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오세훈 시장, 시민들이 우습나? 두렵나?

opengirok 2010. 9. 27. 10:08


의회도 무시한 서울광장 조례개정안 공포 거부, 민심은 거기 없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민심이 무섭다."

이 말은 오세훈 시장이 6.2 지방선거에서 패색이 짙어지고 있을 때 초췌한 모습으로 방송인터뷰를 하며 한 말이다. 자신의 패배를 한 번도 예감하지 못했던 터라 충격은 더해 보였다. 물론 그 이후 강남 3구의 몰표로 살아남기 했으나 서울시의회는 야당이 압승하면서 지방자치단체 출범 이 후 최초로 여소야대 의회가 되어버렸다.

 

그동안 한 번도 자신의 정책을 검증받지 않았던 오세훈 시장은 의회가 개회한 이후 혹독한 검증을 받고 있다. 디자인서울 사업, 서울광장 조례 개정, 광화문광장 운영,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 그동안 오세훈 시장이 벌였던 사업들은 계속해서 검증 받을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그것이 민심의 힘이라는 것을, 또한 민심의 무서움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 갈 것이다.

   

물바다가 된 광화문 앞 모습 
ⓒ 미디어몽구
 


광장 조성 후 광화문 물바다... 추락하는 민심

그런데 추석 민심이 심상치 않다. 추석기간동안 폭우가 내려 서울·경기 지역에 홍수가 나버렸고, 반지하에 사는 서민들 중심으로 집중적인 피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원인 또한 서울시가 수방대책 예산은 줄이고 전시성 사업에 예산을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수도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 일대가 물에 잠긴 사태가 겹쳐 시민들의 충격은 더하고 있다.

 

방재전문가인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광화문에 굉장히 가로수가 많았는데 광화문광장을 새로 조성하면서 가로수를 뽑고 전부 돌로 발라버렸다, 그 결과 물은 양쪽으로 전부 흩어져 나가는데 물이 땅속으로 침수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져 버려 배수구도 절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하다"라고 지적해 광화문 광장이 홍수의 주범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임기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광화문 광장이 수도 서울을 물바다로 만드는 데 일조를 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19일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에서 재의결된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공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심이 무섭다'라는 말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민심을 역행하는 일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추석 연휴에 내린 기습 호우로 시청 앞 서울광장의 잔디가 유실돼 24일 황량한 모습을 드러낸 채 방치되어 있다.
ⓒ 남소연
 

2008년 7월,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하는 범국민 촛불문화제를 제지하기 위해 경찰이 버스 수백대를 동원해 봉쇄한 장면.
ⓒ 권우성
 

서울시민과 시의회 무시한 '서울광장 조례개정 공포 거부'

사실 서울광장 조례개정은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다. 통과된 조례안은 서울시의회와 정부가 시민들에게 열려있어야 할 광장을 자의적·편파적으로 운영하고 관제광장으로 활용하는 것에 반대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2009년부터 10만 서울시민들이 직접 발의한 지난 해 주민발의안을 기본골자로 하여, 광장을 신고제로 운영하고 서울시와 시장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와 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대체 이 상식적인 법안이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이 모이는 광장에서 자유롭게 집회를 하고, 본인의 주장을 펼치는 것을 허가제로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광장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얘기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게 하기 위함이다.

 

이번 결정은 몇 가지 측면에서 매우 위험해 보인다. 우선 출범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서울시 의회의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 자신도 지방선거 직후 개정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시민들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서울시 의회를 여소야대로 구성시켜 준 것은 그 시민들이다. 그 의회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은 시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다.

 

그런데 출범과 동시에 서울시 의회의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해 버렸다. 민주주의의 절차성을 무시하는 오만한 행정이다. 물론 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되면 대법원에 소(訴)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개정된 조례안은 법령에 위반되지도 않는 사안이다. '헌법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집회를 허가제로 한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집회 및 시위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오세훈 시장의 재심의 요구로 다시 상정된 '서울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표결하고 있다.
ⓒ 유성호
 

오세훈 시장, 뭘 두려워하는 건가

다음으로 오세훈 시장이 광장 및 시민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작년 한 해 서울시 행사만 35%나 차지할 만큼 서울시의 사유지나 다름없이 운영되어 왔다. 이런 서울광장이 신고제로 바뀌어 문화행사와 여가생활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은 광장의 본래적 기능을 되찾는 일이다." -진보신당 성명 중

 

이런 상황에서 시민의 발언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광장 개방을 막고 있는 정부나 시청이 도대체 뭘 두려워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건지, 모인 사람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게 두려운 건지, 그걸 두려워할 만큼 잘못한 게 있으면 비판을 겸허히 들으면 되는 거죠. 국민들이 시민들이 잘못된 정치나 정책에는 말도 못하고, 그냥 공무원들이 엄청난 세금 들여서 개최하는 행사나 보면서 즐거워하라는 거는 좀 너무 하잖아요"
- 참여연대 블로그 발췌

 

오세훈 시장은 지난 8월, 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 이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서울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재심의를 요구한 데 이어, 재심의에서도 통과되자 '공포 거부' 했다.
ⓒ 유성호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집회를 하는 사람들이 충돌하는 것도 민주주의 일부분이다. 왜 그것을 두려워하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고 하는지 스스로 되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향후 서울시 의회의 협조 없이는 어떤 행정도 펼치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 그런데 거꾸로 그가 서울시 의회의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재의까지 가서 8대 서울시 의회가 통과시킨 안을 대법원 소송까지 간다면 향후 서울시 의회의 협조가 필요 없다는 메시지로 읽힌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추석기간 동안 벌어진 일로 통해 서울 시민들의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