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6.2 지방선거 결과는? '잠자고 있던 민심의 폭발'

opengirok 2010. 6. 3. 10:28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드디어 바닥 민심이 본색을 드러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전혀 감지 않았던 바닥 민심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 선거의 핵심 키워드는 ‘잠자고 있던 민심의 폭발’ 이다. 그동안 각종 여론 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던 한나라당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수십 년 은 갈 것 같은 보수정권은 단 2년 반 만에 모든 밑천을 다 드러내고 말았다. 모두다 철저히 민심을 외면했던 이명박 정부 덕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충격적이다. 특히 서울지역의 야당 약진은 매우 놀랍다. 비록 근소한 차이로 패하긴 했지만 한명숙 후보의 지지율은 놀라울 정도이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진보성향의 곽노현 후보의 당선과 구청장 선거의 압승이다. 비록 오세훈 후보가 승리했지만 디자인으로 요약되는 오세훈 행정의 4년의 평가는 매우 냉혹했다. 게다가 보수의 아성으로 분류되었던 강원, 경남, 충청의 승리는 매우 의미 있게 보인다.



그러면 왜 이런 선거결과가 나타났으며,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어떤 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필자는 이번 선거기간 동안 일어났던 사건 중 가장 백미는 이명박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했던 기자회견이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를 포함 해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전쟁의 공포가 2010년에 재연되었기 때문이었다. 전쟁 기념관이 보여주는 상징성, 그리고 전쟁이 두렵지 않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가 두렵기 까지 했다. 심지어 초중고 학생들까지도 이런 공포를 느껴야 할 정도였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주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려는 곧 분노로 바뀌었다. 북풍이 아니라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국민을 불안케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그동안 잠자고 있었던 바닥 민심이 요동치기 시작 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북풍이 이명박 정부를 심판케 하는 단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민심을 보면 향후 이명박 정부가 대북관계의 긴장을 높일수록 정권 지지율은 끝을 모르고 나락으로 빠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스스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라도 남북 관계의 평화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하루속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4대강 사업이다. 현재 거의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4대강의 바닥을 파내는 준설작업을 하고 있고, 댐에 준하는 보를 세우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강은 죽어가고 있다. 수 천 년 동안 우리 한반도의 생명을 잉태케 해주었고, 물과 양식을 주었으며 생태 자체였던 4대강은 거대한 수술대에 누워 엄청난 수술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병을 고치는 수술이 아니라, 멀쩡한 몸 을 고치겠다며 이곳저곳을 파 뒤집고 있는 수술이다.


<사진출처: 한겨레>


그동안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했던 4대강은 어느새 흙탕물을 뒤덮은 채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해버렸다. 국민들은 직접 눈으로, 아니면 사진 속으로 그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다. 이 공사를 막아달라며 수도승이 분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국민들은 4대강은 사업을 보면서, 지방권력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어쩌면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존립기반이었던 청계천은 도처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민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진정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향후 이런 민심을 읽지 못하고 4대강 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간다면 이명박 정부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세 번째로 세종 시 여론이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보수적인 성향의 충청권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특히 충청도의 민주당 승리는 매우 의미 있어 보인다. 세종 시 수정론이 충청권의 민심을 화나게 한 것이다. 세종시 문제는 정치인들을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도 세종시 원안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수차례 했었다. 그런 약속을 별다른 이유 없이 지키지 않는 것 자체가 충청 시민들을 화나게 한 것이다. 향후 세종시 문제는 다시 한번 정치권에서 요동 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경향신문>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이번 선거결과로 인해 쉽게 세종시 수정론을 밀어붙이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촛불 민심이다. 이번 선거 기간 동안 2년 전 발생했던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문제가 터졌다. 대통령은 조선일보의 기획을 거론하며 촛불집회에 일으켰던 사람들 중 반성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국민정서를 자극했다. 하지만 촛불 민심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촛불 집회는 진보, 시민단체에서 기획한 것이 아니다.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을 보면서 국민들 스스로 기획하고 참가한 자발적 저항이었다.

<사진출처: 세계일보>

그런 민심을 깨닫지 못하고 반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에 대해 시민들의 민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여론 조사’의 허상에 대해서 한 번 더 지적할 필요가 있겠다. 검증 받지 않은 여론 조사가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보여주었다. 모든 국민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현재, 집전화로 전화를 걸어 지지하는 후보를 물어보는 현재의 방식은 민의를 엄청나게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 왜곡된 여론 조사가 언론에 발표되지 않았더라면 한명숙 후보는 당선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판단된다. 이런 여론 조사 방식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향후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 조사가 선거결과를 왜곡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선거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잠자는 시민들의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 50%를 운운하며 국민들에게 검증받지 않은 사업들을 밀어붙이는 것은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특히 선거 기간 동안 북풍몰이를 한다던 지, 우리 한반도의 생태를 뒤 흔들 수 있는 4대 강 사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다. 민심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