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폭풍에도 배뜨고 지진일어난 날에도 출장가나?

opengirok 2009. 7. 1. 15:56
폭풍에도 배뜨고 지진일어난 날에도 출장가나?
: 세금도둑 감시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일본의 어느 섬이 있다. 섬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자주 도청소재지(현청 소재지) 에 출장을 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몇몇 주민들이 여기에 의문을 품고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허위로 출장을 간다고 하고 세금을 횡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무원들의 출장기록을 모두 정보공개청구해서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꼼짝 못할 증거를 찾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누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 섬에서 현청소재지로 가는 배는 1년에 10일 정도는 폭풍때문에 뜨지 못하는데, 배가 못 뜬 날 출장간 것으로 되어 있으면 허위 출장의 명백한 증거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폭풍때문에 배가 뜨지 못한 날과 출장기록을 대조해 보니, 허위출장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배가 뜨지 못한 날에도 현청 소재지에 출장간 것으로 출장기록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이 지역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리고 이 지역의 소식을 들은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허위 출장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엉터리가 여러저기서 발견되었다. 어느 지역에서는 고베대지진이 일어난 날 신칸센 열차를 타고 고베를 지나간 것으로 되어 있는 출장기록도 발견되었다.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일본 전역에는 세금이 새어나가는 것을 감시하는 작은 단체들이 만들어졌다. '시민옴부즈맨'이라고 불리는 이 단체들은 일본 전역에 80여개 정도 존재한다. 사무실이 있는 단체는 별로 없고 상근자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변호사, 세무사같은 전문직 뿐만 아니라 은퇴자, 주부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품을 팔아서 활동하는 단체들이다. 특히 나이드신 은퇴자 분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일본 시민옴부즈맨들의 활동에 대해 설명중이다. 가운데가 다카하시 변호사

이 단체들이 주로 하는 일은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 공무원들이 세금을 어디에 쓰는 지를 감시하는 것이다. 일단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자료를 받으면 그 자료들을 분석해서 문제점을 파헤친다. 예를 들면 출장비를 썼는데, 진짜 출장을 갔는지? 기밀비 명목으로 돈을 썼는데, 진짜 기밀이 필요한 업무에 썼는지?를 조사한다. 꼼꼼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이들에게 한번 걸리면 빠져나가기 어렵다.


그리고 문제가 심각하면 소송을 제기한다. 우리나라에도 3년전부터 도입된 주민소송이라는 제도가 일본에는 오래 전부터 도입되어 있어서 잘못된 예산집행에 대해 소송을 할 수 있다.


2000년부터 한국에도 방문해서 정보공개과 주민소송에 관해 많은 정보를 주기도 했고 오랫동안 시민옴부즈맨 활동에 참여해 온 인물인 다카하시 변호사는 시민옴부즈맨 활동의 성과로 지자체 공무원들의 담합, 리베이트 조성, 판공비 낭비 등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안타까운 것은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아직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뒤를 이을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일본의 어르신들께, 박수를....



** 지난 6월 25일 정보공개센터의 하승수 소장, 홍일표 이사가 일본의 정보공개 관련 시민단체들을 방문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연재해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