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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왜 주요정보는 정부와 VIP들만 독점할까요?

opengirok 2011. 4. 29. 17:53


김유승 중앙대 문헌정보학 교수 "정보 공유, 거버먼트 2.0으로 가자"

▲ 김유승 교수 김유승 중앙대 문헌정보학 교수는 지난 19일 정보공개센터에서 '거버먼트 2.0과 정보공개'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있다. 
ⓒ 정보공개센터 

100여 명의 VIP 고객은 웃었고, 일반 고객들은 울었다. 부산상호저축은행은 은행 영업정지 정보를 사전 유출해 VIP고객들에게 100억 원 이상을 편법으로 인출해줬다. 이 사건은 VIP 고객과 일반 고객들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갖는 불평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보가 곧 '돈'이 되는 오늘날, 정보는 찾는 수요자들 모두에게 개방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보는 인터넷, 소셜네트워크(SNS), 미디어를 통해서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정보와 소수 계층들 사이에서만 공개되는 고급 정보로 양극화되어 있다.

소수 계층이 독점으로 향유하는 정보를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떨까?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아직은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된 '거버먼트 2.0'이 이러한 움직임들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김유승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거버먼트 2.0은 정보의 공개보다 정보의 공유에 가깝습니다. 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고급 정보는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거버먼트 2.0이 추구하는 가치는 참여, 개방, 소통, 민주주의입니다."

김 교수는 지난 19일 저녁 종로구 이화동 정보공개센터에서 '거버먼트 2.0과 정보공개'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 이날 강의는 정보공개센터에서 주최한 2011년 '공터학교'의 세 번째 강의였다.

▲ 미국의 거버먼트 2.0 미국의 거버먼트 2.0 누리집(data.gov). 미국에서 생산된 공공정보를 이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 인터넷갈무리

거버먼트 2.0과 투명사회

거버먼트 2.0은 일반 시민들의 행정 참여와 정보의 개방을 골자로 웹2.0에 정부 역할을 결합한 개념이다. 웹 2.0은 데이터의 소유와 독점없이,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생산하고 인터넷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이다. 웹 1.0이 생산된 정보를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면, 웹 2.0은 데이터를 직접 생산하고, 공유한다. 

웹 2.0의 기술에 정부 영역을 결합한 것이 거버먼트 2.0 이다. 현재 운영되는 정보공개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이용자가 청구했을 때, 정부 정보공개 담당자가 선택적으로 공개한다. 거버먼트 2.0에서는 정부가 민간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공공정보를 이용자인 국민들이 청구하기 전에 이용 또는 가공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김유승 교수는 거버먼트 2.0 이전 정부를 자판기 정부라고 빗대었다.

"기존의 정부는 항상 동전을 넣고, 뭔가를 시켜야지 줍니다. 정보공개청구는 마치 자판기에 동전을 넣는 것과 같습니다. 자판기가 돈을 먹을 때도 있는 것처럼, 정보공개청구도 비공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버먼트 2.0에서는 정부가 커피와 설탕, 프림(정보)을 주고, 시민들이 직접 타마실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김 교수는 "거버먼트 2.0이 구현된 사회에서는 정부가 소유한 정보에 대해 통제하는 것이 아닌, 정보를 통해 시민들과 협력하는 사회입니다"라며 "시민들에게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개방하고, 이를 통한 정부행정의 공익성, 효율성, 투명성을 지향합니다"고 말했다.

▲ 거버먼트 2.0 활용사례 거버먼트 2.0의 우수활용사례로 꼽히는 에브리블록. 에브리블록(everyblock)에서는 지역의 모든 정보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 
ⓒ 인터넷갈무리

거버먼트 2.0 다양한 활용사례

거버먼트 2.0을 우선 도입한 국가들은 미국과 영국이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들어 행정운영의 투명성과 열린정부를 목표로 거버먼트 2.0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된 모든 공공정보는 거버먼트 2.0 누리집(data.gov)에서 열람할 수 있다. 거버먼트 2.0 누리집에서 공개되는 정보는 로데이터(raw data), 지리정보(geo data), 툴카탈로그(tool catalog)이다.

또한 정보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정보의 접근성, 활용성에 대해 평가하도록 되어있다. 영국(data.gov.uk)과 호주(data.gov.au)에서도 거버먼트 2.0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호주는 미국과 영국보다 뒤늦게 거버먼트 2.0을 도입했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 합동으로 '거버먼트 2.0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거버먼트 2.0을 활용한 공공정보 활용 대회를 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거버먼트 2.0에서 공개된 공공정보를 활용해, 공공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에브리블록(Every block)이다. 지리정보(GPS)를 이용해, 동네의 지역 정보를 하나로 모아놓은 서비스다. 성범죄자의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지만, 성범죄자의 주거정보 서비스인 패밀리워치독, 섹스 오펜더 등이 있다.

또한 보수가 필요한 도로의 정보를 시민들이 직접 업데이트하고, 민원처리 과정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픽스마이스트리트(Fix my street) 서비스가 있다.  

국내에도 스마트폰 도입 이후, 공공정보의 활용 가능성과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버스 운행정보를 알려주는 앱인 '서울버스'와 철도운행 정보를 제공하는 앱인 '아이코레일'등이 있다. 원산지 규정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음식점을 알려주는 앱인 '옐로카드 음식점'도 있다. 이외에도 지방공기업 경영정보공개시스템(www.cleaneye.go.kr),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 내고장살림(www.laiis.go.kr) 등이 있다.

하지만 공공정보의 저작권을 두고, 민간 개발자와 정부 사이에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버스'와 '아이코레일' 앱 모두 처음 도입됐을 당시, 개발자와 정부 간에 저작권을 두고 마찰이 있었다. 경기도는 '서울버스' 앱이 개발자 협의없이 공공정보를 도용했다며, 서비스를 차단한 바 있다.

김유승 교수는 "국민의 세금에 의해 생산된 정보들은 국민이 접근, 이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세금이 1센트라도 들어간 정보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없다"고 말했다.

▲ 서울교육 2.0 업무협약식 지난 3월3일 서울시 교육청과 정보공개센터는 '개방, 공유, 소통의 열린 서울 교육 2.0' 업무협약식을 맺었다. 
ⓒ 정보공개센터

열린정부를 지향하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

거버먼트 2.0이 지향하는 사회는 정보가 자유롭게 개방되고, 공유되는 사회다. 공공정보의 공개와 이용을 통해,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정보 비대칭을 줄여나간다. 하지만 아직 거버먼트 2.0은 시작 단계다. 정부가 공개하는 정보의 영역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생활정보와 행정정보는 공개되는데, 정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전자정부'로는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꼽히지만, 정보공개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은 그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유승 교수는 "거버먼트 2.0을 집으로 비유한다면, 공공영역정보가 한쪽 기둥이고 활용할 수 있는 도구인 웹 2.0이 다른 한쪽 기둥이다, 그리고 지붕이 조직 문화다, 즉 열린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태우 (bluesy83)
11.04.29 16:39 ㅣ최종 업데이트 11.04.29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