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오늘의정보공개청구

청와대 기록관리, 개판이거나 숨기거나?!

opengirok 2010. 6. 21. 17:42

청와대가 국가기록원에 통보한 “대통령기록생산현황” 통보 내용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에도 동일하게 지적받았던 내용으로, 청와대가 체계적인 기록관리를 통한 신뢰성과 투명성을 주는 것에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는 지난해 생산된 대통령기록 현황에 대해 국가기록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에 따라 대통령실과 경호처 등과 같은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은 매년 전년도의 기록물 생산현황을 국가기록원으로 통보하도록 되어있어 그 내용을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청구 한 결과 대통령실과 경호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생산현황통보 내용을 공개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필자의 정보공개청구와 별도로 대통령실의 생산현황 통보 내용을 공표하고 있다.
<청와대의 공개내용 바로가기>

그런데 보고내용 중 몇 군데 이상한 점들이 보인다. 지침에 맞지 않게 보고한 부분도 눈에 띈다.
 
얼핏 보면 청와대의 생산현황보고 내용은 매우 자세한 듯 보인다. 그 많은 기록물을 종류별로 유형별로 다 나누어놓았으니, 그렇게 보일 수 밖에.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어다보면 허점이 보인다. 고의인지, 실수인지, 해석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먼저 생산부서부터 살펴보면 공개하고 있는 생산부서 단위가 민정수석실(대통령실), 경호본부(경호처) 등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생산현황에서 이들은 부서의 단위가 될 수 없다.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 업무매뉴얼”에 의하면 생산현황통보 항목의 <생산 및 관리부서>는 처리부서를 가리킨다. 그렇게 보면 민정수석실 같은 실국단위가 아닌, 문서의 수발 및 사무처리를 주관하는 과 단위가 생산기관으로 되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기능명도 문제다. 여기서 기능이란 정부가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기능수준에 따라 ‘정책분야-정책영역-대기능-중기능-소기능-단위과제’ 각 기능별로 구분하여 분류하는 것이다. 이 때, 생산현황통보에서의 기능은 각 부서에 해당하는 소기능을 말하는 것으로 대통령 보좌기관인 대통령실에서 업무의 기능이 아니라 기관의 성격 자체인 “보좌”를 기능명으로 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2009 대통령실 기록물 생산현황

세 번째, 비전자기록물 생산보고 내용을 보면 대통령실의 경우, 종이기록물을 민정수석실에서만 생산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이 또한 문제가 많다. 만약 이 보고가 사실이라면 민정수석실 외의 모든 부서에서는 전자문서로만 업무처리를 했다는 것인데, 업무의 특성상 대면보고가 불가피한 청와대에서 이러한 통계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이미 수차례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대면보고를 즐겨 한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진 바 있다. 그런데도 종이기록이 고작 민정수석실 한 부서에서만 생산되었다는 생산현황은 청와대가 종이기록을 자의적으로 멸실했다는 의심을 살만한 충분한 소지가 있다.

이렇게 통계가 이상한 것은 대통령실 뿐이 아니다. 경호처 역시 허점은 보인다. 경호처의 경우 전자기록물 중 개별업무시스템에서 생산된 기록은 단 한‘종’도 없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개별업무시스템에 단 한종의 기록이 없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청와대출입관리기록은 이에 해당하는 시스템으로 기록을 생산하고 있을텐데, 이 자료조차 빠져있는 것이다. 경호처 역시 기록을 누락하거나 멸실하고 있다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렇게, 법령이나 지침과 상충하는 부분 이외에도 문제는 더 있다.

대통령실에서 1년동안 간행물을 고작 40건밖에 만들지 않는지, 선물관리는 왜 메시지기획관실에서 관리를 하는 것인지, 등등 찾아보면 허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기록을 한다. 내가 일부러 기록을 하려 하지 않아도 나의 모든 행위는 기록된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내민 신용카드 지출내역도, 친구와 주고받은 핸드폰 문자도,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모두 기록인 것이다.

이 기록을 통해 나는 나의 행위를 증명하고, 생각을 전달하고, 이것들을 기억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번에 지난 해 기록을 생산한 내용에 대해 그 정보를 공개하고, 홈페이지에 공표했다. 청와대가 기록을 생산한 내용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몇 개의 숫자로만 이루어진 보고만으로도 이렇게 허점을 금방 확인할 수 있는데, 이렇게 부실한 기록관리로 국민들과 이후 세대에 어떻게 자신들의 행위를 보여주고,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청와대가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책임있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인정받고 싶다면 먼저 그러한 업무의 근간인 기록관리부터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의심 불신의 소지가 없도록, 지금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이번 보고 내용 또한 분명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

* 국가기록원에서 공개한 대통령기록 생산현황보고 내용 전체는 파일로 첨부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