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원자력 갈등, 시나리오 씽킹으로 풀자” 토론회에서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갈등을 일으킨다.”, “원전근무자들은 건강이 괜찮다고 하는데, 주민들이 괜히 그런다”라고 발언했다죠? 또 “제가 지자체장이라면 우리 동네 원자력발전소 적극 유치할 것”이라고 했다니 노후 원전 폐쇄와 신규원전 반대를 바라는 원전지역주민들, 핵발전소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무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 비중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핵발전소 적극유치를 주장하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사고라고도 할 수 있겠구요. 이 토론회에서 김무성대표가 "우리가 장기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원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매번 강조하지만 제대로 공개해야 안전한지, 경제적인지, 친환경적인지 시민들이 알고 핵발전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박근혜정부는 공공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통한 투명성, 신뢰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이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3.0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여당 대표는 원전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하는데 왜 핵발전 관련 비리와 고장, 사고의 은폐문제는 자꾸 발생하는 걸까요?
원전사업자인 한수원, 원전관련 정보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심지어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를 운영하는 기관), 원자력홍보를 담당하는 원자력문화재단, 원자력관련 연구사업을 하는 원자력연구원 등 원자력관련 핵심 기관의 정보공개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기관들은 모두 정보공개의 의무가 있는 기관들입니다. 정보공개포털에서도 이 기관들을 검색하면 정보공개대상기관으로 명시되어 있구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법률에 보면 ‘정보목록의 작성, 비치’에 대한 조항이 있습니다. 시민의 알권리와 기관의 투명성을 위해 정보목록의 작성과 공개는 의무사항입니다.
제8조(정보목록의 작성·비치 등) ① 공공기관은 그 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하여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보목록을 작성하여 갖추어 두고, 그 목록을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정보공개시스템 등을 통하여 공개하여야 한다. 다만, 정보목록 중 제9조제1항에 따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부분을 갖추어 두지 아니하거나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② 공공기관은 정보의 공개에 관한 사무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정보공개 장소를 확보하고 공개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이 기관들의 홈페이지 어디를 찾아봐도 정보목록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한수원에 전화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현재 정보목록의 작성과 원문공개시스템을 업데이트 하는 중이기 때문에 내년 3월쯤에나 게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를 운영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경우도 현재 비공개세부기준을 다시 검토 중에 있어서 각 정보의 공개여부를 정리할 수 없어 내년에나 게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목록을 공개해 줄 수 있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한수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문화재단 정부3.0페이지>
박근혜정부의 정부3.0정책이 공공기관의 책임성과 투명성확보를 이야기하지만 각각의 기관들은 정보공개의 기본인 정보목록조차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동안 시민들은 핵발전과 관련한 수많은 비리와 정보은폐의 사건들을 보면서 이미 정부와 관련기관들에 대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투명하게 공개해서 ‘원전안전’을 증명하겠다고 말만하고 있지 정보공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하는 것입니다. 원자력관련기관들의 정보공개제도에 대한 이해수준이 낮은 것은 정보공개청구를 했을 때마다 느낍니다.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정보공개에 매우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정보공개의 의무와 역할에 대한 낮은 이해는 시민들의 불신을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자력관련기관들은 시민들에게 원전안전신화를 강요할게 아니라 정보공개의 원칙과 의무부터 지켜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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