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세월호특별법, 결정 권한은 국민에게 있다

opengirok 2014. 10. 7. 10:15




이상미

경복대 복지행정과 교수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



우리나라는 행정권이 입법, 사법에 비해 월등히 큰 전형적 개발도상국형 현대행정국가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안전행정부 장관은 ‘세월호특별법’과 관련지어 국회선진화법을 비난하면서 “내각제였다면 국회를 해산해야 할 상황”이라며 국회 자진해산을 촉구했다. 이런 발언을 보면 관료제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를 얼마나 무시하며 국민을 얕잡아 보는지 알 수 있다.


관료는 원래 정책 결정의 주된 참여자가 아니었으나 행정 활동이 전문화·복잡화하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는 사회 발전에 따라 입법활동이 기술적으로 복잡해져 행정수반의 역할이 증대되었고, 법률 규정의 모호성과 비정밀성이 공무원들에게 재량적 결정권을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권한이 너무 비대해진 관료제는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협세력이 될 수 있으므로 정책의 민주화를 위해 관료의 결정권은 어떤 방식으로든 통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입법, 사법, 행정을 불문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이라 부를 만큼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대통령의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데 현 시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대한 사회문제이자 정책 형성 과정에 있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대해 최고 정책 결정자인 대통령은 이상하게도 대통령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며 입법부가 처리하라고 했다. 가장 강력한 정책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스스로 중대한 그 권한을 포기한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입법부는 헌법상 국가의 최고 정책기관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입법부는 정책 의제 형성에 대한 민의 반영, 법률 혹은 예산 형태로 정책을 결정하는 기능, 정책 집행에 대한 통제와 감시, 결산을 통한 정책 평가 기능 등을 수행한다. 그러나 1930년대 이후 행정국가화 현상이 나타나면서부터 이 과정에서 입법부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기 시작했다.


사법부는 법률심사권, 법령해석권 등을 통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사법부의 정책 참여는 선진국의 경우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행정권이 지나치게 큰 개발도상국에서는 사법부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거의 제외되어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지나치게 비대해진 행정수반과 관료제 권한의 확대로 인해 입법부·사법부의 작동이 거의 마비된 상태에 이르렀다. 


대통령은 편리할 때만 삼권분립의 원칙을 주장하며 책임회피와 독재에 나서고 있고, 국회는 국민의 입과 발이 되지 못하고 정권 획득에만 관심 있는 듯하고, 사법부는 탄압이 두려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판결만 내리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정보차단 명령을 내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열 등 개인정보조차 위협하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런 총체적인 무능과 부실, 독재가 세월호와 같은 사고와 사건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병들어 있다. 원인 분석과 대처 방안, 치료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은 이 모든 총체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작이 될 것이다. 


만약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흐지부지 묻혀버린다면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중대한 기회를 잃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가장 강력한 정책 결정 권한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대통령과 관료, 입법부, 사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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