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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인물과 화제] 김유승 정보공개센터 이사 “정부가 먼저 나서서 정보 제공해야”

opengirok 2011. 10. 28. 10:35

 


“만화 <플란다스의 개>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세요?”

정보공개 운동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 김유승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43)는 대답 대신 엉뚱한 물음을 던졌다.


“주인공 네로는 성당지기의 호의로 커튼 속에 감춰져 있던 루벤스의 그림을 구경하며 죽기 직전 평생의 소원을 이룹니다. 당시만 해도 그런 귀한 예술작품은 아무나 볼 수 없었던 것인데 지금도 그런 고급 정보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현실은 여전합니다.”

김 이사는 2008년 정보공개센터가 출범할 때부터 함께한 창립멤버다. 탐사보도를 추구하는 언론인과 기록관리학을 공부하는 학자들이 의기투합해 센터를 열면서 문헌정보학과 교수인 그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정보공개 청구 운동은 대중에게 생소한 분야였다. 더구나 2008년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민사회 운동 진영이 위축돼 있던 때였다.

자연히 성공보다는 실패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길어야 6개월’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비웃듯 센터는 꾸준히 영향력을 넓히며 성장해왔다. 김 이사는 “준법운동이 가지는 힘으로 성공적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지난 3년을 자평했다.

그러나 지표로 드러나는 현실을 보면 여전히 정보공개 청구 운동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중앙행정기관의 정보공개 현황을 보면 2005~2007년 사이 11%였던 비공개비율은 현 정권이 출범한 2008년 16%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엔 20%까지 치솟았다.

김 이사는 정보공개 청구 운동을 ‘자판기 운동’으로 표현했다. 그는 “수동적으로 밖에서 요구하면 내놓는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이제 정부가 먼저 나서서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게 만드는 ‘거버먼트 2.0’의 단계로 운동이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이 공적 정보를 공유하고 재생산함으로써 또 다른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정부 후원금을 한푼도 받지 않고 700여명의 회원이 자발적으로 내는 후원금으로만 운영된다. 김 이사는 지속적 활동을 위해선 더 많은 시민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의 공유는 시대정신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이며 시민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나아지게 한다”고 단언했다.

센터는 28일 오후 7시 서울 종로의 기독교회관에서 ‘후원의 밤’ 행사를 연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입력 : 2011-10-27 21:31:04수정 : 2011-10-27 21:3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