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더 투명한 서울을 위한 세 가지 제안

opengirok 2017. 9. 7. 10:44

* 이 글은 2016 서울시 정보공개연차보고서에 실린 글 입니다. 서울시 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어디라도!) 눈여겨봐주시면 하는 마음에 올립니다. 그러니 공공기관에서 정보공개에 고민하고 계신 분들은 부디 외면 마시고 읽어주세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


더 투명한 서울을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을 이용하는 이용자 입장에서 몇 가지 의견을 내 보았다. 제도와 정책 차원의 거시적인 이야기보다는 이용하면서 느낀 사소한 이야기들이 주로 담겨있다. 사소한 내용일 뿐 가볍거나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완성은 디테일에서 오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런 문구도 찾게 되었다. 산업디자이너 디터람스(Dieter Rams)의 말 이라는데,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공개’를 넣어도 무방하다. 

- Good design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에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정보접근의 문턱을 낮춰라.

나의 주된 업무공간은 공공기관 웹사이트들이다.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정보를 얼마나 잘 공개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일을 하다 보니 go.kr로 끝나는 대개의 공공기관의 웹사이트는 내게 있어 중요한 작업현장(?)이다. 일을 하다 보면 열어놓은 인터넷 창이 수 십 개가 되어 있곤 하는데, 그 때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은 거의 빠지지 않고 열려있는 사이트다. 나 뿐 아니라 공공정보 깨나 찾아본다는 많은 사람들도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은 언제나 쉬이 찾아지게 되는 곳이라 이야기 한다. 정보소통광장을 오픈한 뒤 지난 4년 동안 1200만건이 넘는 정보들이 차곡차곡 쌓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지만 정보의 양이 사이트 이용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는 없다. 공공정보의 허브라 할 수 있는 정보공개포털(open.go.kr)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생산한 정보를 연계하다보니 사이트에 등록된 문서의 건수만 해도 3800만 건을 훌쩍 넘지만(2015~2017년 7월 16일까지의 문서 등록건수 기준) 정작 웹상에서 정보를 검색하다가 정보공개포털에 들어가게 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앞서 두 웹사이트를 두고 ‘찾아지게’, ‘들어가게’ 라고 말한 것은 사람들이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하는 정보의 소재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어떠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네이버, 다음, 구글과 같은 일반 포털사이트에서 키워드로 검색을 한다. 인터넷공간이 이룩해 낸 집단지성의 성과이기도 하고 공식정보(?)를 보유한 웹사이트들이 정보접근에 폐쇄적이었던 방식의 결과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정보접근 방식이 이렇다 보니 공공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정보들이 검색에 얼마나 잘 걸리도록 하는지는 정보서비스와 활용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정보에 도달하도록 안내하는 방식은 정보서비스 정책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지만 많은 공공기관의 웹사이트는 이를 간과하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보 안내자로써의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은 꽤 친절하다고 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의 정보검색 제공은 이용자 관점이 아니면 놓치기 쉬운 것이었을 텐데 이를 보면 “행정정보의 오너쉽(Ownership)은 시민에게 있다”는 서울시의 정보공개 원칙이 잘 작동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소통광장 안에서의 정보검색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일단 원하는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너무 많은 정보가 검색된다. 그러다보니 불필요한 정보들 사이에서 정작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은 막대한 예산과 기술을 들인 포털사이트의 검색결과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공공기관의 정보검색 도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공공기관의 한정된 예산과 기술 안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분화된 카테고라이징과 직관적인 분류명 적용으로 시민들이 원하는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의 바다에서 놀게 하라

궁금해 하던 것을 검색해 어떤 정보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궁금증을 모두 해소해 주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의 내용은 복합적이고 총체적이며 때로는 추상적인 반면, 공공기관에서 생산하는 정보들은 단편적이고 분절적이며 구체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편적인 정보들은 그 양이 총체적인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기도 해서 설령 사람들이 원하는 내용의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한눈에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는 이 글을 쓰며 평소에 궁금해 하던 “정보공개 정책”이라는 키워드로 정보소통광장에서 검색을 해 보았다. 무려 86,526건의 정보가 검색된다. 이 많은 정보를 일일이 다 찾아 원하는 정보를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확도가 높은 정보 중에 “정보공개 정책 관련 업무협의”라는 문서가 있어서 확인해보지만 12만원을 지출한 지급결의서가 내용의 전부일 뿐이다. 이렇게 단편적인 정보들이 각기 나열되어 있을 때 유용한 것이 바로 정보목록이다. 

