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화천군. 사업계획서 없는 52억 레일카⋅펜션열차사업

opengirok 2011. 3. 30. 13:57


도류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이사)

2011년 3월 8일. 각 신문 언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화천군 관련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제목: ➀화천 산천어 축제장에 ‘철도테마파크’ ➁화천 산천어 축제장에 ‘철도테마파크’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장 인근에 열차펜션, 레일카 등을 즐길 수 있는 '철도테마파크‘가 들어선다. 코레일(사장 허준영)은 8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화천군(군수 정갑철)과 ’철도테마파크 사업‘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화천군, 코레일데크와 함께 내년까지 52억원을 들여 조성하는 철도테마파크에는 산천어축제장과 붕어섬을 잇는 4km 구간에 '카트 레일카(25대)'와 '열차펜션' 등을 선보인다.

특히 새마을 객차를 활용한 '열차펜션'은 19개의 객실과 지역특산품 매장 등을 갖춘 색다른 숙박공간으로 오는 8월부터 첫 운행에 들어간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테마파크가 완성되면 산천어축제와 쪽배축제, 평화의 댐 등 이 일대 관광명소와 연계한 다양한 체험관광 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뉴스-


위의 기사내용은 각 언론사들마다 대동소이한 문구들로 지면을 채우고 있을 뿐, 보다 구체적이거나 특별한 내용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그 모든 언론들은 FAX로 들어논 보도자료를 단순히 인용해서 실어 보여준 것으로 느껴졌다.



화천군의 지형은 전체 약90%가 산림과 강과 하천 호수로 이루어져 있는 천혜의 자연도시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1996년). 내가 서울을 떠나 이곳 화천군에 정착하면서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오게 된 이유는 단 한가지. 청정하고 풍요로운 화천군의 자연환경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는 지역의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고 그 삶의 현장에 동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화천은 2002년도부터 시작된 산천어축제를 기화로 화천군의 대표적인 자연하천 화천천이 해마다 연속적인 수난을 겪고 있다. 온갖 구조물과 준설공사로 그 하천 본래의 기능과 자연미를 상실하게 되면서 그 고유한 생태계는 무참하게 파괴되고 오늘에 있어서는 한낮 인공시설물의 일부로 전락해버렸다.

그래도 어느 때인가는 자연하천의 소중한 가치를 되찾게 되는 시절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약6천평의 유기농터전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것이 나의 소박한 일상이 되어 있다. 그러한 가운데 위의 ‘산천어축제장 철도테마파크’사업은 화천천을 지켜보는 나의 기대와는 상반되는 보도내용이 아닐 수 없는 것이었고, 이에 그 사업의 내용을 한번 구체적으로 탐색하고 확인하고 평가해보기로 했다. 이것은 전적으로 화천군 주민의 당연한 권리행사일 것이다.

2011년 03월 09일. 화천군청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지난 3월 8일. 한국철도공사와 화천군이 철도테마파크 사업에 따른 MOU를 체결했습니다. 코레일테크와 함께 2012년까지 52억원을 들여 조성하는 산천어 축제장과 붕서섬을 잇는 4km구간에 ‘카트 레일카 25대’와 ‘열차펜션’사업에 대한 구체적 사업계획서와 투자협약서 일체를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2011. 03. 09.


정보공개청구시한이 다가오자 화천군은 MOU체결 당사자인 한국철도공사와 코레일데크(주)의 의견을 묻기 위해 공개시한을 연장했음을 통보해왔다. 모든 언론을 통해 52억 규모의 철도테마파크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그 거창한 사업을, 구체적 사업내용을 밝히는 입장에서는 어째서 기간연장까지 하며 MOU체결 당사자의 의견을 물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화천군의 집행사업에 대해서 누구보다 관심이 많고 자주 언론보도를 일삼는 나에게, 화천군으로서는 그 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즉각적이고도 반갑게 맞이하고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어쨌든 공개되는 날을 기다려야 했다.


