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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세금으로 월 600만원 받는데 어디 썼는지는 비밀?

opengirok 2013. 12. 17. 11:38


[기획연재⑤] 정부 3.0 시대, 정보 장막 뒤에 숨은 국회


2~3시간. 국회 사무처 등이 국회의원들로부터 1년에 한 번 국정감사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44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에, 한 해에만 5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 그러나 국회의원 입법 보조기관이라는 업무 특성상 국회의원들에게는 '한 식구'라는 인식이 강해 적극적인 감사가 이뤄지기 어렵다. '감사의 사각지대'에서 주먹구구식 '고무줄 예산집행'의 만성적 병폐 등으로 '눈먼 돈'이 줄줄 새어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마이뉴스>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시민이 국회를 국정감사한다!"는 주제로 8~9회에 걸쳐 기획보도 연재를 진행한다. [편집자말]




현재 정부는 '개방·공유·소통·협력'이라는 구호 아래 투명한 정보공개를 바탕으로 행정효율을 높이고, 시민들에게 맞춤형 공공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해 경제적 효과까지 거둔다는 목표를 가지고 '정부 3.0' 실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 사정은 정반대다. 국회의 정보들을 관리하는 국회사무처의 정보공개제도 운영행태에 문제점이 많은 데 더해 공공정보의 공개와 공유라는 목표의식도 흐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국회사무처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서 알아본다.


기본적인 사전공개정보 공개 안 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7조에는 각 공공기관들이 정보공개청구가 없더라도 다음의 정보들에 대해 공개 범위와 주기를 정해 정기적으로 정보공개를 하도록 명령하고 있다.


① 국민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관한 정보

② 국가의 시책으로 시행하는 공사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관한 정보

③ 예산집행의 내용과 사업평가 결과 등 행정감시를 위해 필요한 정보

④ 그밖에 공공기관의 장이 정하는 정보


이처럼 명시된 사항 외에도 해당 법률은 추가적으로 국민이 알 필요가 있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이에 해당하는 업무계획, 국정감사자료, 예결산, 업무추진비, 업무평가, 각종 사업계약정보, 비영리법인 현황, 정보목록 등의 행정정보들을 사전정보공개로 분류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  국회사무처에서 운영하는 국회정보공개시스템의 사정정보공개자료. ⓒ 강성국



하지만 국회는 사정이 다르다. 사전에 공개하는 행정정보도 턱없이 적을 뿐더러 중요한 정작 중요한 정보들은 빠져 있다. 국회정보공개시스템의 사전정보공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주기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자료는 국회도서관에서 주기적으로 발행하는 인터넷정책정보, 입법현안 법률정보, 금주의 서평, 월별로 발행하는 국회도서관 관보 <국회도서관>, 국회도서관열람통계, 국회사무처가 공개하는 사무총장 업무추진비뿐이다.


국회사무처를 필두로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처, 국회입법조사처 모두 각각 행정 및 조직운영에 관한 사전정보공개는 거의 전무하다. 그나마 국회사무처가 매월 국회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브리핑 형식으로 작성되어 두루뭉술하다. 정보로서 신뢰성과 그 활용가치가 매우 낮은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보목록 또한 원활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정보목록이란 것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목록으로 정보공개의 기본이 되는 정보이다. 중요한 만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도 직접적으로 공공기관들에게 정보목록의 공개를 명령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조직들은 이런 정보목록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예산처와 입법조사처를 제외한 국회사무처와 국회도서관만 정보목록을 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의 지속적인 비판과 요청에 의해 올해 8월 들어서야 이루어진 조치이며 다른 공공기관들이 실시간, 매일, 또는 매월 정보목록을 공개하고 있는데 국회사무처와 국회도서관은 분기별(1년에 4회)로만 공개하고 있다.


정보목록을 분기별로 공개해 시민들이 접하게 되는 정보의 시의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공개되는 정보목록의 내용도 허술하다. 정보목록상으로는 목록의 특정 공문서가 생산된 정보인지 접수된 정보인지 여부, 정보의 공개·비공개 여부도 나타나 있지 않다. 이처럼 국회가 정보공개제도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회가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업무추진비는 두루뭉술, 상임위 활동비는 비공개?