개인적으로 서울시가 시행하는 정보공개정책 중에서 손에 꼽히게 잘하는 것이 실질적인 정보목록의 공개라고 생각하는데, 서울시의 정보목록 공개 방식은 정보 안에서 이용자가 주체적으로 뛰어 놀 수 있게 한다는 데 매우 큰 미덕이 있다. 정보목록은 쉽게 말해 어느 부서의 누가 어떤 제목의 문서를 생산하고 접수했는지를 목록으로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보접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정보목록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도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정보공개시스템 등을 통해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 하고 있기도 하다. 그 결과 의도적으로 정보를 숨길 목적이 아니고서야 [각주:1] 정보목록을 공개하지 않는 공공기관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 공개방식이라는 것이 매우 일방적이며, 심지어 전체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목록의 제공을 게시판 방식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제공은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때 검색결과에 의존하게 해 원하는 방식과 조건으로 정보를 살펴볼 수 없게 한다. 

<정보공개포털의 정보목록 제공 현황>

서울시의 경우에도 정보소통광장에서 정보목록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어 다른 기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정보목록 제공에 미덕이 있다고 한 이유는 바로 이 스프레드시트(엑셀) 다운로드 기능 때문이다. 

<정보소통광장의 정보목록 다운로드 제공 안내>

게시판 방식의 정보목록에서는 부서별, 검색어별 등 많아야 두 가지의 검색설정만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엑셀 형태의 정보목록에서는 게시판 방식 외에 담당자별, 보존기한별 등 더 다양한 설정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제공하는 방식 이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엑셀 방식으로 목록을 제공하면 정보를 확인할 때 원하는 정보가 누락되는 경우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 2014년 세월호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은 정보가 공개될 것을 우려해 ‘세월호’라는 단어로 정보를 검색하지 못하게 문서의 제목을 임의로 바꾼 적이 있는데  이처럼 검색어를 기준으로 한 정보 활용은 생산자의 의도에 따라 충분히 은폐의 가능성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서울시의 엑셀 형태로의 정보목록 공개는 충분히 투명성과 활용성을 위한 조치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서울시의 정보목록 제공 방식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문서를 등록할 때 기입하게 되는 해당문서의 공개구분, 단위업무 명, 생산접수구분, 수발신처명 등이 서울시의 정보목록에는 빠져있다. 이러한 정보 속성값들이 정보목록에서 제외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더 나은 정보공개와 디테일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면 서울시의 정보목록은 공공기관 중 1등이기는 하지만 결코 우수하지는 않다. 

서울시의 정보목록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10년 이래 본 정보목록 중에 가장 디테일했던 것을 소개한다. 2015년 9월까지 당시 행정자치부가 매월 엑셀로 공개해왔던 정보목록의 항목들이다. 무려 25가지의 항목이 있는데, 이용자 입장에서 불필요했던 항목들은 있었지만, 그래서 불만스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15년 당시 행정자치부의 정보목록 구성 항목>

제목

문서번호

문서등록일자

소속기관코드

소속기관

현부서표시명

담당부서

기안부서ID

기안자

접수담당부서ID

접수담당자명

업무담당자

공개여부

문서유형

시행범위

문서상태

시행/접수일자

발신명의

단위과제카드명

등록구분

생산문서번호

보존기간

/발신부서ID

/발신부서명

목록공개


회의록 공개가 아닌 회의의 공개를!