화천을 닮은 너무도 순박한 화천의 주민들. 아름다운 화천의 산과 하나가 되었고, 강처럼 그렇게 조용하게 흘러가는 순종적인 삶을 살아가는 곳이 화천이다. 이러한 조용한 지역에서 내가 행정을 상대로 이처럼 감시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는, 나는 화천군의 산과 강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더 적극적인 삶의 의미를 두고 있다. 때문에 나의 역할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 변함없이 정보공개청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3월 28일. 드디어 결정통지서가 날아왔다. 그 공개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개내용.

1.구체적 사업계획서: 귀하께서 요청하신 ‘구체적 사업계획서’는 정확한 요청자료를 특정지을 수는 없으나, 피청구인의 판단으로는 정확한 투자금액, 사업장 위치, 설계도면, 조성공법 등 세부적인 조성방안이 포함된 자료라고 판단되나,


2011. 03. 17. 귀하께서 청구한 정보공개청구서(접수번호:1304571)에서 공개한바와 같이 “의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외에는 아직까지 세부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으므로, 공개할 사항이 없음을 알려드리며,


아울러, 앞서 말씀드린 피청구인의 판단에 따른 “구체적 사업계획(정확한 투자금액, 사업장 위치, 설계도면, 조성공법등 세부적인 조성방안이 포함된 자료)”는 정보공개청구법 제9조 제1항 5호에 따른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으로서 공개할 사항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2.투자협약서: 첨부와 같이 공개./첨부문서[1] 투자협약서1.jpg  /첨부문서[2] 투자협약서2.jpg.



결론적으로 말해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지만, 화천군과 한국철도공사 그리고 코레일테크(주)는 약52억원의 투자사업에 대한 협약을 맺었고, 투자기간은2011년부터~2012년까지(2개년)간 <카트레일카 조성사업, 테마펜션열차 조성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협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사업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구분

화천군

한국철도공사

코레일테크(주)

투자합계

현금 39억7,400만

현물 11억8,000만원

현물 1억원

카트레인카

29억4,900만원

레일, PC침목 등

800만원

체결구 등

9,000만원

테마팬션열차

10억2,500만원

기관차, 새마을열차,

레일, PC침목 등

3억8,000만원

체결구 등

1,000만원

총액

52억 5,400만원


화천군은 현금보따리를 풀고, 한국철도공사에서는 기관차와 레일과 PC침목 등을 지원해주고, 코레일테크(주)는 체결구등을 지원해주겠다는 사업이다.
본 정보공개통지서에 따르면 이번 사업의 “구체적 사업계획(정확한 투자금액, 사업장 위치, 설계도면, 조성공법등 세부적인 조성방안이 포함된 자료)”은 없으며, 다만 묵시적으로 위의 3개 기관이 금액과 현물을 출자해서 그럴듯한 시설물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구체적 사업계획, 설계도면, 사업장 위치, 조성공법 등도 없이 기관차를 가져다가 그저 보기 좋은 곳에 즉석에서 레일 깔고 굴러가게 만들면 된다는 사업이란 말인가. 이런 터무니없는 사업이 어떻게 버젓이 진행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41조 및 지방재정 투융자사업 심사규칙 제3조에 의거 시군구의 경우 총사업비 20억원 이상의 투자사업인 경우 투융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나는 즉시 본 사업에 대한 재정투융자심사 회의록을 공개해줄 것을 다시 요청했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근거로 이 사업의 투자가치를 심의하고 인정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엉성하고 무계획적인 사업이 어떻게 화천군의회심의를 거쳐 승인될 수 있는 것이었는지 당시 의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살펴보았다.
2010년 12월 10일 제179회 화천군의회2차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보고된 사업계획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6. 시티투어 카트레일카 조성

○산천어 쪽배축제 등 시가지 연계 관광자원의 사계절 활성화 방안제고

○녹색관광 국내 관광수요에 걸맞은 특화된 생태관광 자원개발

□사업개요

◯사업기간:  2010년 5월~2011년 6월

◯위    치:  화천읍 화천천 및 붕어섬 일원

◯사 업 량:  폐철도 레일설치 4.06km (붕어섬⇔제3터널⇔용신교)

○사 업 비:  30억원(국 21억원/ 도 2억2,500만원/ 군 6억7,500만원)


□추진상황

○한국철도공사 공동투자 협약을 위한 실무자 회의 : 총5회

○카트레일카 조성사업 주민설명회 개최: 2010. 09. 03


□향후계획

○한국철도공사 공동투자 MOU체결 : 2010. 11. 15.

