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전자파일복제 비용이 540만원?

opengirok 2010. 2. 8. 11:28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김영수 변호사


이미 만들어진 전자파일을 복제하고 전달하는데 드는 비용이 540만원이라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그것도 정부가 생산한 공공기관의 정보를 공개하는데 드는 비용이라면. 그런데 실제로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라는 시민단체가 있다. 정보공개센터는 기록정보의 대중화를 통한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고 사회전반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여갈 것을 목적으로 공공 및 민간기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캠페인, 정보공개제도를 통한 언론사의 탐사보도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비영리민간단체다.

최근 이 단체 활동을 통해 공개된 공공정보들의 내용을 몇 가지만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 업무보고 한번에 2천200만원, 쇠고기 허위표시 업소 명단공개, 국내 국립공원 내 포장도로가 442Km, 4대강 유역 지정문화재 94곳 공개, 지하철 모유수유실의 실태, 셋방살이 중앙부처 월세로 새는 돈 340억, 전직 대통령의 미공개 사진과 영상 공개…. 간단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알려진 내용들인데, 정부는 껄끄럽겠지만 시민들로서는 참 재미있고 알찬 정보들이다.

그런데 근래 이 단체가 국가기록원에 대하여 1945년부터 1978년까지 35개 생산기관별 비공개기록물 재분류 공개목록을 엑셀파일형태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는데, 국가기록원은 공개결정을 하면서 공개수수료 540여 만 원을 부과한 것이다.  



헌법 제21조 언론출판의 자유를 통해 보장되는 ‘알권리’의 핵심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즉 국민의 정부에 대한 일반적 정보공개를 구할 권리라 할 수 있다. 충분한 정보에의 접근, 정보의 자유로운 수용을 통해 비로소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과 표명이 가능하고, 이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알권리를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역시 모든 국민에게 정보공개청구권이 있음을 천명함과 아울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정보공개를 구하는데 드는 비용이 적절한 정도를 넘어 과다하다면 사실상 비공개와 마찬가지의 의미를 가지며 이는 알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게 된다. 그래서 정보공개법은 정보공개비용을 ‘실비’로 제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정보공개법 시행규칙은 수수료를 정하고 있다. 위 시행규칙은 전자문서를 전자파일로 공개하는 경우에도 원본을 열람하여 사본이나 복제물의 형태로 공개청구를 하는 경우와 동일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은 것이다.  

국가 역할의 확대, 정보기술의 발달은 공공정보의 생산, 관리, 공개과정에서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비용부담 역시 최소화하고 있다(실제 앞서 정보공개센터가 공개청구한 공공정보는 일반문서 기준으로는 27만330매에 달하나, 전자파일로는 96건에 정도에 불과하다). 현실에선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공유가 보편화되고 행정청 방문 없이도 사이버공간을 통한 행정결정이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자파일의 복제, 전자우편을 통한 정보공개에 드는 비용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거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정보공개비용만은 일반문서를 손수 복사하여 사본을 교부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조금도 더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복사용지, 출력비용 등이 소요되는 일반문서와 전자우편이나 전자파일의 복제본과 같은 방법을 이용한 정보공개의 경우의 정보공개방법은 분명 다르고 그 특성에 맞게 비용 역시 각각 책정되어야 한다.

정보공개센터는 정보공개법 시행규칙상의 수수료 규정이 국민의 알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라 판단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였고 현재 심리 중에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앞서 정부가 먼저 정보공개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보는 것을 어떨까. 지나친 기대일까? 



* 이 글은 김영수 변호사님이 시민사회신문에 기고하신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