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박원순 변호사, 국정원 소송 본질은?

opengirok 2009. 9. 24. 11:16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요즘 국정원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가 일반 시민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 참을 수 없게 만든다.

  필자도 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며, 이번 소송을 반대하는 수많은 국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현재 박원순 변호사 블로그에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소송에서 내 이름을 빼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소송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박원순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평생을 투신했으며, 누구보다도 청빈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필자도 박원순 변호사의 강의에 매료되어 시민운동에 뛰어 든 경우이다. 오히려 국정원의 명예훼손 소송이 박원순 변호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 같아서 역 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박원순 변호사가 주장하는 국정원 사찰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인가? 이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국정원인지, 다른 실세의 개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오전에 필자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한국언론재단에서 24일로 예정되어 있던 강의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4년 동안 한국언론재단에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있었고 이번 강의도 3주전에 미리 예정이 되어 있었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행사 자체가 취소 된지 알았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강의 이틀 전에 강의를 취소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수강생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지역 MBC 박모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언론재단 강의 행사가 취소되었니? ”

“아니... 갑자기 나한테 강사가 사정이 생겨서 그러니까 강의를 해달라고 하던데?”

“그래? 난 행사가 취소 된지 알았는데”

  그제서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모 기자가 한국언론재단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물어보았다. 위에서 박모 기자에 따르면 나를 포함해 시민사회단체 출신들 강사를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불편해 하지 않다가, 갑자기 내 자신이 불편한 사람이 된 것이다.

  매우 불쾌했다.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전 국장님 이런 일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전국장님만 빠진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3명이 포함되어 있었고, 3명 모두 제외 되었습니다”

“왜 제외 된 거죠? 전문성이 없어서 그런가요? ”

“아닙니다. 전 국장님 전문성은 다 아는데 어떻게 얘기하겠습니까? 어쨌든 죄송합니다.”

  게다가 한국언론재단 모 연구이사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강사진에서 제외한 것은 “강사 풀에 전 국장 등이 포함되어 있길래(전 국장을 포함해) 몇 명을 적어 이런 분들 말고 기자나 교수 등 좀 더 전문가 그룹에서 찾아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 몇 명이 바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다. 물론 한국언론재단 강의가 계약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행사가 생기면 그때그때 강의를 하는 곳이다. 평가가 안 좋으면 바로 그 다음날 강사에서 제외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필자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정보공개법으로 강의를 하면서 한번 도 수강생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담당자들의 얘기였다.

  그 결과로 수많은 언론인들이 지금 정보공개청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고 지금도 수많은 상담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의 정보공개청구 강의는 우리나라 투명성과 책임성을 크게 높이고 언론인들의 취재 능력을 크게 향상 시켰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합리적인 결정 근거 없이 지난 4년 동안 해왔던 강의가 제외되었다고 생각하니, 매우 큰 모욕감이 든다. 이런 것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어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움직여지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한국언론재단 강의 하나가 취소된 것이 큰 사건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들이다. 이런 일들은 사회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대학교 겸임교수직에서 해고되기도 하고, 별 문제 없이 지원하고 있던 기업들의 후원이 끊어지기도 한다. 인터넷을 글을 올렸다고, 구속되기도 하며 주간지 인터뷰에서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다고 2억원의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박변호사님 2억이라는 돈이 있는지도 걱정스럽다) 군인도 아닌데, 국군 기무사령부에서 민간인들의 사진을 찍고 다닌다.

  그런데도 국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을 하고 있다. 답답한 현실이다. 당하는 사람들은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왜 이리 미제 사건들이 많은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이런 압박을 한다고 해서 시민사회단체가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뿌리는 더욱 튼튼해 질 것이다. 희망제작소만 하더라도 박원순 변호사 소송이후에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회원가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일하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girok.or.kr)도 아주 작지만 꾸준히 회원가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히려 반증적으로 사회의 의사결정구조가 이렇게 때문에 시민사회단체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적으로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의 얘기를 듣는 것은 매우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다. 거버넌스 행정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한 분야에서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동안 고민해왔던 사람들의 얘기를 국가가 듣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쓴 소리면 더욱 가치가 있다.

  그런데 그 소리가 듣기 싫다고 구속, 소송, 해직의 방법으로 입을 막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권과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가을 하늘은 청렴한데, 마음속에는 황량한 사막 길을 걷는 듯 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사회를 위해 박변호사님 부디 건강 하시라고 당부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