○실시설계 완료 : 2011. 1월말

○화천군& 철도공사& 코레일테크 다자간 투자협약체결: 2011. 2월초

○시설조성 : 2011. 3월~6월

○시범운영 : 201. 7월중   


의회에 제출한 위의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내용을 보면, 본 카트레일카 조성사업비 30억원은 국비 21억원/ 도비 2억2,500만원/ 군비 6억7,500만원으로 되어 있다.

본 사업의 실시설계완료일자가 2011년 1월말로 명시되어 있으니, 아직 실시설계 결과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와 강원도는 각각 30억원과 2억2천5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물론, 재정투융자심사를 받았다는 사실도 없다. 실시설계도 없고 구체적계획도 없고, 재정투융자심사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이 같은 사업에 정부와 강원도가 32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이같은 사실에 대해서 정부는 해명해야 한다.
다음은 <시티투어 카트레일카 조성사업>과 동시에 진행되는 <테마펜션열차 조성사업>에 대한 의회보고 내용을 살펴본다.

7. 테마펜션열차 조성


◯ 축제 및 국제대회 등 부족한 숙박난 해소 및 특색 있는 체험거리 마련

◯ 고소득층 관광객 모객을 통한 지역경기 활성화 추진


□사업개요

○사업기간 : 2010년~2011년

○위    치 : 화천군 하남면 위라리 일원

○규    모 : 25,000평방미터

̀○사업량 : 펜션열차 10량(15실) 및 바비큐장, 조경 등 1식

  객실규모 : 단체실 1,  대가족실 2, 소가족실 12

  *화천역사 건립을 통해 복선전철 화천연장 염원

○사업비 : 1,500백만원(군 1,000/  코레일현물투자 500)


□추진상황

○한국철도공사 실무자 협의 및 현장방문 : 2010. 4월.

○한국철도공사 MOU 및 투자협약 체결 : 2010. 11월.

   *철도공사 폐열차 등 현물투자 및 우리군 시설공사비 투자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신청(1,500백만원) : 2010. 11월


□향후계획

○한국철도공사 공동투자 MOU체결 : 2010. 11. 15.

○실시설계 완료 : 2011. 4.

○시설조성 : 2011. 5월~ 8월.

○시범운영 : 2011. 9월중.



이 보고서 역시 실시설계를 2011년 04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면서 2010년 11월에 행정안전부에 특별교부세 15억원을 신청했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실시설계 사업계획서도 없이 예산을 받아다가 돈보따리부터 쌓아두는 격이다. 정부 예산이 이처럼 먼저 집어가는 사람이 임자요, 관리 원칙도 없다는 말인가. 

폐기관차 폐열차, 폐레일을 가져다가 색깔만 입혀서 이리저리 깔아 굴리는 공사에 모두 약50억 예산이 공중분해될 상황에 있는 것이다. 도시인들이 열차를 타보지 못해서 화천군의 열차를 구경하러 올 것이며, 숙박시설이 부족해서 열차 안에 만들어 놓은 객실에서 잠을 자려하겠는가 말이다. 지역 숙박업자들을 위해서라도 화천군은 행정업무에 전념하고 지역주민들의 권익을 위한 사업계획을 입안하고 진행해주어야 한다.
장차 이용객이 저조하고 운영수지가 맞지 않아 이것들이 모두 흉물로 전락하고 폐기처분될 상황이 올 때에는 또 얼마나 터무니없이 화천군 자치재정의 막대한 손실을 불러올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