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감시기능 상실한 화천군의회. 화천주민들의 불행이다.

opengirok 2011. 6. 3. 14:58


감시기능 상실한 화천군의회. 화천주민들의 불행이다.


도 류(정보공개센터 이사)


옛날 제나라에 용맹함은 날아가는 화살과 같고, 칼 잘 쓰기로는 빈대의 이빨을 자를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하게 다루는 무사가 두 사람 있었다고 한다. 서로의 명성을 익히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이 어느 날 극적으로 만나게 되어 친하게 되었다고 한다. 감회에 젖어 우정을 나누기 위해 술을 함께 기울이면서 술안주 고기를 구하게 되었다.

그때에 한 무사가 말했다.

『고기를 따로이 구할 필요가 있겠소? 당신과 내 몸에 붙어 있는 것이 모두 고기인데, 무엇 때문에 고기를 구하러 돌아다녀야 한단 말이요?』

이에 용맹함을 지기 싫어하는 다른 무사가 그 말에 짐짓 크게 웃으면서 먼저 자신의 칼로 자신의 몸에서 살을 한 점 도려내어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고 한다.

이어 두 무사는 술을 마시며 계속해서 각자 자신의 살을 잘라내어 거침없이 씹어 먹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출혈이 심해져 숨이 끊어져서야 멈추었다고 한다.

 
제184회 화천군의회임시회.

각 실과의 사업보고서는 항상 그렇듯 반듯한 서류철과 굵고 선명하게 그려진 활자들로 채워져 있다. 온갖 무지개같이 화려한 미래와 필수불가결한 당면 과제임을 장담하면서, 수십억 수백억을 이리저리 잘라 그려온 사업내용들이다.

그 다양하고 현란하기까지한 사업내용들을 검토 하다보면, 화천군에는 이제 가난과 고통이 없고 불편함이 없는 지상 낙원의 도시로 변모될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들 모두 보고서 종이 위에서만 춤추는 낱말들의 요란한 광무에 불과하다.

화천군과 화천군의회가 바로 용맹함을 뽐내며 수천억의 예산을 척척 칼질하는 것이 위의 두 무사와 다를 바 없다고 느끼는 것이 나의 소감이다.

펜션열차 카트레일카 사업 역시 그 보고서 안에 반듯하게 배열된 낱말들로 새겨진채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칠 준비를 마치고 있는 양 보였다.

언론에 의해 그렇듯 낱낱이 잘못된 사업내용이 지적되었건만, 그에 대한 해명은 커녕 6월2일 관광정책과는 8억5,000만원의 예산집행의 승인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상정된 예산에 대해 누가 하나 잘못을 지적하고 불가를 선언하는 의원은 없었다. 무조건 멋있게 잘 해보시라고 격려인지 아부인지 모를 행동 뿐이니, 제 살을 잘라 먹는 것을 보면서도 잘하신다고 박수치며 이쪽저쪽 몸뚱이 맨살을 내어주는 격이다.

지방 행정을 책임진 담당자들이 제 아무리 영특하고 기묘한 사업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그것이 명분에 맞지 않고 또 적법한 절차 이행을 무시하며 추진한다면, 그것이 곧 편법과 술책이다. 이러한 사업은 반드시 이면의 특혜와 부당한 거래가 숨어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불합리하고 편법으로 집행된 사업의 종말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공통된 불이익과 암울한 삶의 고통으로 나타날 뿐이니, 이는 실로 화천군 2만 주민 몸통의 출혈과 같은 것이다.

펜션열차 사업에 대한 예산집행 불허를 주문하는 나의 의견에 대해 의원들의 반응을 요약해보면 대충 다음과 같았다.

『아니 행정 집행부가 몇십억 중앙정부 돈을 끌어다가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냥 모른 체하고 내버려 둬야지요. 어차피 이 지역에서 지출되는 건데‥‥‥그리고 그 돈을 들여서 멋있게 꾸며서 지역에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화천을 알리고 하면서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는데‥‥‥그냥 믿고 한번 맡겨 봐야지요.‥‥‥어떻게 실제로 해보지도 않고서 잘못됐다 예산낭비라고 안된다고 반대만 하시는 겁니까‥‥‥절차나 명분이 좀 잘못될 수도 있는 거지요‥‥』

의회의 순기능을 상실한 어용의회가 보여주는 대표적인 발언의 양상이다.

의회 의원의 가장 큰 역할은 행정 추진사업과 예산집행에 대한 감시기능이다. 행정에서 요청하는 사업마다 일사천리 예산승인을 해줄 거라면, 주민들이 무엇 때문에 의회라는 대의기구로 만들어 운영해야 하는가. 행정 집행 담당자를 그 어떤 권력자로 존경하고 추종하라고 화천군의회라는 기구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부동산 소유자들은 그간의 터전에서 쫒겨 나가게 될 것이고,  그 수익성 없는 철로 예정부지의 부동산 매입에 지방세를 낭비하느라 급박한 민생 지역현안사업 예산은 외면할 수 밖에 없게 될 상황이다. 이와 같은 일들이 이제까지의 상황이고 또 앞으로 벌어지게 될 사태들이다.

이 사업은 본래 한국철도공사가 운영권을 쥐고 굴리는 폐열차 폐철로 재활용 수익사업에 불과할 뿐인데, 화천군이 지방비를 지불하고 철로 부지를 매입하고 나팔을 불며 앞장서는 격이다. 이 사업의 배후에서 이익을 챙기는 사람은 분명 지역주민들이 아닌 사업의 집행자들 가운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투융자심사가 무언지도 모르는 의원들, 그리고 사업설명회를 어떻게 했는지 확인해보지도 않고, 사업계획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실시설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담당부서의 예산신청을 무조건 일사천리로 의결해버리는 오늘의 의회는 도대체 왜 존재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민들의 권익을 대변하기는커녕 행정부의 시종 노릇을 하는 화천군의회는 오히려 주민들의 권익을 훼손하는 기구나 마찬가지처럼 되어있다.

밀실행정의 전형으로 추진되어온 고철 재활용 펜션열차 사업과 같은 터무니없는 사업에 행정력이 집중되고 예산이 낭비되는 동안 직간접으로 감수해야 하는 지역 주민들의 손실은 얼마나 막대할 것인가. 훗날 고철 철로와 열차를 철거하기 위해 적지 않은 폐품처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예정되어 있는 미래의 사실까지 생각이 미치다보면 이 또한 기가 막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