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국책사업 유치 경쟁이 없는 사회를

opengirok 2011. 5. 18. 10:31
국책사업마다 반복되는 지역갈등, 해법은 무엇인가?

하승수 변호사·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동남권 신공항,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한국토지주택공사 이전…. 최근에 여러 지역에서 유치하려고 과열경쟁을 벌였던 사업들이다. 요즘 안전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에 대해서도 한때는 3000억원의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유치 광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모두 ‘국책사업’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사업들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이 국가정책에 관심이 있어서 이 사업들을 유치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지자체들의 관심은 ‘지역발전’에 있었다. 그렇다면 상식적인 의문 하나를 던져볼 수 있다. 왜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정책이 아닌 국가정책에 목을 매야 하나?

이미지 출처 : SBS



그것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자체의 재원이나 역량으로는 지역발전이 어렵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 그 결과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유치하려고 지자체들이 과열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법은 중앙집권적인 국가구조를 분권형 국가구조로 전환하는 것에 있다. 중앙정부가 재정을 틀어쥐고 그때그때 사업을 지역에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자율적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재정을 지방에 주고 자율권도 줘야 한다. 그리고 지역은 지역발전을 위한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성패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지역갈등의 악순환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편 지역의 비민주적인 지배구조는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국책사업 유치는 지방권력의 무능함을 덮는 수단이 되고 있다. 국책사업 유치만이 살길인 것처럼 얘기하다가, 유치가 안 되면 정권을 욕하면서 자기 자신은 면피를 하는 게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행태이다. 이런 행태를 뒷받침하는 데 온갖 단체들이 동원된다. 다른 목소리는 내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그러나 지역도 스스로의 민주적 역량을 키우고 중앙의존적 습성을 버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역에 희망은 없다.

따라서 지금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지역 간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중앙집권적인 국가구조의 혁신과 지역의 민주화이다. 이런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그 어떤 처방도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지역의 기득권자들이 삭발과 단식농성을 하고, 온 지역을 현수막으로 도배하는 우스운 현실이 내일도 반복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