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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년, 김 전대통령이 옥중에서 어린아들에게 보낸 편지

opengirok 2009. 8. 19. 14:40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서거했습니다. 그분을 보내드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한국의 현대사를 이야기할때 결코 빠트릴 수 없는 분인 것입니다.

1961년 정계에 입문해 반평생을 정치인으로 살았던 그분은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독재정권에 맞섰던 민주화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힘써 6.15 공동선언이라는 통일의 희망을 뿌리기도 하셨구요.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이렇게 뛰어난 정치인이었던 그도 가족들 앞에서는 그저 자식의 공부와 친구를 걱정하는 자상한 아버지였나봅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한 기록을 찾아보니  77년 옥중에서 가족에게 보냈던 편지가 눈에 띕니다.

사료 전문 보러가기

옥에 갇혀 어린아들과 함께 해주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깨알같은 글씨 하나하나에 전해지는 듯 합니다.



1977년 진주교도소에서 셋째 아들 홍걸에게 쓴 편지

사랑하는 홍걸아! 너의 편지는 언제나 반가히 받아보았다. 아빠는 너의들의 편지 받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더구나 네가 학교성적도 좋아지고 체육도 잘되어간다니 참 기쁘다.

무엇보다도 좋은 친구가 많이 생기고 선생님들에게도 호감을 느끼면서 자미있게 공부한다니 더 바랄것이 없구나.

친구들에게는 되도록 친절하고 관대하며 그의 인격을 나의 인격같이 존중해주어야 한다. 내가 남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으려면 먼저 나부터 남에게 그렇게 해야한다.

그러나 동시에 꼭 명심할 것은 아무리 친구를 애낀다 하드래도 그의 주장이나 행동이 너의 판단에 도저히 받아드릴수 없을 때, 그리고 그것은 너무도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도저히 그래도 넘길수 없을때는 결코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된다. 옳지 않은데도 마지못해 따라가는 그런 사람은 자주성과 신념이 없는 사람이며 결코 장래 자기 앞을 성공적으로 개척해나갈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와같이 특별히 큰 차별이 없는 한 되도록 친구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화목하게 지내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많은 벗들과 원만히 살아나가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길이다.


이번에 형주한테서 편지가 왔는데 아주 기쁘게 받아보았다. 내용도 아주 훌륭하더라. 너와 형주는 서로 아주 좋은 벗이며 형제간이니 참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같이 의논하고 토론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참 좋은 것 같다.

홍철이, 연수, 연학이가 나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다니 참 고맙다. 형주나 그 동생들에게 고마운 말 전하거라. 그전에 내가 말하던 “정신력을 기르는 책”을 잊지말고 되푸리해서 읽어라. 꼭 필요한 일이다.

중간고사를 치렀다는데 성적이 더욱 좋아졌기를 바란다. 몸 건강하여라.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