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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주인이다

opengirok 2010. 4. 1. 13:45
 하승수 | 투명사회 정보공개센터 소장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러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유권자운동이 그것이다. ‘유권자연대’ ‘희망연대’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단체나 모임들이 생기고 있다. 개인도 움직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내에서 ‘투표한다고 약속하면 안아주기’를 하는 여성이 나타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마 선거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의 행동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6·2 지방선거 유권자운동 열기

유권자들이 이렇게 나서게 된 데는 유권자를 ‘찬밥’으로 만드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적혀 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의 권력은 다수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수 기득권 세력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를 주무르고 있는 재벌, 기득권을 가진 정당과 정치인, 관료들이 대한민국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게다가 현 정부는 국민이 반대하거나 찬반이 엇갈리는 일들을 합리적인 검토와 토론 과정 없이 밀어붙여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4대강 사업, 세종시, 방송장악 등등. 그러나 잘 봐야 할 것은 현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에도 유권자들은 소외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늘 유권자들은 구경꾼이었다. 누구든 자기가 구경꾼으로 밀려나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행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투표율은 날로 떨어졌다.

이런 판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유권자들에게 있을 뿐이다. 제1야당은 자기에게 맡겨달라고 하겠지만, 유권자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나선 것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유권자운동은 과거의 낙천·낙선운동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낙천·낙선운동은 부적격 정치인을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떨어진 정치인의 빈 자리를 채운 사람 역시 ‘그렇고 그런’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정책도 유권자들이 만들고, 후보자도 유권자들이 만들고, 당선도 유권자의 힘으로 시키려는 적극적인 유권자운동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후보자를 직접 만들지 못한다면 후보자를 결정하는 과정에라도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반영시키려는 것이다.

내 삶의 문제에 대한 당당한 요구

물론 까다로운 선거법이 유권자운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상으로도 유권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특히 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20일이 되면 유권자를 얽어매고 있는 족쇄가 느슨해진다. 그 전까지는 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야 한다면, 5월20일이 되면 거리에서 외칠 수 있다. 전화도 하고 e메일도 보낼 수 있다. 5월20일에는 뜻있는 유권자들이 모두 쏟아져나와 자기가 생각하는 정책,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외치는 선거축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이전에도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돈 없는 ‘풀뿌리 좋은 후보’가 나온 지역에선 선거사무소에 가서 자원봉사라도 하자. 직접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을 못한다면, 인터넷 등을 통해 투표 방법이라도 알리고 공유하자.

내 삶의 문제에 대한 요구를 정책으로 표현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20대는 20대의 요구를, 여성은 여성의 요구를 표출하자. 어쨌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는 유권자가 되자. 그것이 유권자들을 투표기계 정도로 생각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우리의 리그’로 바꾸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