공공기관이 정보를 비공개하는 빈번한 이유는 바로 ‘정보가 공개되면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회의록” 인데 ‘누가 무슨 회의를 하는지, 회의에서 어떤 말들을 하는지가 공개되면 부담스러워서 말을 할 수 있겠냐, 그렇기 때문에 회의록을 공개하면 사람들이 말을 안 하게 돼 업무에 지장을 주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이 회의록을 비공개한다.’ 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회의들이 비공개되다보니 결국 공개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그 결과 회의참석자 명단과 발언내용은 공개, 개별 발언자 이름은 비공개 정도로 하는 것으로 판례와 회의록 공개 양식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 선에서 회의록들은 선별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공개는 충분할까? 이름이 가려진 회의록을 보며 사람들은 충분히 투명하다고 생각할까? 한참 지나 공개되는 회의록을 보며 우리는 충분히 참여가 보장된다고 느낄까? 내 대답은 ‘아니다’이다. 공공을 위한 일이라면 그 일을 맡은 이들은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그 일이 결정되는 것이 어떤 회의라면 그 회의의 구성원은 공공에 대한 책임성과 내용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뒤늦고, 부족한 회의정보공개로 책임성과 전문성을 확인할 길은 쉽지가 않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정보소통광장에서 사전공표 하고 있는 <회의정보>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처럼 위원회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하기 전에 먼저 나서서 전면적으로 공개하는 곳은 전무후무하다. 회의록 공개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업무매뉴얼에 포함해 공무원에게 교육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163개나 되는 위원회의 위원 명단도 공개할 수 있는 한 모두 공개하니 서울시의 회의록 공개 정책은 이 정도면 칭찬받아 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가 회의공개에 대해 펼쳐왔던 그간의 정책들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크다. 

2012년 서울시는 서울시 회의공개규칙을 제정하고, 회의공개시스템을 오픈하는 등 서울시에서 열리는 회의의 전면적 공개를 선포했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에는 선포했던 회의공개규칙이 없다. 제정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각종 위원회의 설치ㆍ운영에 관한 조례』와 『서울시 정보공개업무매뉴얼』에 회의록 작성과 공개에 대한 내용을 넣는 것으로 회의공개 정책을 추진했다. 

<서울시 회의공개규칙 제정 선포를 담은 보도자료 일부>

당초 서울시가 추진했던 회의공개정책인 미국의 회의공개법(§ 552b. Open meetings)을 모태로 한다. 회의를 공개하는 방법과 기준과 절차를 담고 있는 이 법은 음지화 되어있는 정책결정과정에 햇볕을 비춘다는 의미로 햇볕법(Government in the Sunshine Act) 이라는 별칭이 붙어있기도 하다. 이 법에는 두 가지의 탁월함이 있는데 첫 번째는 이름에도 나와 있다시피 회의록공개가 아니라 회의공개라는 점이다. 모든 것이 결정되고 난 후의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과 과정까지 모두에게 공개한다는 건데 회의자체가 공개가 되면 회의록에서 발언자의 이름을 공개하느냐 마느냐의 쟁점은 무의미해지고 만다. 이 법이 있다고 해서 모든 회의들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고 정보공개법에서와 마찬가지로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비공개가 가능한데, 여기에 두 번째 탁월함이 있다. 이 법은 회의 결과를 비공개할 경우에는, 누가 이 회의를 공개하지 말자고 했는지 그 이름을 공개하도록 명문화 해 놓았다. 공공을 위해 권한을 부여받아 하는 일이라면 그 과정이 당연히 공개되어야 하고, 공개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것에 대해 책임을 진다. 회의를 공개하는 것보다 더 무릎을 치게 하는 조항이다. 

행정기관의 정책결정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행정기관의 자의적 판단과 결정을 용인할 위험을 방치하는 것이며, 민주적 행정 구현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민들은 공적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권리가 있으며, 그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 역시 있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회의의 공개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옹호하는 공공기관에서 반드시 실행해야 할 과제이다. 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온전한 협치를 위해서도 정책결정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회의공개는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시민알권리 10대원칙’중 하나로 “서울시는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 시민의 참여와 협력을 보장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음지에 햇볕을! 권한에 책임을! 참여 보장을! 서울시는 회의록 공개를 넘어선 회의공개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1. 청와대를 상대로 한 세월호참사 관련 정보공개소송에서 대통령경호실은 모든 공공기관이 기록물을 생산 및 관리의 의무를 위해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보목록을 작성하지 않아 자료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기사 [한겨레.2017. 06.13. 대통령 경호실 “세월호 참사 당일 정보목록 없다” [본문으로]