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화천군과 월드미스유니버시티의 씁쓸한 대국민사기극

opengirok 2014. 1. 13. 14:23



2011.12.15. 월드미스유니버시티 참가 대표자들이 본선대회에서 화천군수에게 위령탑건립기금 약 3천만원을 건네는 장면이 연출됐다.


2011년12월16일, 화천군 홍보계는 보도자료를 통해 월드미스유니버시티(이하 WMU)참가자들이 하루 전날인 12월15일 WMU 세계대회에서 화천군위령탑 건립기금으로 써달라며 화천군수에게 2만5.178달러(한화 약 3천 만원)를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화천군 관광정책과 홍보 기획담당이었던 신광태 계장은 이 사실을 기고를 통해 언론보도(2011년 12월 18일치 오마이뉴스, 월드미스 참가자들, ‘화천군에 3천만원 건네…’)까지 하며 이 사실을 널리 알리려는 노력까지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로부터 2년여가 지난 오늘 날, 정보공개를 통해 드러난 사실들은 이 미담(美談)에는 알려진 사실과는 다른 의혹들이 존재한다.


필자는 WMU의 기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작년 12월 6일 화천군에 위령공원 건립기금이 보관되어 있는 통장 사본을 정보공개청구해 봤다. 그런데 3일 뒤에 기부금과 기부금통장을 사업추진시 까지 WMU 본부가 보관한다는 답변내용이 통지되었다. 이 말인즉 기부금 전달식은 있었지만, 아직 실제 기금전달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답변인 셈이었다.


기부자: WMU 세계대회 참가자


기부금액: 25,178$(미화)


기부일시: 2011.12.15.


기부된 잔금확인 통장사본: WMU본부에서 사업추진시 까지 보관


그러나 이 역시 사실과 다른 답변이었다. 최근 화천군 위령공원건립 사업추진 과정에 대한 비리 수사 과정에서, WMU측은 그 3천만원 기금을 전달하거나, 모금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허나 만일에 기부금이 전달되었다 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여전히 존재했다.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기부금품 모급법>에 따라 등록청에 등록을 필한 뒤, 모집과정과 사용내역 등의 공개를 의무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천군은 위령공원조성사업과 관련해서 기부금모집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필자가 WMU 기금전달 사건에 대해 각별히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기부금의 명분을 제공하는 세계평화위령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2014년도 예산심사 과정에서 관광정책과장의 허위보고를 확인하게 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화천군 관광정책과장, 의회 허위보고


2013년11월27일 수요일, 화천군의회의 2014년도 예산심사 과정에서 관광정책과 과장은 다음과 같이 보고하면서 예산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국가보훈처에서 12억원 지원을 결정하였고, 국도비12억원 지원이 결정되었으며, 수자원공사에서 15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이제 군비 9억원만 승인해주면 약40억원의 사업비로 위령탑 위령공원을 훌륭하게 건립하겠습니다”


또 당시 의회에 제출한 <2014년도 세입예산사업명세서>에는 “국비보조금12억원” “도비보조금3억6천만원”이 세입예산 확보금액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그날 사업보고 과정을 참관했던 필자는 즉시 “국가보훈처”와 “수자원공사” 그리고 “강원도”에 해당 보조금지원결정 사실에 대하여 증빙자료 공개를 요청했는데, 얼마 후 각 기관으로부터 속속 도착한 회신내용은 보조금지원을 결정한 사실이 없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리고 각 기관들이 회신 내용 중, 화천군이 해당 기관에 제출한 보조금지원요청서 주요 내용에는 WMU의 세계대학생평화사절단으로부터 성금3천만원을 이미 전달받아, 그것이 확보된 사업비로 허위 보고되어 있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즉 화천군의 보조금지원요청서에 기재된 성금 3천만원을 통한 사업비 확보내용은 명백한 허위 공문서 작성이었을 뿐만 아니라 화천군은 군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서도 예산심사와 관련해 모두 거짓으로 보고한 셈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화천군의회에 관광정책과장의 허위보고 실상을 알리면서 예산삭감이 마땅함을 주장했으나 이미 2014년도 화천군 예산심사 승인 일정을 하루 앞둔 날 이었고, 바로 다음날 화천군의회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어떤 조치도 없이 계수조정에 들어갔다. 화천군의회는 허위보고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군비 3억원을 승인해준 꼴이다. 이러고도 화천군의회가 군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필자는 군의회의 무책임함에 대한 실망을 뒤로하고 화천군의 행위에 대해 경찰수사를 통해 사법처벌을 요구했다. 



WMU단장. 위령공원기금 조성한 사실도 없다.


