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공개사유] 시민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시의회, 절반이 낙제수준?

opengirok 2023. 3. 14. 11:51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사무국장

 

지방의회는 우리동네 국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방정부의 정책과 예산을 검토하고 우리의 삶에 필요한 입법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국회의원 1명의 활동보다 지방의원 1명의 의정활동이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서울시의회의 경우, 대한민국 인구 5분의 1인 1천만명이 생활 권역으로 삼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서울시의회의 결정은 상당수의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서울시의회가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를 받는다면 더욱 민주적이고 투명한 지방정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지난 30년 동안 시민의 감시에 벗어나 ‘그들 만의 리그’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동안 대전, 대구, 부산 등 광역의회에 대한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의정감시활동이 활발히 진행되었던 반면, 서울의 경우 단 한번도 자발적인 시민모임에 의한 의정감시활동은 진행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교통운동, 서울환경운동연합,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서울지역 소재 5개 시민단체는 이런 과거를 반성하며 서울의 행정과 의정을 감시하기 위해 지난해 ‘서울와치’라는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조직했다. 서울와치는 첫 의정감시 사업으로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의 심층 모니터링을 위한 시민의정감시단을 운영했다.

자발적 의정감시 이뤄진 적 없는 서울시의회
첫 평가 결과 시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쳐

지난 2월 27일 발표된 시민의정감시단 평가보고서를 보면 서울시의원의 의정활동들이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시민의정감시단은 공개모집된 138명의 시민과 서울와치 단체 활동가들이 주민대표성, 합법성 검증, 전문성, 효율성 검증 4가지 분야의 평가지표 27개 항목을 기준으로 각 시의원별 질의응답을 평가했다. 시민의 눈으로 직접 평가한 2022년 서울시의원들의 행정사무감사 평균 점수는 48.5점(100점 기준)으로 낙제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특히 우수등급을 받은 17명의 시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시의원 84명(의장 및 상임위원장 평가 제외)은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또한 시민의정감시단원들이 작성한 의원별 일일총평에서는 시의원의 발언들이 시민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여실히 들어났다. 정책중심의 질의를 통해 서울시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이끌어 내는 의원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강압적인 태도, 준비되지 않은 단순 질의, 피감기관에 대한 이해 부족 등 가장 기본적인 태도와 준비가 부족했다는 다수의 평가가 존재했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의원이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서울시의회는 시민의정감시단 활동을 통해 드러난 시민들의 냉정한 평가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해 나가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3.02.21. ⓒ뉴시스

이번 시민의정감시단 활동은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의 참여와 감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비록 서울시의회의 평가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번 평가과정을 통해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관심이 높아졌으며, 지방의원의 경우 자신들의 의정활동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평가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향후에는 더욱 책임감 있는 의정활동을 펼치게 될 것이다. 또한 시민의정감시단 활동을 통해 기록되고 분석된 평가 내용들이 시민들과 공유되는 과정에서 앞으로 보다 많은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시민의정감시단의 활동 결과는 앞으로 서울시의회 소속 의원들이 시민 눈높이에 걸맞는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전문성과 공직에 대한 책임성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앞으로 서울시의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도 더 확대되어야 한다. 감시와 견제도 함께 하는 시민이 많을수록 지방의회도 시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