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금융비리 대책 헛다리

opengirok 2011. 5. 19. 14:49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하승수


지금 현실을 보면, 금융기관의 사외 이사들도 독립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들에게 감사를 맡긴다는 것은 금융기관의 내부감사 기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뿐이다.

저축은행들의 부실과 비리가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영업정지된 7곳의 저축은행에서 발견된 순자산 부족액만도 무려 3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공시된 회계보고서 상의 부실은 510억원 수준이라는데, 실제 부실은 60배가 넘는 규모였던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보면 내부감사, 외부회계감사, 공시, 금융감독 같은 제도들도 우리나라에서는 존재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뭐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으니 이런 부실이 은폐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부산저축은행의 경우는 금융비리의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다. 고객들의 돈을 마음대로 쓰고, 그렇게 만들어진 부실을 감추기 위해 뇌물이 오고가고, 영업정지를 앞두고는 특혜성 예금인출을 했다고 한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런 비리로 인한 피해는 엄청나다. 현재 영업정지가 되어 있는 저축은행에 예금을 했다가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만 3만명이 넘는다. 지금 문제가 된 부실저축은행들을 정리하는 데에만 5조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이게 끝이 아니라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금융기관에서 부실이 터져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부실들을 공적자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그럴 경우엔 사실상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감독을 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제 역할을 못한 정도가 아니라 비리의 한 주체로 연루되었다는 점이다. 돈을 받고 저축은행의 부실을 눈 감아준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줄줄이 체포, 구속되고 있다.

‘낙하산 인사’의 문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 보험사의 상근감사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렇게 내려간 낙하산 감사들은 ‘감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실을 은폐하거나 감독기관에 대한 로비 창구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결국 이번 일을 통해 부실한 금융감독의 문제, 낙하산 인사의 문제 등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뒤늦게 정부가 대책을 수립한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엉뚱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기관의 상근감사를 없애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에 역할을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근감사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상근감사의 독립성이 없는 것이 문제다. 지금 현실을 보면, 금융기관의 사외이사들도 독립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들에게 감사를 맡긴다는 것은 금융기관의 내부감사 기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뿐이다.

필자도 금융기관의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을 해본 적이 있다. 필자는 소액주주들과 노동조합의 추천으로 들어간 케이스여서 대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외이사들은 대주주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게다가 ‘사외’에 있다 보니 회사 내부사정도 잘 알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감사기능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급하고도 정확한 대책이다. 더 이상 금융부실이 확대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는 것과 함께 전체 금융기관이 안고 있는 금융부실의 현황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부실이 더 커지기 전에 파악을 하고 정리를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법률을 통해 금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금지하고, 상근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헛다리를 짚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