 물론이고 그와 같은 사건에 관한 ‘수사’자체도 매우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기소하지도 않을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은 명백한 수사력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수사 대상이 된 사람은 ‘수사’라는 그 자체가 가지는 사실상 ‘처벌의 효과’와 사회적으로 ‘범죄자’라는 ‘낙인’효과까지 감수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모 방송사의 PD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 위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담당자가 ‘기소편의주의’를 거꾸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필자보다 법조 선배이거나 적어도 검찰업무에 관하여는 전문지식과 경험이 많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사로 보인다.

사진출처 : 미디어오늘


‘명예훼손죄’에 관하여는, 공직자 개인이 피해자인 경우에도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감시와 비판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다53387 판결).’



라면서 대법원도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특정 공직자가 아니라 ‘정부의 중앙부처’의 대외적인 협상업무의 타당성 여부에 관한 견해 표명행위에 관하여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필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위 사건에 관한 검찰의 수사태도 대로라면, 텔레비전에서 매주 방영되는 시사토론이나 일간신문에 게재되는 시사대담 등의 꼭지에서 정부 내지 정부의 특정 부처의 업무처리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모든 ‘주장’에 대하여 ‘과연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수사하여야 한다는 것인바, 과연 그와 같은 수사가 타당한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가능할 것인지조차도 의문이다.

이제라도 검찰은 ‘기소편의주의’를 처벌가능성이 없는 행위에 대한 ‘수사’를 정당화하는데 사용할 것이 아니라, 경미한 범죄를 저질렀으나 처벌받기에 마땅하지 않은 어린 백성들을 구제하는데 사용하여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