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최저임금도 못 받는 미용실 스태프

opengirok 2013. 5. 23. 09:38

 

청년유니온의 전국 미용업 종사 스태프의 임금 수준 및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조사 결과 조사대상 매장 모두가 최저 임금에 미달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은 기사 본문 중 특정 사실과는 관련 없습니다.) | 이상훈 선임기자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삶을 보장해주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이다. 최저임금법에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법을 제정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갑의 횡포와 경기침체로 소규모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조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편의점, PC방, 미용실 등에 근무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임금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 당사자에게도 열악한 삶을 면하지 못하게 하지만 사회적으로 양극화를 더욱 부추긴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지난 2월 청년유니온에 의해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청년유니온은 전국 미용업 종사 스태프의 임금 수준 및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국 198개의 매장 모두가 최저임금에 크게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스태프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64.9시간으로 살인적인 노동을 감당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도 최근 7개 유명 미용실의 직영점과 가맹점 41곳을 점검한 결과 11곳은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주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1주에 70시간 가깝게 일하는 살인적인 노동과 휴일수당도 없이 교육생이라는 이유로 월급을 70만원만 주는 곳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명 미용실 실태라는 점에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평소 머리를 자르러 갔던 미용실에서 노동자들은 이런 참혹한 조건을 감내하며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현실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00년만 해도 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4.2%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12%(204만명)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이런 현실을 주목하고 지난 3년 동안 최저임금법을 얼마나 위반했는지, 이를 처벌하고 있는지 꾸준히 모니터해 왔다. 그 결과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적게는 수천건, 많게는 1만건 이상 최저임금법을 위반해 고용노동부에 단속이 되었지만 처벌되는 경우는 10건을 넘긴 경우가 없었다. 노동자들을 보호하려고 만든 최저임금법이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2012년 경우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9800건의 사례 중 죄질이 좋지 않은 366건을 사법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노동부도 최저임금법을 습관적으로 위반하는 업체들의 실태가 심각하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5월 9일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업체의 경우 고용정보서비스(워크넷) 이용을 일정 기간 제한하거나 고용보험의 고용지원금 지급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또는 공공분야 용역 입찰 시 감점을 부여하는 등 최저임금법 준수율 제고방안을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국가기관들이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날수록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은 입체적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