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못 참겠다! 세금낭비

opengirok 2011. 4. 21. 11:39
하승수 <변호사·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세금은 잘 거둬서 잘 쓰면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소중한 돈이다. 교육이나 복지에 잘 사용하면 ‘무한경쟁’과 ‘각자생존’의 사회를 같이 살자는 ‘공생’의 사회로 변화시킬 수도 있는 돈이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처음 변호사가 되었을 때, 세금문제 때문에 주위와 갈등을 겪은 경험들이 있다. 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시민운동을 하다가 선배 변호사와 불편한 관계가 되기도 했고, 개혁적이라는 국회의원 후보자의 탈세문제를 제기했다가 ‘이상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성실하게 내자’고 얘기하는 사람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사람이었다.

게다가 비자금, 차명계좌, 변칙증여의 뿌리는 너무나 깊었다. 하기야 증여세 16억원을 내고 수조원대의 재산을 물려받은 신화적인 존재가 국내 최대 재벌의 후계자가 된 마당이니, ‘성실납세’를 기대하기란 애초에 틀린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은 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시민운동을 하다 보니 세금을 걷는 것뿐만 아니라 쓰는 것의 문제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길을 걸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또 공사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공사현장을 마주쳐야 한다. 지방에 가다보면 차도 몇 대 다니지 않는 도로들이 무수히 뚫린 것을 보게 된다. 적게는 먹고 마시는 데 쓰는 ‘업무추진비’라는 돈에서부터, 많게는 수십조원을 낭비하는 4대강 사업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낸 소중한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

이런 예산낭비를 없애려고 나름대로 여러 가지 활동도 해보았다. 서울시장이 쓰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해서 공개받기도 했고, 각종 예산낭비를 감시하는 활동도 해보았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영수증도 없이 쓰는 특수활동비에 대해 조사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역부족임을 느낀다. 국회, 중앙정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는 너무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 고정미



세금은 잘 거둬서 잘 쓰면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소중한 돈이다. 교육이나 복지에 잘 사용하면 ‘무한경쟁’과 ‘각자생존’의 사회를 같이 살자는 ‘공생’의 사회로 변화시킬 수도 있는 돈이다. 그래서 세금을 제대로 걷고 제대로 쓰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생겼다.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인 선대인씨가 제안해서 세금혁명당(www.facebook.com/taxre)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조직의 주장은 불공평한 조세부담과 만성적인 예산낭비를 더 이상 못 참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들이 압력을 행사해서 조세정책과 예산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이런 세금혁명당의 창립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일이다.

사실 현재의 국가재정 상황은 심각하다. 국가채무의 규모는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가고 있다. 게다가 MB 정부가 저지른 잘못으로 인한 부담도 다음 정부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4대강을 관리하는 데에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고, 부동산 거품을 유지시킨 데 따른 금융부실을 정리하는 것도 부담이 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늘어나는 재정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세력이나 정치인들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조세정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예산낭비는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 밝히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밝히도록 요구하고, 엉터리 얘기, 진정성 없는 얘기를 하는 쪽은 냉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아마도 기득권세력들은 변화를 거부하려 할 것이다. 정당한 세부담을 회피하려는 세력들은 조세개혁에 반대할 것이고, 예산낭비에 편승하던 세력들은 예산개혁에 반대할 것이다. 그래서 납세자이자 유권자이자 주권자인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금 창립하는 세금혁명당이 그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