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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동 광장

[사립대학 정보공개청구 체험기] 정보공개청구가 '업무방해'라니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자원활동가 이수현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투명한 행정운영을 위해 제정된 정보공개법은 교육기관의 정보에 관한 특례법을 별도로 설치해 학교·교육행정기관 및 교육연구기관 역시 정보공개 청구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립대학교 역시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정보공개 대상에 속한다. 이는 관련 판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겪어 본바, 정보공개에 성실히 임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립대학교들 대다수는 관련 법률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았다.


대부분 사립대학, 홈페이지에 정보공개청구 안내 없어

 늘 미뤄왔던 정보공개청구를 드디어 직접 해보기로 마음먹고 청구 계획을 세웠다. 처음이라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차근차근 관련 자료를 모아 청구서를 작성했다. 청구대상을 등록금 상위 10위 서울 소재 사립대학교로 정한 뒤 이들에게 ‘최근 3년 동안 진행된 외부 강사 초청 강연 내역’을 요구했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 강사 초청 특별강연이 학교본부의 성향, 취향에 따라 편향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사소한 의문에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이토록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사립대학들은 정보공개와 관련해 놀라울 정도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공립대학의 경우 정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청구 포탈을 통해 접수가 가능하지만, 사립대학은 각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를 해야 한다. 상식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정보공개청구서를 접수하기도 전에 기관 담당자들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해야만 했다. 어디로 정보공개청구를 해야할 지 알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청구대상이었던 열 곳의 사립대학 중 절반은 홈페이지에 정보공개청구 관련 안내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안내되어있던 나머지 중 한 곳도 안내만 되어있을 뿐 정작 청구서를 접수할 이메일은 적어두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각 대학의 대표번호 혹은 교무처로 전화를 걸어 직접 문의했다. 이것조차도 황당했지만 다음에 벌어진 일들을 보면 이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정보공개청구 관련해서 문의하려고 하는데요."

"네?"

"정보공개청구요"

"네?정보공개청구요?

... 그게 뭐에요?"



<홈페이지에 정보공개청구 안내가 있는 대학의 홈페이지 캡쳐>



 “정보공개청구가 뭐죠?”

 많은 학교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반응을 보였다. 정보공개청구가 뭐냐며 되려 나에게 되묻는 것이 아닌가. 어떤 곳은 대학알리미의 주소를 알려주기도 했다. 순간 머리가 새햐얘졌다. 모르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너무 당당해서 또 당황스러웠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제가 아는 건 정보공개법에 따라 누구나 교육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가 있고, 사립대학도 그 대상기관에 포함된다는 거에요. 담당자가 누군지는 학교가 저한테 알려주셔야죠."

 전화를 받은 한 교직원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계속 내비치더니 그게 뭔지를 몰라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아무렴 나만큼 난감할까. 정보공개를 청구할 테니 안내를 해달라는 ‘나’와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교직원’,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정보공개청구 내용을 전화로 설명한 후 이 같은 내용이면 어디로 접수하면 되겠느냐고 물으니 이제는 “그런 자료는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정리된 자료가 없다면 관련 자료를 취합해 공개해야 할 것이고, 취합할 자료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정보공개처리 절차에 따라 부존재 처리를 내리면 될 것이다. 하지만 정보를 알아보려는 어떤 노력도 해보지 않고 그 자리에서 ‘그런 자료는 없다’는 교직원의 태도가 너무나 황당했다. 통화 내내 예상치 못한 전개에 머리가 복잡해지고 겁도 나 그냥 전화를 끊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런 식의 태도라면 어느 누가 쉽게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을까.

 결국 교직원은 담당자를 알아본 뒤 내일 오전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물론 전화는 오지 않았다.

 

 정보 공개할 의지가 있긴 한가요?

 설령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정말 처음 듣는다 할지라도, 청구인을 대하는 교직원들은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했어야 했다.

1. 내부적으로 수소문한 후 정보공개 담당자 찾아 연결해준다.

2. 전화를 받은 교직원이 청구서를 접수한 후, 담당 부서로 이송 조치한다. (실제 정보공개청구 포탈은 접수된 청구서가 잘못된 곳에 청구된 경우 담당 부처로 이송 처리한다)

 청구인의 의무는 정보공개청구서를 형식에 맞게 작성해 담당 기관에 전송하는 것이다. 그 외, 청구서를 접수하고 처리하는 일은 전적으로 기관의 몫이다. 청구 과정 중에 실제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한 대학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았다. 심지어는 한 대학교 교직원은 나의 이 같은 행위가 “업무방해”라며 다그치기까지 했다.

 청구서를 이메일로 전송한 지 2분이 채 지나지 않아 교직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다짜고짜 “이건 기간(3년)이 너무 방대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자료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건 완전 업무방해다. 정보공개법은 읽어보고 청구하는 거냐”며 짜증을 냈다. 정보공개 이행의 의무를 지닌 사립대학이 정보공개청구 업무를 자신들의 업무로 보지 않는 것이다. 또한 ‘기간이 방대하다’는 말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것은 청구인이 고려해야할 사항이 아니다. 

 실랑이 끝에 나는 “정보공개법에 맞게 처리해주시면 된다”고 말했고 이 교직원은 “네, 알겠어요. 이건 제가 비공개처리를 할 겁니다. 법에 맞게 하겠습니다.”라며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청구한 지 2분 만에 구두로 비공개처리를 내렸다. 대한민국 정보공개역사상 최단기간 결정통지가 아닐까. 이 대학에선 청구접수 열흘을 넘긴 현재까지 아직 공식적인 결정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또 한 대학은 처음엔 정보공개청구가 뭐냐며 우왕좌왕하더니 나중에는 담당자가 출장을 간 관계로 다음 주에나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정보공개청구 접수도 올스탑이라는 놀라운 논리였다. 정보공개의 의지를 조금도 갖고 있지 않은 사립대학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2014년 연세대 학생대표와 참여연대는 연세대학교의 정보비공개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내가 누구인지, 왜 청구하는지가 중요한가요?

 정보공개청구 과정에서 “정보공개청구가 뭐냐”는 질문과 함께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청구한 이유가 뭐냐”이다. 이들은 내가 누구인지 어떤 이유에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것인지를 알고 싶어 했다. 때문에 나는 있는 그대로, 나는 ‘시민’이고 ‘알고 싶어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답했다. 사실이기도 했고 그 이상의 구체적인 대답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왜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는 받고자하는 정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까. 또 간혹 본교 학생인지를 묻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어느 대학생이 자유롭게 자신이 재학 중인 대학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을까. 행여 이로 인해 학교생활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대학의 정보공개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대학 스스로 자신들이 정보공개 대상 기관이라는 인식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으니 말이다. 대학의 정보공개는 대학 행정 감시라는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사립대학들 스스로 정보공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을 물론이거니와, 동시에 대학생들부터 스스로 권리를 마음껏 행사했으면 한다. 이는 올바른 정보공개 제도 확립에 큰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인권오름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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