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비정상의 정상화가 절실한 한국의 등록금과 대학교육

opengirok 2014. 2. 21. 16:50

어느 덧 한 없이 길 것만 같던 겨울도 입춘(立春)이 지나 봄을 향하고 있다. 조만간 꽃이 만개하는 봄이 오련만, 봄이 가까울수록 마음이 괴로워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다름 아닌 330만이 넘는 대학생들과 어림짐작해도 500만이 넘을 그들의 부모들일게다. 물론 이들이 괴로운 이유는 다름 아닌 등록금 때문이다.



3~4월 한국 대학가의 흔한 풍경(사진: 참여연대)



한국 대학들의 등록금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3월이면 전국의 캠퍼스에서는 등록금 투쟁이 관례적으로 벌어져 개나리 투쟁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오죽하면 새로운 말까지 생겨났겠는가. 하지만 학생들의 이런 집단행동을 누구도 쉽게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등록금 투쟁이 관례적으로 벌어지는 이유 자체가 등록금이 관례적으로 인상된 데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례적으로 매년 등록금이 인상되다 보니 어느덧 대학 등록금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 일반적인 가정에서 빚을 지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랐다. 현재 4년제 대학의 등록금은 전공별로 년간 최소 800만원 정도 부터 최대 1000만원을 훌쩍 넘고 있다. 이런 지경의 등록금을 부담 없이 지출할 수 있는 가정이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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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등록금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국제간 비교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등록금은 2011년 기준으로 OECD 국가들 중 등록금이 4번째로 높은 국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은 일반적인 등록금 지불수단이 되고 등록금 문제가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사회문제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당연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현 대통령도 대학 등록금이 사회문제라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고 반값등록금과 전폭적인 국가장학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비록 전자는 이행조차 되지 않았고 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힘들지만 말이다.


이런 맥락으로 여전히 비싼 등록금이 유지되는 가운데 한국 대학의 교육의 질은 과연 어떤 수준일까? 안타깝게도 비싼 등록금에 비하면 한국 대학교육의 질은 무척 낮은 편이다. 단적인 예로 명문사립대가 밀집한 서울지역 대학의 전임교원 1인당 재학생 수는 31.6명이다. 교수 1명이 서른 명이 넘는 학생들의 교육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많을 경우, 당연히 교수의 업무강도가 높아지고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이 그 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헌데 이 수치는 OECD 국가들의 고등교육과정(전문대, 대학교, 대학원)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의 무려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원지위가 없는 비전임교원들, 즉 시간강사와 기간제 강의교수들의 대학교육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이들 서울지역 대학들의 비전임교원의 강의담당 비율은 최고 69%에서 최저 33.7%까지, 평균 46.6%의 강의를 비전임교원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전임교원들이 열악한 처우 속에서 대학교육의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대학교육을 시장논리로 바라봤을 때, 응당 등록금이 높다고 한다면 대학 교육의 질도 그만큼 높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 대학교육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 대학교육은 시장논리를 초월하는 공공재이기는커녕 단순한 시장논리도 성립되지 않는 모순이다.



반값등록금은 대충 국가장학금으로 때우는 중(사진: 뉴스타파)


그렇다면 문제가 뭘까? 관련된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하나같이 건물과 시설 등 대학의 재산에만 과도하게 돈을 쏟아 붓는 대학들의 무책임한 학교경영과 과도하게 편중된 교직원 및 교원들의 보수, 턱없이 부족한 정부지원을 꼽는다. 해결책을 곰곰이 따져보면 오로지 정부의 역할로 귀결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년 첫 업무보고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정상화인지, 여기에 대학교육도 포함되는지는 아직 알 길이 없다.


강성국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