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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등급위원회 제한상영가 판정이 의심스러워..표현의 자유 위축되나?

opengirok 2012. 11. 8. 18:41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지난 8월부터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제도를 시행해 논란이 되었었습니다. 최근에는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에 대해 제한상영가판정을 해서 다시 한 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따라서 문화·예술의 발전도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영상물을 심사하고 관람가능 등급을 부여하는 기관입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등급은 ‘전체관람가’부터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까지 다섯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마지막 등급인 제한상영가는 말 그대로 제한된 상영을 말합니다. 제한상영관으로 등록된 곳에서만 합법적인 상영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제한상영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으면 상영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수정 후 재심을 요청해 완화된 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이 제도는 2008년 헌법재판소는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과 등급보류에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모호하다고 지적받은 심의조항만 구체화 해 해당 등급제도를 그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의 한 장면


최근에 박근혜 후보를 풍자한 김곡 감독의 정치풍자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는 과도한 신체훼손과 인간의 존엄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제작자 측은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도 인정받은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것은 기만적이고 표현의 자유와 문화산업을 저해하는 처사라며 행정소송을 청구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박근혜 후보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아닌지 의심스러운 지경입니다.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의 등급자료



<불륜의 시대>


또한 전규환 감독의 <불륜의 시대>도 베를린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판정의 사유는 성욕 자극만을 추구했다는 이유입니다.





영등위의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한 논란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히 일관성 없는 판정들로 영화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는 성기노출에 대해 선정적 장면이 구체적이고 노골적이라는 이유로 제한상영가를 받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서도 성적묘사 장면에서 성기노출이 되었지만 <박쥐>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지 않았습니다. 영화 <줄탁동시>는 삭제 및 수정 후 ‘청소년 관람불가’등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가 이렇다보니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심의위원들의 자질도 의심될 지경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온라인등급분류종합지원시스템을 이용해 2008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얼마나 많은 수의 영화들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는지 분석해 봤습니다.



<2008년 영화등급 통계>



<2009년 영화등급 통계>



<2010년 영화등급 통계>



<2011년 영화등급 통계>



<2012년 영화등급 통계>




●2008년 제한상영가: 외국영화 5편

●2009년 제한상영가: 국내영화 2편, 외국영화 4편

●2010년 제한상영가: 국내영화 2년

                 등급보류: 외국영화 1편

●2011년 제한상영가: 국내영화 2편, 외국영화 5편

●2012년(10월31일 까지) 제한상영가: 국내영화 5편, 외국영화 3편


2008년부터 지금까지 총 28편의 영화들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해마다 평균 5편 이상씩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7편에 이어 올해에는 10월까지 8편의 영화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은 제한상영가 판정이 있었습니다. 자유로운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경향성을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