경찰수사과정에서 WMU 측에서는 위령공원 조성기금 2만5,178달러의 행방 확인 질의에 대하여 최초에는 “그러한 기금을 모금한 사실도 없고 전달한 사실도 없다”고 답변하였다가, 최근에 와서 “기금을 모금할 예정으로 전달식을 한 것이고, 언제 그 모금액이 채워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여기에 더해 2011년12월 당시 WMU 세계대회를 개최했던 강원도 하이원리조트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했다. 하이원리조트는 매우 격앙된 반응으로 취조에 했는데, 그 이유는 하이원 리조트가 2011년 WMU 세계대회 개최 이후 WMU 조직위원회로부터 행사장 임대료와 사용료 약 1억 2천만원을 아직까지 한 푼도 지불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하이원 리조트는 WMU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압류를 통해 행사비 일부를 회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알려왔다.



세계평화위령공원 선포식 행사비 4억원.


지난해인 2013년07월13일, 화천군은 이처럼 심각한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평화의댐 공원에서 열린 세계평화위령제에서 위령공원 건립사업의 개시를 선언했다. 이날 정갑철 화천군수는 환영사를 통해 WMU기금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세게평화를 위해 위령제가 치러지므로 영령들이 깊이 잠들 수 있을 것이다. WMU 여성대학봉사단이 2만5천불을 기증해줘서 그것이 기초 초석이 되어, 여기에 평화를 위한 위령탑이 세워질 것이고, 그들이 가져온 세계 각국의 나무들이 여기에 심어질 것이다”


2011년12월 WMU 본선대회에서 허위 전달식을 연출 한 뒤, 성금이 전달된 바가 없음에도 성금전달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처럼 정갑철 군수는 행사 참가자들에게 파렴치한 허위 연설을 들려주었다.


위령제에서 거짓말을 반복한 것도 문제지만 위령제 행사 자체도 문제투성이였다. 거행된 당일 행사비로만 집행된 금액이 무려 4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의혹투성이 방만한 예산집행으로 지적될 사안이 하나 둘 이 아니었다. 


위령제에서는 세계평화위령공원 건립기금 모금을 위한 독특한 모금함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투명유리로 거창하고 호화롭게 제작된 이 모금함은 제작비용만 250만원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데 정작 위령제에서 위령공원 건립기금으로 모금된 금액은 약200만원에 불과했다. 실제 모금액보다 더 비싼 모금함을 만들며 예산낭비를 한 꼴이다. 


2012년10월29일, WMU 단장은 또 다시 1,500만원을 위령탑건립기금으로 전달했다. 2011년12월15일 첫 3천만원 기금전달에 이어 두 번째 기금전달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는 당일 지방언론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이 성금은 WMU 측에서 제25회 월드미스유니버시티 한국대표 참가자들이 「TV조선 반지원정대」퀴즈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받은 상금이라고 전해왔다. 2014년도 위령공원건립 추진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각 공공기관에 발송한 공문서에서도 이 기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위령공원 건립기금으로 쓰여야 할 이 성금이 어디로 갔는지 현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사기극 연출을 기획한 담당자와 화천군수, WMU 단장 모두 사법처벌해야 


화천군의 위령공원 건립사업은 추진과정에서 허위보고와 허위 공문서 파문으로 그 정당성을 잃었다. 정당성을 잃어버린 이번 건립사업은 6.25당시 전몰장병 위로와 세계평화를 기원한다는 억지 명분 속에  막대한 예산이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토목공사와 조형물을 제작하고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리베이트를 챙기려는 전시행정성 사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미 우리나라 전역에 6.25전몰장병을 위로하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건립된 위령탑과 위령공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억지 명분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또한 화천군이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에서 기금전달 사기극을 연출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사기극을 보훈처와 강원도 수자원공사 등에 보조금지원 요청 공문서에 이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천군의 행태는 가히 실정(失政)을 벗어나 범죄의 수준이다.


관광정책과 홍보기획 담당계장은 오마이뉴스 기고와 자신의 블로그 그리고 보도자료, SNS 등을 통해 이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당사자다. 이렇듯 허황되고 과장된 사기극을 연출함으로서 막대한 지방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한 사실에 대해서, 그리고 화천군의 불명예와 불신을 자초한 몰지각한 행위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화천군 기획감사실장은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나 지난 12월 긴급 체포되었고, 현재는 구속수사중이다. 이제 위령공원과 관련된 사기극을 자체 감사해야할 수장이 뇌물죄로 구속된 가운데, 본 위령공원 사기극 연출의 기획을 담당했던 관광정책과 계장이 현재는 기획감사실 주무계장으로 승진 발령되어 보직을 맡아 있다. 자기 자신을 자체 감사해야할 지경이 되어버린 화천군 공직자 도덕성의 현주소는 암담하기 이를 데 없다.


거짓 술수를 동원하여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기금전달 사기극을 연출해 국민을 우롱하였으며, 사치성 행사비로 4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화천군수 및 관련 공무원 그리고 WMU 단장 등에 대해서 그 비위사실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만 한다.




* 이 글은 도류스님 (불도암 주지 / 투명화천21 대표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이 보내온 글 입니다. 해당 내용에 문의가 있으신 분은 (doryu2@naver.com) 으로 연락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