공직자들의 업무추진비와 각종 활동비들은 과거 판공비로 불리며 전용, 과다집행 등의 부패문제들이 빈번하게 드러나며 각 기관장들의 비자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이유로 2006년에는 국무총리 훈령으로 업무추진비와 주요 사업, 업무에 관한 정보를 정보공개청구가 없어도 주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그럼 국회에서는 업무추진비나 기타 활동비들을 얼마나 공개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자발적인 사전공개는 국회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가 전부다. 각 국회 조직별 처장들의 업무추진비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또한 위에 언급한 대로 구어체로 두루뭉술하게 설명하고 있고 자세한 지출내역은 누락된 정보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 지출내역을 원 데이터 그대로 취합만 해서 공개하면 되는데, 왜 업무량을 늘리면서까지 다시 가공을 거쳐서 정보의 질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국회사무처는 각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활동비를 지급하는데 이에 대한 사전정보공개는커녕 정보공개청구에서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1월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상임위별 활동비 지급내역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국회사무처는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고,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황당한 이유로 상임위 활동비를 지급내역을 비공개 했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11월 11일 기획조사를 통해 상임위원장은 직급보조비로 월 165만 원을 받는가 하면, 상임위원장(특위위원장 포함)의 활동비도 월 600~700만원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는 의원 월급여의 60~70%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른사회시민회의 역시 국회가 활동비 내역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며 국회사무처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국회 정보공개심의회는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정보공개심의회는 정보공개청구의 공개여부를 심의하거나 공공기관이 정보공개청구를 비공개로 결정했을 때 청구인이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이의신청에 대해 공개와 비공개 여부를 심의하는 기관이다. 공공기관이 정보공개제도 취지에서 벗어난 임의적인 비공개나, 잘못된 비공개를 객관적인 관점으로 견제하기 위해 마련되는 비상시 심의기구이다.


따라서 정보공개심의회의 정상적인 운영은 시민들의 알 권리와 직결되는 중요한 기구라고 할 수 있다. 헌데 국회 정보공개심의회가 제대로 운영되는지는 불투명하다. 그 이유는 심의회 의견서 기록이 지나치게 허술하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3월 6일 국회의장단, 상임위별 활동비 내역 비공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의 정보공개심의회 의견서를 국회로부터 받아보았다. 국회사무처로부터 받은 정보공개심의회의 의견서는 심각하게 허술했다.





▲  국회 정보공개심의회 의견서.ⓒ 강성국



국회가 보낸 의견서에는 국회사무처가 비공개 했던 사유를 짤막하게 옮겨 적어 놓은 것이 전부이며 정보공개심의회 위원들이 서면심사를 했는지, 심의회의가 개최해 대면심사가 이루어졌는지도 구분되지 않았다. 또 정보공개심의회 위원의 서명도 포함되지 않아 위원 중 몇 명이 출석해 심의회를 개최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었다. 국회사무처가 보내온 의견서는 결국 누구나, 언제든 임의대로 만들 수 있는 문서로 신뢰성이 없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전화통화를 통해 "정보공개심의회는 확실히 개최되었다"며 "공개한 의견서가 정보공개심의회의 유일한 기록"이라고 해명했다. 위원들 개개인의 의견이 없어 의견서 내용이 허술하고 서명도 되어 있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했다. 


정보공개의 토대가 되는 국회기록물관리사업 예산 대폭 삭감


국회의 정보공개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지 않음에도, 오히려 2014년 예산안에는 정보공개의 토대가 되는 국회기록물관리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 국회기록물관리 사업은 국회 소속기관들에서 생산한 기록물의 수집, 관리 및 보존을 하는 사업인데, 2014년 예산안에는 2억5700만 원밖에 편성되지 않았다. 이는 2013년 대비 9100만 원(26.1%)이 감소한 액수다.

▲  국회기록물관리 사업 예산안 현황.(출처 : 국회예산정책처 <2014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Ⅰ>)ⓒ 강성국


또한 국회기록물관리 사업 중 공개여부 분류 사업은 국회기록물의 활용을 위해 전자문서시스템 도입 이전에 생산되어 국회기록보존소에 보존된 국회기록들의 공개여부를 재분류하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다. 내년 예산안에는 올해 대비 9200만 원(47.9%)이 감소한 1억 원만 편성되었다. 예산이 반 토막 난 셈이다.


▲  2014 예산안 기준 향후 사업 추진 현황.(출처 : 국회예산정책처 <2014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Ⅰ>)ⓒ 강성국


공개여부 분류 사업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9년 6월 30일까지 완료되었어야 했으나 법률을 위반한 채로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그마저 더디게 진행되던 사업의 예산을 크게 삭감한 것은 법률에 따른 의무를 망각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4년과 같이 예산이 1억 원씩 편성될 경우 사업진행에 차질이 생겨 재분류 작업이 2020년까지 연장된다며 적절한 예산을 반영해 최대한 법률을 준수할 것을 제안했다. 


정보공개는 '알 권리'라는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이며 이 제도의 정착과 확대는 시대적인 요청이다. 또한 진보·보수 한 쪽의 일방적인 구호 또한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시기부터 정부 3.0을 주요 공약으로 준비한 것은 이런 시대적 요청에 대한 다분히 기본적인 부응이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정부보다 투명해야 할 국회는 정보공개제도 운영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개선에 대해 이렇다 할 고민조차 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